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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꽃보다 오래 남는 것, 마음을 움직인 노래 한 곡의 힘

  • 최봉규 기자
  • 입력 2026.06.09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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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음악과 나눔이 만난 축제의 가장 따뜻한 순간
  • - 자라섬을 더 아름답게 만든 것은 꽃만이 아니었다
  • - 꽃길 위에 울린 노래, 마음을 모은 버스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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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는 대개 눈으로 먼저 기억된다.  

화려하게 피어난 꽃, 사람들로 붐비는 길, 계절의 빛을 머금은 풍경이 먼저 마음에 들어온다. 그러나 어떤 축제는 풍경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 안에서 울려 퍼진 노래 한 곡, 누군가를 돕기 위해 모인 마음, 낯선 이들과 함께 나눈 짧지만 따뜻한 순간이 오히려 더 오래 남는다. 가평 자라섬 꽃 페스타에서 펼쳐진 수와진과 동료 가수들의 ‘심장병 어린이 돕기’ 버스킹은 바로 그런 기억을 남기는 무대였을 것이다.


봄꽃으로 물든 자라섬은 원래도 충분히 아름다운 곳이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이 진정 깊어지는 순간은, 눈을 즐겁게 하는 경관 위에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가 더해질 때다. 이번 버스킹 공연은 꽃을 보러 온 관람객들에게 음악이라는 선물을 건넸을 뿐 아니라, 그 음악이 다시 심장병 어린이를 돕는 나눔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다. 축제가 소비의 장을 넘어 연대의 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특히 이번 공연이 수와진이 오랜 시간 이어온 기금 마련 활동의 연장선이라는 점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선한 뜻은 대개 거창한 구호보다 꾸준함에서 더 큰 힘을 얻는다. 한 번의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무대를 만들고, 노래를 통해 사람들의 공감을 모으고, 그 공감을 다시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전하는 일. 그것은 음악이 단지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사회를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드는 통로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


9일 진행된 ‘장예주의 뮤직카페 15회 야외무대 특집’ 역시 그런 의미를 풍성하게 했다. 수와진을 비롯해 여러 가수들이 함께 무대에 올라 관람객들과 호흡한 장면은, 축제가 단지 관람하는 행사가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현장임을 보여준다. 관객들은 노래를 듣고 박수를 보내는 데서 그치지 않고, 기부의 의미에 공감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며 무대의 일부가 됐다. 좋은 공연은 귀를 즐겁게 하지만, 좋은 나눔은 마음까지 움직인다. 이번 무대는 그 두 가지가 아름답게 만난 경우라 할 만하다.


눈길을 끈 것은 현장성만이 아니다.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전국의 시청자들이 함께한 점은 오늘날 축제의 가능성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현장을 찾지 못한 사람들도 실시간 채팅으로 응원과 신청곡을 보내며 같은 시간, 같은 감동을 나눴다. 물리적 거리는 떨어져 있었지만 마음의 거리는 오히려 가까워졌다. 축제가 오프라인 공간에 머무르지 않고 디지털을 통해 더 넓은 공감의 장으로 확장되는 흐름 속에서, 이번 공연은 온·오프라인이 조화롭게 만나는 문화행사의 좋은 사례로 읽힌다.


공연이 끝난 뒤 관객과 출연진이 함께 손하트를 그리며 기념사진을 남기고, 팬들이 전한 꽃바구니가 봄꽃 가득한 자라섬 풍경과 어우러졌다는 장면은 특히 인상적이다. 축제의 진짜 온도는 바로 그런 데서 느껴진다. 무대와 객석이 분리되지 않고, 관람과 참여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예술과 나눔이 같은 결로 흐르는 순간. 그때 축제는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사람 사이의 정을 회복하는 자리로 바뀐다.


오늘날 지역 축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만큼이나 ‘어떤 가치를 남길 것인가’가 중요하다. 꽃이 아름답다고 해서 모두가 기억되는 축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풍경 위에 이야기가 쌓이고, 행사 위에 철학이 더해질 때 비로소 축제는 지역의 브랜드가 된다. 그런 점에서 자라섬 꽃 페스타가 경관형 축제에 머무르지 않고 기부와 공연, 디지털 소통까지 결합한 복합 문화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이 축제가 ‘즐거움’과 ‘의미’를 굳이 나누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꽃을 보며 즐거워했고, 음악을 들으며 위로받았으며, 기부에 동참하며 보람을 느꼈다. 아름다움과 선의가 같은 자리에서 공존할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둘이 함께할 때 축제의 감동은 훨씬 깊어진다는 사실을 이번 무대는 조용히 보여주었다.


우리는 종종 좋은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좋은 일이 가장 넓게 퍼지는 순간은 사람들의 마음을 자연스럽게 열어줄 때다. 음악은 바로 그런 힘을 가진다. 설명보다 빠르게 감정을 건드리고, 설득보다 먼저 공감을 만든다. 수와진과 동료 가수들의 버스킹은 그 힘을 선하게 사용한 무대였다. 누군가는 노래를 듣기 위해 발길을 멈췄고, 누군가는 꽃 사이를 걷다 우연히 그 의미를 알게 되었으며, 누군가는 화면 너머로 응원을 보냈을 것이다. 그렇게 모인 작은 마음들이 결국 한 아이의 치료와 희망에 닿는다면, 그보다 아름다운 축제의 쓰임도 드물다.


꽃은 때가 지나면 진다.  

하지만 꽃길 위에서 나눈 마음은 쉽게 지지 않는다.  

한 계절의 축제가 오래 기억되는 이유도 어쩌면 거기에 있다.  

눈에 남는 풍경 때문만이 아니라,  

그날 내 마음이 조금 더 따뜻해졌기 때문이다.


자라섬의 봄은 그래서 더 특별해졌다.  

꽃이 피어 아름다웠고,  

노래가 울려 감동적이었으며,  

나눔이 더해져 오래 기억될 풍경이 되었다.  

좋은 축제는 사람을 모으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사람의 마음을 한곳으로 모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이번 자라섬의 버스킹은 바로 그 완성의 한 장면이었다.


메트로포천 최봉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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