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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만 안고 갈 뻔한 포천”…식당 안 한마디가 여행의 끝을 바꿨다

  • 양상현 기자
  • 입력 2026.03.31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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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트밸리 공사에 아쉬움 토로하던 안성 은퇴부부들…한탄강·산정호수·허브아일랜드 이야기 듣고 “다시 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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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기억은 때로 관광지보다 사람에게서 남는다.  

며칠 전 포천 아트밸리 인근의 한 식당에서는, 자칫 실망으로 끝날 뻔한 하루가 한 시민의 진심 어린 설명으로 다시 살아나는 장면이 펼쳐졌다.


점심 무렵 식당 안에는 경기 안성에서 올라온 손님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은퇴 후 모처럼 시간을 맞춘 다섯 팀의 부부였다. 들뜬 마음으로 포천을 찾았지만, 분위기는 기대와 달랐다. 이들이 먼저 둘러본 아트밸리 곳곳에서 공사와 멈춰선 듯한 시설들을 마주한 탓이었다. “멀리서 왔는데 기대만큼은 아니네”라는 아쉬움이 식탁 위에 번졌고, 모임을 이끈 총무는 일행의 원망 섞인 말을 묵묵히 듣고 있었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사람은 아트밸리 자작나무집 식당의 양명종 씨였다. 양 씨는 이들의 대화를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고 했다. 포천이 한 곳의 미완성된 풍경만으로 기억되는 것이 못내 아쉬웠기 때문이다.


그는 조심스럽게 손님들 대화에 말을 보탰다.  

“포천은 아트밸리만 보고 돌아가기엔 아까운 곳입니다.”


양 씨가 꺼낸 것은 변명이 아니라 포천의 다른 얼굴이었다.  

굽이굽이 이어지는 한탄강의 긴 물길과 출렁다리,  

산 위에 고요히 내려앉은 산정호수,  

맑고 한적한 풍경을 품은 청계호수,  

식물원과 야경이 어우러지는 허브아일랜드,  

그리고 대형 전시물로 시선을 붙드는 예술정원까지.  

그는 포천의 명소를 나열한 것이 아니라, 왜 그곳들이 좋은지, 왜 한 번 더 가볼 만한지를 천천히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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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식당 안 공기가 조금씩 달라졌다.  

처음엔 실망이 먼저였던 표정들이 어느새 호기심으로 바뀌었다.  

“포천에 그런 곳도 많았느냐”  

“그럼 오늘 다른 데도 가봐야겠네”  

질책을 받던 총무의 얼굴에도 다시 웃음이 돌았다.


한때 “다시 오고 싶지 않다”는 쪽으로 기울던 여행은, 그 자리에서 방향을 틀었다. 손님들은 식사를 마친 뒤 포천의 다른 명소를 더 둘러보겠다고 했고, 결국 “다음에는 시간을 더 내서 다시 와보겠다”는 말까지 남겼다. 실망이 감탄으로, 아쉬움이 기대감으로 바뀐 순간이었다.


이 장면은 포천 관광의 과제와 가능성을 함께 보여준다.  

대표 관광지의 공사와 운영 공백은 도시 전체 이미지에 그대로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대로 지역을 아끼는 시민 한 사람의 친절과 설명은 그 이미지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 관광은 시설만으로 완성되지 않고, 결국 사람을 통해 기억된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한다.


양 씨는 이 일을 두고 “우리는 너도나도 포천의 홍보대사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짧은 말이지만 울림은 작지 않다.  

지역을 찾은 손님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어떻게 기억하게 할 것인가. 그 답은 거창한 구호보다, 자기 도시를 사랑하는 시민의 태도에서 먼저 시작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물론 시민의 친절이 관광 인프라의 부족을 대신할 수는 없다. 아트밸리처럼 포천을 대표하는 관광지는 그 이름에 걸맞은 완성도와 안정적인 운영으로 방문객을 맞아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분명한 사실도 있다. 포천의 진짜 힘은 명소의 수만이 아니라, 그 명소를 자기 일처럼 소개하는 사람들에게 있다는 점이다.


그날 안성에서 온 다섯 팀의 부부는 포천을 두 번 만난 셈이다.  

처음엔 조금 실망스러운 여행지로,  

그리고 곧이어 다시 오고 싶은 도시로.


식당 안 우연한 대화 하나가 도시의 인상을 바꿨다.  

포천의 관광 경쟁력은 어쩌면 바로 그런 장면들 속에서 자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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