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좌일·왕규식 제치고 결선 없이 본선행…민주당, 연천에서 예상보다 빠르게 깃발 세워
- 이제 승부는 시작됐다…‘토박이 변화론’ 박충식과 ‘현직 안정론’ 김덕현의 정면 대결

더불어민주당 연천군수 경선은 결선까지 갈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3자 구도였고, 권리당원 50%와 일반 군민 여론조사 50%가 합쳐지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당심과 민심이 절반씩 반영되는 구조에서는 어느 한쪽만 강해서는 승부를 끝내기 어렵다. 그래서 지역 정가 안팎에서는 “결국 2차 결선에서 최종 승자가 가려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보다 훨씬 빨랐다.
박충식 예비후보가 1차 경선에서 과반을 넘기며 결선 없이 더불어민주당 연천군수 후보로 확정됐다. 김좌일·왕규식 후보를 상대로 거둔 이번 승리는 단순한 경선 통과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민주당 내부의 선택이 생각보다 빠르게 한쪽으로 쏠렸다는 점, 그리고 박충식이라는 이름이 당심과 민심 모두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확장성을 확보했다는 점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정치에서 1차 과반은 숫자 이상의 메시지를 갖는다.
그것은 단지 “이겼다”가 아니라, “굳이 다시 물을 필요가 없었다”는 뜻에 가깝다. 특히 3자 경선에서 과반 득표는 조직력, 인지도, 호감도, 그리고 승부를 앞둔 기대치가 한 방향으로 모였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번 결과는 민주당이 연천에서 적어도 내부 정리만큼은 예상보다 훨씬 매끄럽게 끝냈다는 신호다.
박 후보의 강점은 분명하다.
그는 스스로를 ‘연천 토박이’로 내세우며 중앙정치의 거친 언어보다 바닥 민심의 생활 언어로 승부를 걸어왔다. 휴대전화 번호 공개 같은 파격적인 소통 행보도 결국 같은 맥락이다. 거창한 수사보다 손에 잡히는 거리감 없는 정치, 즉 ‘만날 수 있는 후보’, ‘말이 통하는 후보’라는 이미지를 꾸준히 쌓아온 셈이다. 이번 경선 결과는 그 생활정치 전략이 당원과 일반 군민 모두에게 일정 부분 먹혀들었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여기서 민주당이 읽어야 할 대목도 있다.
이번 승리는 박충식 개인의 승리인 동시에, 연천에서 민주당이 본선을 앞두고 보여준 조기 결집의 성과이기도 하다. 경선이 길어지고 상처가 깊어질수록 본선 경쟁력은 약해진다. 반대로 1차에서 승부가 정리되면 후보는 곧바로 본선 체제로 전환할 수 있다. 박 후보가 “원팀”을 강조한 것도 그래서 의미가 있다. 경선 승리의 기세를 내부 통합으로 곧바로 연결하지 못하면, 1차 과반의 상징성은 빠르게 희미해질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여기서 착각해선 안 된다.
경선 압승이 곧 본선 승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당 안에서의 결집력과 전체 유권자 앞에서의 경쟁력은 엄연히 다른 문제다. 오히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본선에서 박충식 후보가 마주할 상대는 현직 프리미엄을 가진 국민의힘 김덕현 후보다. 한쪽이 변화와 소통을 내세운다면, 다른 한쪽은 안정과 행정 연속성을 앞세울 가능성이 크다. 선거 구도 역시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박충식의 ‘토박이 변화론’과 김덕현의 ‘현직 안정론’, 이 두 프레임의 정면 충돌이다.
박 후보에게 남은 과제는 분명하다.
첫째, 경선 승리의 의미를 내부 환호에만 가두지 말아야 한다. 1차 과반은 박수를 받을 기록이 아니라, 더 넓은 유권자를 설득하라는 명령에 가깝다.
둘째, ‘소멸 위기의 연천을 살릴 적임자’라는 메시지를 보다 구체화해야 한다. 소멸 위기라는 말은 강력하지만, 유권자는 결국 해법을 묻는다. 인구, 일자리, 정주여건, 농촌경제, 교통, 복지 가운데 무엇을 우선할 것인지, 연천의 미래를 어떤 순서로 바꿀 것인지를 보여줘야 한다.
셋째, 원팀 구성을 실제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 경선에서 경쟁했던 후보들과 지지층을 얼마나 빨리 끌어안느냐가 본선의 첫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경선 결과가 지역 정치에 던진 메시지는 단순하다.
민주당은 연천군수 선거에서 더 이상 후보 정리 단계에 머물러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제 관심은 내부 경쟁이 아니라 외부 확장으로 넘어갔다. 박충식 후보가 1차 과반이라는 기세를 본선 경쟁력으로 이어갈 수 있을지, 아니면 경선 승리에 머문 채 현직의 벽 앞에서 흔들릴지가 관전 포인트다.
선거는 종종 착시를 만든다.
경선에서 크게 이기면 본선도 쉬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유권자는 전혀 다른 질문을 던진다. 당원들이 좋아한 후보가 아니라, 연천의 다음 4년을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를 묻는다. 박충식 후보가 이제 답해야 할 것도 바로 그것이다.
민주당의 대표선수로 확정됐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가 정말 연천의 대표선수가 될 준비가 돼 있는가 하는 점이다.
1차 과반은 분명 강한 출발이다.
하지만 출발이 빠르다고 결승선이 가까워지는 것은 아니다.
연천군수 선거는 이제부터다.
박충식의 1차 과반 확정은 민주당의 결집력을 보여줬지만, 본선에서는 결국 ‘변화의 설득력’이 ‘현직의 안정감’을 넘어설 수 있느냐가 승부를 가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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