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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기획] 붓끝에 되살린 소동파의 철학

  • 양상현 기자
  • 입력 2026.07.10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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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종훈 포천문화원장, 〈전적벽부〉 대형 서예로 재해석… 문학의 깊이와 묵향의 품격 한 화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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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파(蘇軾)의 대표 산문 〈전적벽부(前赤壁賦)〉가 이종훈 포천문화원장의 필치로 대형 서예 작품으로 다시 태어났다. 고전 문학의 깊은 사유와 서예 예술의 조형미를 함께 담아낸 이번 작품은, 묵향 어린 화면 속에서 자연의 영원함과 인간 존재의 달관을 새롭게 환기시키는 작업으로 눈길을 끈다.


공개된 작품은 단정한 해서체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곳곳에 행서의 부드러운 흐름을 가미해 안정감과 유연함을 함께 살렸다. 방대한 분량의 〈전적벽부〉 전문을 한 자도 빠짐없이 담아내면서도 글자의 크기와 자간, 행의 배열이 흐트러지지 않아, 화면 전체에서 높은 집중력과 치밀한 구성력이 느껴진다. 큰 폭을 가득 메운 필획은 감상자에게 시각적 압도감과 함께 오랜 수련에서 비롯된 공력을 전한다.


작품의 의미는 낙관에서도 확인된다. 본문 끝에는 ‘병오년 맹하 창오병인 이종훈 근서(丙午年 孟夏 蒼吾屛人 李鐘塤 謹書)’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는 병오년 초여름, ‘창오병인’이라는 호를 쓰는 이종훈 원장이 삼가 이 작품을 썼다는 뜻으로, 대작에 임한 작가의 정성과 작품의 완결성을 함께 보여준다.


〈전적벽부〉는 소동파가 유배 시절 황주의 적벽 아래에서 벗들과 배를 띄우고 자연을 즐기며 나눈 문답을 담은 명문이다. 맑은 바람과 밝은 달, 강물 위의 풍경으로 시작되는 이 산문은 점차 인간 존재의 덧없음과 자연의 영원성이라는 철학적 사유로 나아간다.


작품 속에서 객은 과거의 영웅 조조를 떠올리며 인간의 삶을 ‘창해일속(滄海一粟)’, 곧 넓은 바다 위의 좁쌀 한 알 같은 존재로 비유하며 허무를 토로한다. 그러나 소동파는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는 모든 것이 순간처럼 흘러가는 듯 보이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인간과 자연 모두 영원의 질서 안에 놓여 있다고 말한다. 강 위를 스치는 바람과 산 사이를 비추는 달빛은 누구의 소유도 아닌 ‘조물주의 무진장한 보물’이기에, 인간은 그것을 함께 누리며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종훈 원장의 이번 작품은 바로 이러한 〈전적벽부〉의 핵심 사유를 서예로 번역해 낸 작업으로 읽힌다. 힘 있는 해서는 문장의 중심을 단단히 붙들고, 행서의 유려한 흐름은 긴 호흡의 산문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며, 고전 특유의 장중함과 서정성을 동시에 살려냈다. 특히 수백 자에 달하는 긴 문장을 한 화면 안에 균형 있게 안착시킨 점은 작가의 공간 장악력과 필력, 정신적 집중력을 잘 보여준다.


지역 문화계에서는 이번 작품이 단순한 고전 임서를 넘어 문학과 서예가 만나는 감상의 장을 넓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전 텍스트의 철학적 깊이를 시각 예술의 형식미 속에 담아냄으로써, 서예가 여전히 현재적 감동을 줄 수 있는 예술이라는 점을 다시 확인시켰다는 것이다.


특히 포천 문화계를 이끄는 문화원장이 직접 고전 명문을 대형 서예 작품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도 상징성이 크다. 이는 전통을 단순히 보존하는 차원을 넘어, 오늘의 감각으로 다시 해석하고 지역 문화의 품격을 높이는 실천으로 읽힌다.


문학의 깊이와 묵향의 아름다움이 만난 이 작품은, 옛 문인의 사유를 오늘의 시선으로 다시 살아나게 한 성과이자 포천 문화예술의 내공을 보여주는 상징적 작업으로 남을 전망이다.


메트로포천 양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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