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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스토리] “쌀만 놓고 오면 안 됩니다”… 131번의 나눔, 태사모봉사단 이천희 회장이 지켜온 봉사의 방식

  • 양상현 기자
  • 입력 2026.04.19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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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천서 11년 넘게 이어진 ‘지속가능 쌀 나눔’… 물품보다 마음을 먼저 전하는 봉사, 지역사회에 깊은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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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분들의 마음을 치유해줘야 되는 그런 사명이 있어요.”


경기 포천시에서 11년 넘게 이어진 태사모봉사단의 ‘지속가능 쌀 나눔’ 현장을 관통하는 말은 의외로 단순했다. 쌀과 라면, 생필품을 나누는 봉사이지만, 이천희 회장이 강조하는 것은 늘 물품 그 자체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다.


4월 19일 포천시 가산면에서 열린 제131회 ‘지속가능 쌀 나눔’ 행사 현장. 노란 조끼를 입은 회원 20여 명은 경기미와 포천쌀 등 백미 60포대, 라면과 생필품을 정리하고 옮기느라 분주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익숙한 봉사 현장이지만, 태사모봉사단의 분위기는 조금 달랐다. 물품을 빠르게 나르고 정리하는 손길 사이로, 이웃 한 사람 한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유난히 신중함이 배어 있었다.


그 중심에는 이천희 회장의 오랜 원칙이 있다. 그는 회원들에게 늘 같은 말을 전한다고 한다. “급하게 물품만 주고 사진 찍고 나오는 봉사는 절대 하지 말라”는 것이다. 봉사의 성패는 빨리 끝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봉사자가 돌아간 뒤에도 수혜자가 “다음 달을 기다릴 수 있는 마음”을 남기고 오는 데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회장은 인터뷰에서 봉사의 본질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냥 쌀포대만 주고 돌아오면 그분들이 서운해하시겠죠. 그런 이미지를 절대 남기지 마세요. 빨리 끝난다고 이게 잘한 게 절대 아닙니다.” 짧은 말이지만, 태사모봉사단이 131회 동안 나눔을 이어온 방식과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실제로 태사모봉사단의 쌀 나눔은 단순한 물품 전달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어려운 이웃에게 필요한 것은 당장의 생필품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신을 기억하고 찾아오는 누군가의 존재이기도 하다는 판단에서다. 이 회장은 봉사를 통해 “마음을 치유해줘야 한다”는 표현을 썼다. 배고픔과 생활고 못지않게, 외로움과 소외감이 사람을 더 깊이 지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현장에서 오래 지켜본 사람의 말로 들린다.


그래서 태사모봉사단의 봉사는 속도보다 관계에 가깝다. 쌀 한 포대를 전달하는 손길에 안부를 묻는 말이 함께 따라붙고, 생필품을 전하는 순간에 ‘다음에도 다시 찾아오겠다’는 약속이 함께 담긴다. 도움을 받는 이들을 단순한 수혜자가 아니라, 같은 지역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 대하는 태도다. 오랜 봉사 끝에 태사모봉사단이 지역사회에서 신뢰를 얻어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31회라는 기록은 숫자만으로도 남다르다. 201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이 행사는 매월 한 차례씩 빠짐없이 이어져 왔다. 지역 봉사 활동이 일회성 행사로 소비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현실에서, 태사모봉사단의 꾸준함은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진다. 한 번의 선행이 아니라, 매달 반복되는 책임과 성실이 쌓여 오늘의 기록을 만든 셈이다.


이날 현장에서는 청소년 회원들도 함께했다. 어른들 곁에서 물품을 나르고 정리하는 모습은 단순한 봉사 참여를 넘어, 나눔의 가치가 세대 사이에 전해지는 장면처럼 보였다. 이 회장이 강조하는 ‘마음을 남기는 봉사’ 역시 이런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다음 세대에게 전해지고 있었다.


태사모봉사단은 쌀 나눔에만 머물지 않고 장학사업, 바자회, 지역 후원 연계 등으로 활동 폭을 넓혀가고 있다. 하지만 이천희 회장이 지키는 중심은 여전히 같다. 봉사는 많이 주는 일보다 깊이 다가가는 일이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사람을 돕는 일은 결국 사람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는 데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이 회장의 말처럼 태사모봉사단의 나눔은 ‘쌀만 놓고 돌아오는’ 봉사가 아니다. 그들은 매달 포대와 상자만 옮기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안부를 묻고, 외로움을 덜고, 다음 달에도 잊지 않고 다시 오겠다는 믿음을 함께 전한다.


그래서 포천에서 이어진 131번의 나눔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다.  

그것은 한 봉사단체가 오랜 시간 지켜온 방식의 힘이며,  한 회장의 신념이 지역 공동체 안에서 어떻게 살아 움직이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쌀은 언젠가 다 먹게 되지만, “빨리 끝난다고 잘한 게 아니다”라는 이천희 회장의 말은 오래 남는다. 봉사의 본질이 효율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사실을, 태사모봉사단은 131번의 현장에서 묵묵히 증명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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