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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칼럼] 한 표의 무게, 문화의 방향

  • 양상현 기자
  • 입력 2026.07.09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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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찬억 포천문화원장 당선이 던진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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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1표가 갈랐다.  

선거에서는 흔한 표현일 수 있지만, 포천문화원장 선거에서의 1표는 유난히 묵직하게 다가온다. 그 한 표는 단순히 당락만 가른 것이 아니라, 포천문화원이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지역사회의 기대와 긴장을 함께 보여줬기 때문이다.


박찬억 신임 포천문화원장은 초박빙 승부 끝에 제9대 원장에 올랐다. 극적인 결과만 놓고 보면 이번 선거는 흥미로운 사건으로 소비될 수도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승부의 드라마가 아니라, 그 이후에 시작될 책임의 시간이다. 특히 한 표 차 승부는 당선의 정당성을 약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넓은 경청과 더 큰 통합의 리더십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포천문화원은 단순한 행사 운영 기관이 아니다. 한 지역의 기억을 보존하고, 삶의 결을 기록하며, 공동체의 정체성을 이어가는 문화적 중추다. 지역문화원은 눈에 보이는 성과만 내는 곳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지역의 정신과 자산을 축적하는 기관이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선거는 사람을 뽑는 절차이면서 동시에 포천의 문화 철학을 선택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박 원장이 내세운 메시지, “옛것을 배우고 깨달아 새롭게 역동하는 문화포천”은 그래서 눈여겨볼 만하다. 전통을 지키는 일과 변화를 만드는 일은 때로 서로 반대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지역문화의 진짜 힘은 둘 중 하나를 택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둘을 어떻게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옛것을 박제하지 않고 오늘의 삶 속으로 다시 불러내는 일, 그것이 문화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일 수 있다.


그가 제시한 공약 역시 그런 방향을 품고 있다. 예산 확대, 화서학파 명현교육 확대, 지역 문화예술 동아리 지원, 문화재 연계 행사 활성화, 우리고장 문화재 투어 프로그램 운영, 홈페이지 소통 강화까지. 하나하나 떼어 보면 익숙한 과제들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보면 분명한 방향성이 보인다. 보존에만 머무르지 않고 활용으로 나아가며, 일부 전문가 중심에서 시민 참여형 문화로 넓히고, 오프라인 행사에 그치지 않고 디지털 소통으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예산 대폭 확충을 첫머리에 둔 현실 감각이다. 문화는 이상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좋은 취지와 따뜻한 구호가 있어도 재정 기반이 취약하면 사업은 단발성 행사로 끝나기 쉽다. 향토사 연구도, 문화재 해설도, 시민 참여 프로그램도 결국은 안정된 재원과 체계적 집행 위에서 가능하다. 박 원장이 이 점을 분명히 짚었다는 것은 문화행정을 낭만이 아니라 운영의 문제로도 본다는 뜻이다.


하지만 예산 확대가 만능 열쇠는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예산의 크기보다 방향이다. 문화원이 확보한 재원이 일부 사업에 편중되지 않고, 시민 다수가 체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쓰이는가가 관건이다. 전통문화 보존과 생활문화 진흥, 행사성 사업과 교육 사업, 원도심과 읍면 지역 사이의 균형을 얼마나 섬세하게 맞추느냐에 따라 새 원장 체제의 성패도 갈릴 것이다.


박 원장이 강조한 포천화서학파 명현교육 확대는 지역 정체성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지역의 역사와 정신문화는 대개 익숙하다는 이유로 과소평가되기 쉽다. 그러나 공동체가 스스로를 설명할 언어를 잃으면 문화는 결국 외부의 이미지와 소비 논리에 끌려가기 마련이다. 포천만의 학문 전통과 인물, 사상적 자산을 교육으로 되살리겠다는 구상은 지역문화의 뿌리를 다시 세우는 작업이 될 수 있다. 다만 그것이 과거를 기리는 데만 머문다면 시민의 호응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오늘의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풀어낼 창의적 기획이 뒤따라야 한다.


지역 문화예술 동아리 지원 확대 공약도 주목할 만하다. 사실 지역문화의 생명력은 거창한 행사보다 생활 속 작은 모임에서 더 오래 지속된다. 노래, 서예, 풍물, 사진, 연극, 시낭송 같은 소규모 동아리들은 지역의 문화 토양을 실질적으로 지탱하는 풀뿌리다. 문화원이 이들을 단순 지원 대상이 아니라 함께 성장할 동반자로 인식한다면, 포천의 문화생태계는 훨씬 단단해질 수 있다.


또한 문화재와 연계한 문화행사, 우리고장 문화재 투어 프로그램, 해설사 지원 확대는 포천이 가진 자산을 보다 입체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발상으로 읽힌다. 문화재는 보존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해석과 경험의 대상이기도 하다. 시민이 자기 지역의 문화유산을 알고 즐길 수 있을 때 비로소 문화재는 살아 있는 자산이 된다. 포천의 자연과 역사, 인물과 유산을 잇는 프로그램이 잘 설계된다면, 이는 교육과 관광, 시민 자긍심을 동시에 키우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여기에 홈페이지 운영 확대와 소통 강화 공약은 시대 변화에 대한 최소한의 감각을 보여준다. 이제 문화기관은 사업을 ‘하는 곳’에 그쳐서는 안 된다. 무엇을 왜 하는지 설명하고, 시민 의견을 듣고, 결과를 공개하며 신뢰를 쌓는 기관이어야 한다. 문화행정에서 소통은 부수적 기능이 아니라 공공성의 핵심이다. 문화원이 더 열린 조직이 될수록 시민의 지지도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박 원장 앞에 놓인 가장 시급한 과제는 따로 있다. 바로 화합이다. 1표 차 선거는 승리의 상징인 동시에 분열의 가능성을 품고 있다. 선거 과정에서 갈라진 마음을 봉합하지 못하면 어떤 공약도 속도를 내기 어렵다. 예산을 늘리고 사업을 확대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일은, 문화원이 누구의 것이 아니라 포천 시민 모두의 공간이라는 신뢰를 다시 세우는 일이다. 새 원장이 먼저 낮은 자세로 회원과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목소리를 폭넓게 듣고, 반대편에 섰던 사람들까지 품어내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하는 이유다.


결국 문화원의 미래는 거창한 선언보다 운영의 품격에서 드러난다. 얼마나 공정하게 예산을 쓰는지, 얼마나 투명하게 사업을 알리는지, 얼마나 성실하게 지역의 작은 목소리를 듣는지가 조직의 신뢰를 결정한다. 박찬억 원장이 진정으로 “새로운 문화포천”을 만들고자 한다면, 변화의 출발점은 화려한 구호가 아니라 차분한 실천이어야 할 것이다.


한 표 차 승부는 끝났다. 그러나 포천문화원의 진짜 평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 한 표가 만들어낸 변화가 단지 새 원장 한 사람의 취임으로 끝날지, 아니면 포천의 향토문화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는 출발점이 될지는 앞으로의 실천이 말해줄 것이다.


메트로포천 양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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