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로그인을 하시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으실 수 있습니다.

[메트로 칼럼] 홈플러스 위기, 지금 필요한 것은 시장의 냉정함이 아니라 공공의 책임이다

  • 양상현 기자
  • 입력 2026.06.27 01:42
  • 댓글 0
  • 글자크기설정

730083139_1305679757953830_6896726795725385156_n.jpg


진보당 김재연 대표가 홈플러스 청산 위기를 막기 위해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는 소식은, 한 기업의 경영상 위기가 더 이상 기업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일깨운다. 법원이 제시한 자금 조달 시한을 앞두고 대주주와 채권단이 2,000억 원 규모의 긴급 운영자금 마련 책임을 두고 맞서고 있는 사이, 가장 먼저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이들은 정작 책임의 중심에 있지 않은 노동자들과 입점 소상공인들이다. 자본은 계산하고, 채권은 회수 가능성을 따지지만, 현장의 삶은 그 사이에서 하루하루 무너진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단순한 유통기업의 부실이나 경영 실패에만 있지 않다. 그것은 대형 자본과 금융 논리가 지배하는 시장 구조 속에서, 위기의 비용이 누구에게 전가되고 있는가의 문제다. 기업이 성장할 때는 수익이 주주와 투자자에게 돌아가지만, 기업이 흔들릴 때는 고통이 노동자와 하청업체, 입점 상인과 지역경제에 집중되는 구조가 반복돼 왔다. 홈플러스 사태 역시 그 익숙한 장면을 다시 보여주고 있다. 경영 판단의 결과는 사적으로 축적되지만, 그 실패의 충격은 사회적으로 확산되는 것이다.


김재연 대표의 단식 농성은 바로 이 지점을 겨냥한다. 기업 회생 여부를 둘러싼 법률적·재무적 판단을 넘어, 그 결정이 수만 명의 노동자와 수많은 소상공인의 생존에 어떤 파장을 미치는지 사회가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다. 물론 단식이라는 방식 자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릴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이번 행동이 던지는 문제의식만큼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기업 청산은 숫자의 정리가 아니라 삶의 정리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려스러운 것은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책임 있는 주체들이 오히려 뒤로 물러설 가능성이다. 대주주는 채권단을 바라보고, 채권단은 대주주의 책임을 강조하며, 정부는 민간 영역이라는 이유로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는 순간, 가장 큰 피해는 시간의 지연 속에서 증폭된다. 회생이든 구조조정이든 청산이든, 어떤 결론이 내려지더라도 최소한의 원칙은 분명해야 한다. 첫째, 노동자와 입점 상인의 생존권이 협상 테이블의 후순위로 밀려서는 안 된다. 둘째, 대주주와 채권단은 사회적 파장을 고려한 책임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셋째, 정부는 “민간 문제”라는 말 뒤에 숨어 있어서는 안 된다.


특히 정부의 역할은 생각보다 훨씬 중요하다. 홈플러스와 같은 대형 유통업체의 위기는 단순한 개별 기업 문제가 아니라 고용, 소비, 지역 상권, 유통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공적 사안에 가깝다. 수만 명의 일자리와 협력업체, 입점 점포의 연쇄적 생계가 걸려 있는 상황이라면, 정부는 최소한 중재자로서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 시장경제를 이유로 손을 놓는 것은 중립이 아니라 방관일 수 있다. 공공의 책임은 시장의 실패가 사회적 파국으로 번지지 않도록 막는 데 있다.


이 문제는 수도권의 대형 유통 매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포천과 같은 도농복합도시, 외곽 지역, 접경지의 로컬 상권에도 그 여파는 얼마든지 번질 수 있다. 대형 유통망이 흔들리면 1차 생산물 공급망부터 소비 심리, 협력업체 거래, 지역 소상공인 매출까지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지역경제 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곳일수록 이런 충격은 더 늦게, 그러나 더 깊게 스며든다. 포천처럼 농축산물 생산과 소상공업, 생활밀착형 소비가 맞물린 지역에서는 유통 대기업의 구조조정이 곧 지역의 소비 위축과 상권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지방정부 역시 이번 사태를 남의 일처럼 봐서는 안 된다. 중앙정부의 중재 여부와 별개로, 각 지자체는 지역 내 상권 충격과 고용 불안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대형 유통 위기가 지역 상인과 납품업체, 자영업자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살피고, 필요하다면 긴급 금융지원, 소비 진작, 로컬 유통망 보완 등 대응책을 준비해야 한다. 위기는 늘 중심에서 시작되지만, 그 후폭풍은 종종 가장 방어력이 약한 주변부를 먼저 무너뜨린다.


이번 사태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기업 회생과 시장 원칙을 말할 때, 우리는 어디까지를 비용으로 보고 어디서부터를 삶으로 볼 것인가. 회생절차의 폐지 여부는 법원이 판단하겠지만, 그 결과를 감당해야 하는 것은 결국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사회 역시 그 판단의 무게를 함께 져야 한다. 고용을 잃을 수 있는 노동자, 하루아침에 매장을 접을 수 있는 입점 상인, 대금 회수 불안에 놓인 협력업체, 소비 위축에 직면할 지역 상권은 모두 이 사태의 이해당사자다.


정치의 역할은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누가 더 옳으냐를 따지는 데서 멈추지 않고, 누가 더 먼저 보호받아야 하느냐를 묻는 일이다. 홈플러스 위기를 둘러싼 해법은 단지 자금 2,000억 원의 조달 여부에 있지 않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위기의 비용을 가장 약한 이들에게 떠넘기지 않겠다는 사회적 합의와 행정적 의지다. 대주주와 채권단의 셈법이 끝날 때까지 노동자와 상인들에게 “조금만 더 기다리라”고 말하는 것은 결코 해법이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냉정한 시장논리의 반복이 아니다. 필요한 것은 공공의 책임, 사회적 중재, 그리고 생존권을 우선에 두는 판단이다. 홈플러스 사태가 단지 한 기업의 몰락으로 끝날지, 아니면 우리 사회가 위기 앞에서 누구를 먼저 지킬 것인가를 보여주는 계기가 될지는 이제 정부와 정치, 그리고 책임 있는 이해당사자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 메트로포천 & metropc.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BEST 뉴스

전체댓글 0

추천뉴스

  • 90세 노모가 입혀준 붉은 점퍼 소통과 효심으로 그리는 포천의 미래
  • 가평 ‘상동터널’ 건립 사업, 행안부 중투심 통과. ‘사업 추진 가속도’
  • 국민의힘, 포천 시의원 선거 ‘위기론’ 확산... 승부수는 ‘필승 전략공천’
  • 임종훈 포천시의장, '험로' 무소속 시의원 3선 도전...
  • 가을 정취 물들이는 허브아일랜드 관광객을 위한 음악회 성황
  • 경민고 총동문회 골프팀 SBS골프 고교골프최강전 4강 진출 쾌거 10월 13일 준결승 격돌
  • 독수리유격대 전몰대원 추모행사 노곡리 전적비서 엄수
  • 옥정 포천 광역철도 대진대역 공사 현장 무법천지
  • (단독)미2사단 한미연합사단 포천서 2026 추석 리셉션 개최 굳건한 한미동맹 다져
  • 도마치계곡 익수 사고 현장서 빛난 포천시 시민안전과의 대응… 군부대 비협조는 뼈아픈 오점

포토뉴스

more +

해당 기사 메일 보내기

[메트로 칼럼] 홈플러스 위기, 지금 필요한 것은 시장의 냉정함이 아니라 공공의 책임이다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