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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 무봉산에 잠든 3·1운동의 숨은 거목, 천도교 제4세 대도주 ‘춘암 박인호 선생’ 묘비를 찾아서

  • 박동민 기자
  • 입력 2026.06.0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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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포천 무봉산에 잠든 3·1운동의 숨은 거목, 천도교 제4세 대도주 ‘춘암 박인호 선생’ 묘비를 찾아서

 

 대한민국 독립운동사에서 천도교는 3·1운동의 기획과 자금을 전적으로 책임진 핵심 축이었다. 그 중심에 의암 손병희 선생이 있었다면, 그늘에서 교단을 수호하며 독립운동의 막후 최고 지도자 역할을 했던 인물이 바로 천도교 제4세 대도주 ‘춘암 박인호(春菴 朴寅浩, 1855~1940) 선생’이다.

 

최근 본지가 확인한 포천시 소흘읍 무봉리 산62-3번지 무봉산(舞鳳山) 기슭의 박인호 선생 묘소에는 그의 파란만장한 생애와 조국 독립을 향한 헌신이 고스란히 새겨진 대형 묘비가 위용을 자랑하며 서 있다.

 

동학농민혁명에서 3·1운동까지, 평생을 바친 구국 행로

검은 오석으로 장중하게 세워진 비문의 전면에는 ‘법종춘암상사박인호묘(法宗春菴上師朴寅浩墓)’라는 명문이 선명하게 각자되어 있다. 비석 뒷면에 국한문 혼용체로 빼곡히 기록된 비문은 선생이 단순한 종교인을 넘어 우리 근현대사의 거대한 물줄기를 바꾼 지도자였음을 증명한다.

 

비문에 따르면, 충남 예산 출신인 선생은 29세에 동학에 입교하여 제2세 교조 해월 최시형 선생의 가르침을 받았다. 이후 1894년 동학농민혁명 당시에는 충청도 지역에서 수만 명의 교도를 이끄는 대포수(서장 지휘관)로 활약하며 반외세·반봉건의 기치를 높이 들었다.

 

선생의 구국 활동은 멈추지 않았다. 제3세 교조 의암 손병희 선생을 도와 천도교의 근대화를 이끌던 그는 1908년 1월 18일, 천도교의 최고 지도자인 제4세 대도주(법종)의 중책을 이어받게 된다.

 

이후 선생은 교세를 수백만 명으로 확장하는 한편, 보성숙(현 고려대학교)과 동덕여학교 등 10여 개 명문 사학의 경영을 맡아 인재 양성을 통한 교육 구국 운동에 매진했다. 특히 1919년 3·1운동 당시에는 민족대표 33인에는 이름을 올리지 않았으나, 대도주로서 천도교의 막대한 자금을 독립운동에 지원하고 천도교 독립선언 멸왜기도를 주도하는 등 실질적인 막후 총지휘관 역할을 수행했다.

 

서울 우이동에서 포천 무봉산으로… 영원한 안식처가 된 포천

선생은 1940년 4월 3일, 조국의 광복을 보지 못한 채 86세를 일기로 환원(별세)했다. 비문 말미에는 당초 서울 우이동 성황당 부근에 안장되었던 선생의 묘소가 이후 이곳 포천군 소흘읍 무봉산으로 이장 봉안(抱川郡...舞鳳山에 移葬奉安하다)되었다는 역사적 사실이 뚜렷하게 기록되어 있다.

 

이 비석은 선생이 환원한 지 26주년이 되던 1966년 4월 3일(단기 4299년 병오년), 천도교중앙총부의 주관하에 전국의 후학들과 후손들이 뜻을 모아 건립했다. 근대 교육의 선구자인 조동식 선생이 비문을 짓고, 천도교의 명필 한창석 선생이 글씨를 써 당대 최고의 격조를 갖춘 금석문으로 평가받는다. 비석 측면에는 대를 이어 묘소를 지키는 자손들의 이름도 함께 새겨져 깊은 울림을 준다.

 

포천 무봉산 자락에 고요히 잠든 춘암 박인호 선생의 묘비는 격동의 한국 근현대사를 온몸으로 안고 간 선구자의 숨결을 전하고 있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우리가 기억해야 할 위대한 독립운동가의 발자취가 바로 이곳 포천에 살아 숨 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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