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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 누가 와해시키고 있는가?》

  • 박동민 기자
  • 입력 2026.06.16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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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기호 국회의원 칼럼

 《국군, 누가 와해시키고 있는가?》

 오늘날 우리 군이 직면한 안보 현실을 바라보면, 76년 전 6.25 전쟁 직전의 뼈아픈 비극이 불길하게 오버랩되는 것을 지울 수 없다. 역사는 늘 치명적인 실책의 이면에 '안보 불감증'과 '지휘부의 무능'이 있었다고 고발한다.

 

1950년 6월 25일 새벽, 북한의 기습 남침이 시작되기 직전 우리 군의 모습은 어땠는가. 북한군의 수상한 움직임에 대비해 두 달간 유지해 오던 비상대기 태세가 하필이면 전쟁 전날인 6월 24일 토요일에 해제되었다. 전 군의 외출과 외박 통제가 풀리면서 최전방 부대마저 텅 비어 버렸다. 그뿐만이 아니다. 전쟁을 불과 열흘 앞두고 전방 사단장들을 전원 교체하는 상식 밖의 인사가 단행되었고, 6월 24일 밤에는 육군본부 주최로 육군회관 준공 기념 파티가 열려 군 지휘부 전체가 술에 취해 있었다.

 

만약 그때, 오직 홀로 비상경계 태세를 늦추지 않고 춘천 전선을 지켜낸 김종오 6사단장이 없었다면 이 나라는 어떻게 되었겠는가. 그의 결단이 북한군의 진격을 사흘간 막아내며 나라를 구했지만, 지휘부의 안일함이 초래한 대가는 수백만 동포의 피와 눈물이었다.

 

그런데 지금, 2026년의 대한민국 국군은 과연 안전한가? 

최근 군 안팎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들은 북한의 요구 사항을 그대로 대변해 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로 심각한 와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첫째, 유능한 작전 역량을 갖춘 장성들이 군의 중심에서 축출당하고 있다. 

정당한 지휘와 대비태세를 갖춘 군인들에게 프레임을 씌워 파면과 전역으로 내몰았다. 그 결과 최전방의 가장 중요한 요충지를 지켜야 할 군단장과 사단장 자리에 작전 전공자가 아닌, 인사나 군수, 정책 업무 위주의 인물들이 보직되는 기막힌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전쟁은 행정으로 치르는 것이 아니다.

 

둘째, 군의 눈과 귀가 멀어가고 있다. 

군사 보안과 방첩을 전담하던 방첩사령부는 사실상 해체 수준의 개편을 맞았고, 대북 정보를 전담하던 정보사령부 역시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심지어 동맹국인 미국과의 긴밀한 정보 비밀마저 무분별하게 공개되면서, 미군이 핵심 정보를 제공하기를 꺼리는 정보 고립 상태로 치닫고 있다. 정보가 없는 군대는 장전되지 않은 총과 같다.

 

셋째, 군의 허리이자 미래인 인적 인프라가 무너지고 있다. 

현재 최전방 부대는 초급간부 부족으로 신음하고 있지만, 당국은 아무런 대책 없이 시간만 보내고 있다. 미래의 지휘관을 양성해야 할 육군사관학교는 지원율 급감과 중도 자퇴 속에서 실질적인 폐교 수순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위기이며, 재학생의 상당수가 임관을 포기하려 한다. 비전이 사라진 군대에서 전방의 군인들은 줄줄이 전역 지원서를 던지고 있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다. 외출·외박이 풀리고 지휘관들이 술에 취해 있던 1950년 6월 24일의 방심이 남침의 길을 열어주었듯, 지휘부를 무력화하고 정보와 보안을 허물며 군인의 사기를 꺾는 지금의 현실은 북한이 가장 바라는 시나리오대로 흘러가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군을 와해시키는 자, 누구인가! 지금 당장 이 위험한 국방 무력화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면, 우리는 또다시 감당할 수 없는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다. 정부와 국방부는 지금이라도 안보의 고삐를 죄고, 무너진 군의 기강과 시스템을 바로 세워야 한다.

한기호 의원 (국민의힘, 춘천·철원·화천·양구을) 육군 중장 출신으로 제18, 19, 21, 22대 국회의원이자 국회 국방위원장을 역임한 대표적인 군사 안보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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