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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이 심은 무궁화, 포천 갈월천에 '인문의 숨결'을 불어넣다

  • 박동민 기자
  • 입력 2026.03.30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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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북면 갈월리 '생태 인문의 숲' 명명식... 80 평생 주민의 100주 기증이 마중물
  • 백영현 시장·임종훈 의장 시 낭송하며 '인문 도시' 가치 공유... "도로 확충 등 인프라 개선" 과제도



경기 포천시 신북면 갈월리의 작은 하천, 갈월천이 주민의 손길과 인문학적 감수성이 어우러진 '생태 인문의 숲'으로 거듭났다.


지난 30일 오전, 갈월2리 가마골 공동체 주관으로 열린 '갈월천 생태 인문의 숲 명명식'에는 백영현 포천시장, 임종훈 포천시의회 의장, 신미숙 신북면장, 황의출 포천예총 회장, 최광석 탄소중립지원센터장, 유왕현 면악최익현기념사업회 회장 등 주요 내빈과 지역 주민 5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는 유석근 갈월1리 이장, 강병태 포천농업대학 19기 동문회장, 고석천 사무국장, 박동민 메트로포천 대표, 박인미 힐데루시 대표, 자작시를 기부한 김가현 하늘담은토기 대표 등 지역 각계 인사들도 함께했다. 가마골 공동체에서는 김고훈 대표를 비롯해 이용석 총무, 최중섭·차호재 위원, 공재인 반장 등이 행사를 이끌었다.


◇ 80년 삶의 터전에 뿌리 내린 '무궁화 100주'의 기적


이번 숲 조성의 일등 공신은 갈월2리 2반 반장을 지낸 김대수·김화숙 부부다.


가마골에 최초로 정식 허가를 받아 집을 짓고 80년 평생을 살아온 이들 부부는 건강상의 이유로 정든 터전을 떠나야 했다. 그러나 떠나는 이들의 손에는 짐 대신 무궁화 묘목이 들려 있었다.


김화숙 여사는 이날 소회를 밝히며 "80 평생을 보낸 이곳에 무언가 남기고 싶어 남편과 함께 정성껏 키운 무궁화 100주를 기증하게 됐다"고 말했다. 주민 한 사람의 자발적 헌신이 마을 전체의 생태 공간을 바꾸는 인문적 실천의 마중물이 된 셈이다.


이 뜻에 공동체가 화답했다. 김상균·이용석· 차호재 위원 등 가마골 공동체 구성원들은 개발위원이자 그림자 위원으로 활동하며 숲 조성의 실무를 뒷받침했다. 주민이 씨앗을 심고, 공동체가 물을 주고, 행정이 울타리를 친 협력의 결과였다.


◇ 4년의 씨앗이 맺은 결실…탄소중립과 생태의 만남


이 숲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짚어야 한다.


최광석 포천시 탄소중립지원센터장은 경기도 공모사업인 '그린 플러스 탄소 마이너스 사업' 예산을 확보해 숲 조성의 경제적 기반을 닦았다. 특히 최 센터장은 "4년 전 신미숙 신북면장이 기후환경과장 시절 지자체 최초로 탄소중립 센터의 기틀을 잡았던 노력이 오늘 갈월천의 결실로 이어졌다"며 정책의 연속성을 강조했다.


행정의 미덕은 지속성이다. 담당자가 바뀌어도 방향이 유지되고, 작은 씨앗이 큰 나무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 갈월천 생태 인문의 숲은 그 미덕이 실현된 사례다.


유왕현 면암최익현기념사업회 회장은 "실행이 중요하다"며 과거 공동체의 노력이 현재의 생태숲 조성으로 이어진 역사적 맥락을 강조했다. 말이 아니라 행동이 숲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 시(詩)가 흐르는 하천…"인문은 삶의 태도"


명명식은 내빈들의 시 낭송으로 절정에 달했다.


임종훈 의장은 윤동주의 '서시'를 낭송하며 "정치인으로서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의정을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어릴 적 이곳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던 추억을 공유하며 좌중의 웃음을 자아낸 그는, 무궁화가 포천을 대표하는 생태숲의 상징이 되길 기원했다.


백영현 시장은 정호승의 '봄길'을 통해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스스로 길이 되는 주민들의 노고에 감사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백 시장은 시를 인용해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는 공동체의 의미"를 강조했다.


사회를 맡은 김고훈 가마골 공동체 대표는 나짐 히크메트의 시를 인용해 "가장 아름다운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이라며 갈월천이 만들어갈 미래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신미숙 신북면장 또한 도종환의 '담쟁이'를 낭송하며 주민들이 함께 벽을 넘듯 만들어낸 이 숲이 포천의 새로운 자랑이 될 것임을 확신했다.


자작시를 기부한 김가현 하늘담은토기 대표의 참여는 이날 행사가 단순한 행정 행사를 넘어 지역 예술과 문화가 어우러진 자리임을 보여줬다.


황의출 포천예총 회장은 "문화예술과 인문도시의 결합, 자연 보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포천에 이런 옥보다 귀한 물줄기가 있다는 것이 놀랍다"고 말했다.


◇ "명소화 위해선 접근성 개선 필수" 쓴소리도


행사 말미에는 현실적인 과제도 던져졌다.


황의출 회장은 "이곳이 진정한 명소가 되려면 차량 교행이 가능한 도로 확충 등 인프라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름만 붙인 숲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닿을 수 있는 숲이 되어야 한다는 요구였다.


이에 대해 임종훈 의장과 백영현 시장은 생태 보전과 개발의 균형을 맞추며 주민 불편을 해소할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화답했다.


백영현 포천시장은 "주민 스스로 이름을 붙인 갈월천은 인문 도시 포천의 가장 이상적인 모델"이라며 "앞으로도 주민들의 자발적인 공동체 활동이 행정의 지원을 받아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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