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리요금보다 더 무거운 것은 가장의 책임감… 보이지 않는 땀과 희생에 따뜻한 시선이 필요하다."
연일 38도를 넘나드는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에어컨이 있는 실내에서 더위를 피하지만, 누군가는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고객의 호출을 기다리며 밤을 맞이한다. 바로 우리 주변의 대리기사들이다.

최근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으로 생계 부담이 커지면서 낮에는 본업을 수행하고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는 이른바 '투잡' 직장인들이 크게 늘고 있다. 이들에게 대리운전은 용돈벌이가 아니라 가족의 생활비와 자녀 교육비, 대출 상환을 위한 또 하나의 생계 수단이다. 가장이라는 무거운 책임감을 어깨에 짊어진 채 하루의 피로를 뒤로하고 다시 밤거리로 나서는 이유도 결국 가족의 웃음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대리운전 요금이 비싸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 대리기사의 손에 들어오는 수익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대리업체 수수료 약 20%와 건별 보험료 등을 제외하면 실제 수익은 운행요금의 70% 남짓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1만5천 원짜리 운행이라면 기사에게 돌아가는 금액은 1만1천 원 안팎이다. 여기에 다음 호출을 받기까지의 대기시간과 이동시간은 물론, 호출지까지 걸어가야 하는 노동까지 고려하면 시간당 수익은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
대리기사들의 고충은 단순히 운전에서 끝나지 않는다. 고객이 있는 곳까지 가는 과정 자체가 또 하나의 노동이다. 버스가 다니지 않는 계곡이나 외곽 지역에서 호출이 들어오면 대중교통으로 최대한 가까이 이동한 뒤 다시 10분, 20분씩 걸어 올라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어렵게 도착했는데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는 말을 듣거나, 심지어 호출이 취소되는 상황을 맞닥뜨리기도 한다. 물론 대부분의 고객들은 기사들의 노고를 이해하고 배려하지만, 일부의 무심한 행동은 대리기사들에게 허탈함과 상실감을 안겨준다.
대리기사는 단순히 운전을 대신해 주는 사람이 아니다. 음주 후 운전대를 잡지 않도록 돕는 교통안전의 최일선에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존재 덕분에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를 예방하고, 소중한 생명과 가정을 지킬 수 있다. 사회 안전망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리기사들의 역할은 결코 가볍지 않다.
폭염 속에서도, 한겨울 칼바람 속에서도, 비가 쏟아지는 밤에도 대리기사들은 고객의 안전한 귀가를 위해 묵묵히 현장을 지킨다. 그들의 목적지는 단순히 고객의 집이 아니라 가족의 내일이다. 오늘도 누군가는 잠든 가족의 얼굴을 떠올리며 휴대전화 호출음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가 지불하는 대리요금에는 단순한 운전비만이 아니라 가족을 위한 책임감, 안전을 위한 사명감, 그리고 보이지 않는 땀과 인내가 함께 담겨 있다. 오늘 밤 대리기사를 만난다면 "고생하십니다", "안전운전 부탁드립니다"라는 따뜻한 한마디를 건네보자. 그 짧은 말 한마디가 폭염보다 뜨거운 하루를 견뎌낸 우리 이웃들에게는 무엇보다 큰 위로와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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