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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과 그리움의 41년, 호명리 그날의 기억을 마주하며

  • 박동민 기자
  • 입력 2026.06.28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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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오을 보훈부 장관의 슬픈기억

슬픔과 그리움의 41년, 호명리 그날의 기억을 마주하며

 

 시간은 무심히 흘러 벌써 41년이라는 세월이 지나갔습니다. 1985년 6월 30일, 푸르른 청평호의 물결이 찬란하게 빛나던 가평군 호명리. 범이 운다는 그 깊고 아늑한 골짜기로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76학번 동기들과 가족들이 함께 떠났던 야유회는, 우리 생애 가장 참혹하고 가슴 찢어지는 비극의 현장이 되고 말았습니다.

 

순식간에 일어난 배 전복 사고는 즐거웠던 웃음소리를 순식간에 비명과 절망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날 우리는 사랑하는 친구와 그들의 손을 잡고 왔던 부인, 그리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까지 모두 9명의 소중한 생명을 저세상으로 먼저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정진복, 오교현, 공세권, 한기범, 손경진, 황영화, 박주상, 황준연, 황의락.

 

지금도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면 금방이라도 뒤돌아보며 활짝 웃을 것만 같은 얼굴들이 파주시 광탄면 용미리 공원묘지에 차가운 흙이 되어 누워 있습니다. 꽃답고 창창했던 그들의 시간은 그날에 멈추어 버렸고, 남겨진 우리들의 가슴에는 41년 동안 마르지 않는 눈물샘이 깊게 파였습니다.

 

남겨진 이들의 약속, 그리고 다짐

참사가 일어난 지 41년이 흐른 지금도, 남은 친구들은 매년 6월 마지막 토요일이 되면 어김없이 한자리에 모입니다. 머리엔 어느덧 하얀 서리가 내리고 얼굴엔 주름이 깊어졌지만, 모일 때마다 우리는 그날의 참상과 가슴 미어지는 아픔을 다시금 회상합니다. 그것이 먼저 간 이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우리만의 방식이자, 살아남은 자의 엄숙한 의무이기 때문입니다.

 

그 아까운 청춘들을 먼저 보내고 흘렸던 피눈물은 세월의 흐름 속에 그리움으로 승화되었습니다. 이제 우리 모두 70세를 훌쩍 넘긴 나이가 되었습니다. 가만히 헤아려보면 앞으로 20년, 혹은 30년 후면 우리도 삶의 소임을 다하고 저세상에서 그들을 다시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때 먼저 간 이들 앞에 서서 "너희들을 단 한 순간도 잊지 않고 열심히 살다 왔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도록, 우리는 서로의 손을 꼭 잡습니다. 남은 생 동안 서로의 건강과 평안을 간절히 기원하며, 먼저 떠난 친구와 가족들의 영원한 명복을 빕니다.

 

그리운 이들이 고통 없는 그곳에서 평안히 쉬기를, 그리고 남은 우리들이 다시 만나는 그날까지 서로를 지켜주는 버팀목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국가보훈부 장관 권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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