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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수첩]벚꽃길의 고함과 한 기자의 뒷모습

  • 박동민 기자
  • 입력 2026.04.11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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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입 금지’ 표지판 하나가 아쉬운 이유

[현장수첩] 벚꽃길의 고함과 한 기자의 뒷모습… ‘진입 금지’ 표지판 하나가 아쉬운 이유

흐드러진 벚꽃이 터널을 이루며 상춘객을 불러 모으는 계절, 꽃길의 낭만이 한순간에 당혹감으로 뒤바뀐 현장이 있었다.

 

지난 저녁, 기자는 포천의 한 벚꽃길에서 취재를 마친 뒤 지역 사진 예술인들과 인근 커피숍을 찾았다. 그때 인파가 몰린 벚꽃길 안쪽으로 승용차 한 대가 진입하면서 소란이 일기 시작했다. 꽃길을 걷던 시민들은 “왜 차를 가지고 여기까지 들어오느냐”며 운전자를 향해 날 선 목소리를 높였다.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차량으로 다가가니 운전석에는 60대 중반의 장애를 가진 한 여성이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채 앉아 있었다. 좁은 길에서 사람들의 비난까지 쏟아지자 어찌할 바를 몰라 하는 모습이었다.

 

기자는 곧장 운전자에게 다가가 안심시킨 뒤, 차량이 안전하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조력자를 자처했다. “입구까지 안내해 드릴 테니 후진으로 천천히 나오시라”는 말과 함께 차량이 도로 끝까지 무사히 퇴거할 때까지 세심하게 길을 살피며 안내를 마쳤다.

 

현장을 지켜본 결과, 이번 소동의 근본적인 원인은 운전자의 부주의 이전에 ‘행정적 세심함의 부재’에 있었다. 해당 구간은 본래 농로(農路)로 차량 통행이 가능한 곳이지만, 벚꽃 개화기에는 많은 인파가 몰려 사고 위험이 큰 지역이다.

 

하지만 입구 어디에도 차량 진입을 제한하거나 보행자 전용임을 알리는 표지판은 보이지 않았다. 아주 작은 크기의 ‘차량 진입 금지’ 안내판 하나만 있었더라도, 장애를 가진 운전자가 비난의 대상이 되거나 시민들이 불편을 겪는 일은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꽃길은 모두에게 열려 있어야 하지만, 그 안전과 질서를 유지하는 것은 관계 당국의 몫이다. 누구나 실수로 길을 잘못 들 수 있다. 비난보다는 안내가, 고함보다는 세심한 표지판 하나가 필요한 이유다.

 

현장에서 만난 그 아주머니가 무사히 돌아가는 뒷모습을 보며, 벚꽃 시즌에는 누군가의 당황스러운 후진이 아닌 모두가 웃으며 걷는 꽃길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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