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딸기
김나경
어릴 적 들판에는
학교보다 먼저 가고 싶은 길이 있었지.
키 작은 풀숲 사이로
가시를 피해 손을 넣으면
붉게 익은 산딸기가
수줍은 얼굴로 숨어 있었어.
하나 따 먹고
또 하나 따 먹고
친구들과 웃다보면
입술은 어느새 빨갛게 물들고
손끝에는 여름이 묻어나 있었어.
새콤하고 달콤한 맛을
마음가득 채우고,
햇살에 데운 산바람은
세상 모든 걱정을 잊게 했지.
지금도 산길에서
붉은 산딸기를 만나면
나는 그 들판의 소녀가 된단다.
주름진 세월을 뒤로 세우고
입술이 빨갛도록 웃던
그날들이
풀잎 사이에서
나를
"어서 와."하고 부르면
나는 뭉클한 가슴으로
그리웠던 들판을 향해
빨갛게 빨갛게 달려가는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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