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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처 없는 시의원 명함"... “시민과 소통하겠다는 것인가, 가로막겠다는 것인가”

  • 양동원 기자
  • 입력 2026.05.25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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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초의원 선거구 일부 공보 명함에 전화번호 전무... 디지털 소통 강조 이면의 ‘현장 행정 불통’ 논란

 "우리 동네 민원을 가장 가까이서 듣고 해결하겠다는 시의원 후보의 명함에 정작 주민이 전화를 걸 수 있는 연락처가 없습니다. 이게 시민 중심의 소통입니까, 행정 편의주의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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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메트로포천]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선거구에서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선거 공보물과 명함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후보들의 공보용 명함에 정작 가장 기본적인 '개인 연락처(휴대폰 번호)'가 누락되어 있어 주민들의 거센 비판과 행정학적 불통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다.


시의원은 국회의원이나 도지사처럼 거대 담론을 다루는 큰 정치인이 아닌, 동네의 막히는 교통, 부족한 주차 공간, 아이들 교육과 노인 돌봄 등 일상의 미시적 불편을 상시 경청하고 해결해야 하는 '생활 밀착형 기초자치 일꾼'이다. 그러나 정작 주민과의 상시 소통 창구가 되어야 할 명함에 연락처를 배제한 행태는 지자체 민생 행정의 본질을 망각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최근 배포된 일부 후보들의 공보물과 명함 데이터를 전수 분석한 결과, 상당수 후보가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나 사무실 연락처를 기재하지 않은 채 출마 스펙트럼과 주요 약력만을 나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캠프 측은 이에 대해 "선거철 무분별한 장난 전화나 스팸성 민원을 방지하고, 공보물 내 스마트 QR코드를 전면 배치해 세부 공약과 정책을 모바일 화면으로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스마트 소통 플랫폼’을 구축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선거 비용을 아끼고 디지털 전자화를 통한 친환경 선거를 실천하겠다는 명분이다.


그러나 이 같은 행정은 현장 민생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비판이 가중되고 있다. 구도심의 경우 대규모 신도시에 비해 1인 독거노인 가구와 고령층 유청자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스마트폰을 통한 QR코드 인식이 서툴거나 디지털 기기 접근성이 떨어지는 노인층 유권자들에게 연락처가 없는 명함은 사실상 '소통의 거부'이자 '행정 장벽'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방자치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들은 후보들이 내건 화려한 슬로건과 실천 행보 사이의 괴리를 날카롭게 꼬집고 있다. 후보들이 저마다 "시민과의 소통", "현장의 목소리를 빠르게 취합"이라며 민생 해결사 자임을 외치고 있지만, 정작 주민들이 당장 폭우로 집 앞 하수구가 막히거나 가로등이 꺼졌을 때 시의원에게 즉시 연락할 방법은 차단해 둔 셈이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기초의원의 최고 자산은 정당의 간판이나 화려한 학위 박사 딱지가 아니라, 동네 주민이 언제든 밤낮없이 전화를 걸어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는 ‘전화번호의 개방성’에 있다”라며 “선거 기간부터 민원 전화를 필터링하겠다는 발상은 시의회 입성 후 주민 위에 군림하는 관료형 정치로 변질될 위험성이 매우 높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과거 의정부 시의회에서 복수 공천의 한계를 깨고 당선됐던 선례나, 주민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던 중견 실무 행정가들의 공통점은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온 동네 골목길에 공개하고 발로 뛰는 ‘저인망식 소통’이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결국 유권자들이 다가오는 선거에서 눈여겨봐야 할 기준은 화려한 예산 절감 구호나 첨단 디지털 플랫폼이 아닌, “누가 우리 동네를 위해 가장 가까이서 귀를 열고 끝까지 움직일 준비가 된 인재인가”의 여부다.


전화번호조차 지워버린 명함 한 장이 일상의 민의를 수렴해야 할 기초의회 행정의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지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유권자들의 소중한 혈세와 표심이 누구에게 향할지 향후 선거 국면의 엄중한 인물 검증 칼날이 매서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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