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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재난 앞 ‘사전 예방’으로 방향 튼 포천시…반지하 가구 주거안전망 강화 나선다

  • 양상현 기자
  • 입력 2026.06.24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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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류방지시설 최대 120만 원·제습기 지원…주거복지를 재난 대응형 생활정책으로 확장

4 포천시  '반지하가구 주거환경 개선사업' 대상자 모집.jpg


포천시가 여름철 집중호우에 취약한 반지하 가구를 대상으로 주거환경 개선 지원에 나섰다. 침수 이후 복구를 지원하는 사후 대책이 아니라, 피해 자체를 줄이기 위한 사전 예방형 정책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최근 기후위기로 국지성 호우와 집중강우가 잦아지는 상황에서, 반지하 주거는 가장 먼저 위험에 노출되는 생활 공간 중 하나다. 포천시가 이번 사업을 통해 보여준 것은 단순한 복지 지원이 아니라, 재난 대응과 주거복지를 결합한 생활 밀착형 행정의 방향 전환이다.


포천시는 오는 2026년 7월 10일까지 관내 반지하 거주 가구를 대상으로 ‘반지하 가구 주거환경 개선사업’ 신청을 받는다고 밝혔다. 신청은 주소지 관할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에서 가능하다. 이번 사업은 경기주택도시공사(GH) 경기도주거복지센터가 주관한 ‘2026년 경기도 주거복지사업 아이디어 공모’에 포천시 사업안이 최종 선정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 왜 반지하가 다시 정책 전면에 섰나


반지하 주거는 한국 도시정책에서 오랫동안 취약 주거의 상징으로 지목돼 왔다. 특히 집중호우가 발생할 때 하수 역류와 침수 피해가 반복되면서, 반지하 거주민의 안전 문제는 단순한 주거 불편이 아니라 생명과 직결되는 재난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포천시 역시 이런 현실을 감안해, 여름철 재난 취약 계층 중에서도 반지하 가구를 선별해 지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업의 핵심은 피해가 발생한 뒤 수습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위험 요소를 미리 줄이는 데 있다. 시는 저지대 반지하 주택의 고질적 문제인 하수 역류와 실내 습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역류방지시설 설치와 제습기 지원 두 가지 항목을 마련했다. 지원 대상 가구는 이 가운데 한 가지를 선택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 최대 120만 원 역류방지시설…‘예방 효과’에 무게


구체적으로 보면 역류방지시설은 가구당 최대 120만 원까지 설치 비용이 지원되며, 제습기는 가구당 50만 원 이내 물품이 제공된다. 포천시는 사업의 시급성을 고려해 역류방지시설 설치 신청 가구를 우선 지원할 방침이다.


이 같은 우선순위 설정은 행정적으로도 의미가 있다. 제습기는 거주 환경의 쾌적성을 높이는 보완 장치라면, 역류방지시설은 침수 자체를 막는 핵심 수단이기 때문이다. 즉 이번 사업은 단순히 불편을 덜어주는 수준이 아니라, 침수 피해를 예방하는 직접적 안전장치를 지원하는 데 중심을 두고 있다. 주거복지 정책이 삶의 질 개선을 넘어 재난 취약성을 낮추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 주거복지와 재난정책의 결합


정책적으로 보면 이번 사업은 주거복지와 재난 대응의 경계가 점차 흐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 주거복지는 주택 공급, 집수리, 임대 지원 등 생활 안정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제는 기후위기 시대에 맞춰 “어떻게 더 안전하게 살게 할 것인가”가 중요한 정책 기준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도농복합도시인 포천은 도시형 주거 취약지와 농촌형 생활 취약지가 공존하는 구조를 갖고 있어, 지역 맞춤형 안전 대책이 필요하다. 반지하 가구 지원은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위험에 가장 직접적으로 노출된 주민에게 실질적인 효과를 주는 ‘정밀 복지’ 성격이 강하다. 예산을 넓게 나누는 방식보다 취약성이 큰 지점을 정확히 겨냥하는 정책 설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 기후위기 시대, 생활정책의 기준이 달라진다


최근 경기북부 지역은 예측하기 어려운 집중호우와 국지성 강우가 반복되면서, 생활 현장에서 체감하는 기후위기 위험이 커지고 있다. 이런 변화는 지방정부의 복지정책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단순히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것만이 아니라, 기후 위험에 민감한 계층과 공간을 우선적으로 보호하는 방식으로 정책 우선순위가 조정되고 있는 것이다.


포천시의 이번 사업도 그런 변화의 한 사례로 볼 수 있다. 반지하 가구는 평소에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재난 상황이 오면 가장 취약한 생활공간이 된다. 결국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정책은 주거비 보조만으로 충분하지 않고, 실제 재난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물리적 대응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점을 이번 사업이 보여준다.


◇ 인구정책·정주정책과도 연결되는 주거안전


포천시는 최근 정주 여건 개선과 취약계층 생활 안정, 인구 유입 기반 강화 등을 주요 시정 과제로 삼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반지하 가구 주거환경 개선사업은 단순한 복지사업을 넘어, ‘안전한 도시’라는 기본 조건을 다지는 정책으로 읽힌다. 사람이 머무는 도시는 화려한 개발보다 먼저, 위험으로부터 일상을 지켜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다.


특히 청년층과 저소득층, 주거 취약 가구는 지역에 정착할 때 주거의 안전성과 안정성을 가장 민감하게 본다. 따라서 반지하 가구를 포함한 취약 주거 개선은 도시 이미지와 정주 만족도, 나아가 인구 유지 전략과도 무관하지 않다. 결국 생활 안전을 보장하는 주거복지는 장기적으로 도시 경쟁력과도 연결된다.


◇ 작은 사업처럼 보여도 행정 메시지는 분명하다


이번 지원사업은 규모만 보면 대규모 개발사업이나 복지 확충 정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정책 메시지는 분명하다. 지방정부가 가장 취약한 생활 현장을 먼저 찾아가고, 실제 위험을 줄이는 실용적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재난은 누구에게나 오지만, 피해는 늘 취약한 공간에 더 크게 집중된다. 포천시가 반지하 가구를 겨냥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포천시 관계자는 “이번 사업이 반지하 거주 가구의 여름철 수해 불안감을 줄이고 안전한 생활 기반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현장 수요를 반영해 주거 취약계층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도시 환경을 조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결국 포천시의 이번 조치는 주거복지를 단순 지원 정책이 아니라, 기후재난 시대의 생활 안전망으로 재정의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집중호우가 일상이 되어가는 시대, 도시의 경쟁력은 얼마나 빠르게 개발하느냐보다 얼마나 세밀하게 취약한 삶을 보호하느냐에서 갈릴 수 있다. 반지하 가구 지원은 그 기준을 보여주는 작은 출발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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