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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번 없는 영웅들의 울림… 포천시립극단, ‘독수리 유격대’ 연극 성황리 개최

  • 양상현 기자
  • 입력 2026.06.25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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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25 전쟁 76주년 맞아 자생적 청년 유격대의 호국 정신과 비극 재조명… 임태순 감독 “평생 잊지 않고 무대 올릴 것” 울먹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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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쟁 발발 76주년을 맞아 포천 지역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했던 민간 유격대 ‘독수리 유격대’의 숨겨진 역사와 숭고한 희생을 다룬 연극 공연이 포천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포천시립극단은 25일 반월아트홀 소극장에서 군번 없이 조국을 위해 산화한 영웅들을 기리는 창작극을 무대에 올리고, 유가족 및 지역 인사들과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를 성황리에 마쳤다.


이번 공연은 포천시가 최근 낙후된 외곽 지역의 정주 여건 개선과 향토 문화·보훈 자산 확충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는 정책 기조 속에서, 지역의 고유한 정신적 유산을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 1950년 11월 포천 청년들의 자발적 결성… 격전지 누빈 군번 없는 영웅들


독수리 유격대는 6·25 전쟁 초기인 1950년 11월, 당시 38선 접경이자 북한 치안 하에 놓여있던 포천 지역에서 공산주의에 반대하고 고향을 지키기 위해 청년과 소년들이 자생적으로 조직한 민간 유격대다. 최종성 초대 대장을 필두로 16세 소년 복무자부터 50대 중장년까지 총 63명의 대원이 아무런 대가 없이 자원해 전장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국군 17연대 1대대 등에 배속 및 합류한 뒤 경북 의성, 청송, 예천을 비롯해 철원·김화지구(373고지 전투 등) 등 최전방 격전지를 누비며 인민군과 중공군을 상대로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 과정에서 16명의 대원이 장렬히 전사하며 전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 군번 없는 신분의 서러움… 오해로 인한 간부 처형 등 전쟁의 상흔 생생히 묘사


연극은 독수리 유격대가 눈부신 전과를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군번 없는 군인’이라는 신분적 한계로 인해 겪어야 했던 차별과 비극을 가감 없이 그려냈다. 특히 부대 이동 과정에서 발생한 행정적 오해로 인해 유격대 간부 5명이 억울하게 무단이탈죄로 몰려 즉결 처분(총살)당했던 참혹한 사건이 무대 위에 재현됐다.


당시 살아남은 대원들은 한겨울 한파 속에서 군복과 군장을 모두 압수당한 채 중공군이 점령한 남한강 적진으로 내몰리는 지옥 같은 상황을 겪었으나, 대장의 유훈에 따라 끝까지 흩어지지 않고 뭉쳐 국군 32연대로 복귀했다. 이들은 맨발로 다시 북진 대열의 선봉에 서며 숭고한 애국심을 증명했다. 휴전 후에는 복무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귀향 조치된 대원들이 다시 군번을 받고 재입대해야 했던 역사적 상흔도 함께 다뤄져 객석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 유가족들의 눈물로 세운 전적비… 국군의 명예 위해 가해자 실명 감춘 배려


공연 후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에서는 독수리 유격대의 사료를 모으고 명예회복을 이끌어낸 유가족과 지역사회의 눈물겨운 여정이 소개됐다. 유가족들은 전후 아버님의 행방을 찾지 못해 오랜 기간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등 연좌제와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렸다. 이후 부산 정부문서고 등에서 군 기록을 발굴하고 국방부의 공식 조사를 거쳐 마침내 국립현충원에 위패를 모시고 관내에 ‘독수리유격대 전적비’를 건립하게 됐다.


유가족 대표 최면택 씨는 “독수리 유격대는 개개인의 모임이 아니라 포천의 형제, 사촌, 이웃들이 고향을 지키기 위해 뭉친 포천의 정신이자 영원히 섬겨야 할 정신적 유산”이라며 역사적 진실성을 강조했다. 특히 유가족들은 전적비를 건립하고 진실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당시 간부들을 오해해 처형했던 대대장의 실명을 전적비에 새기지 않는 등 ‘국군의 명예’를 먼저 보호하려는 대인배적 배려를 보인 것으로 알려져 큰 감동을 주었다.


◇ 임태순 감독 “평생 잊지 않고 공연할 것” 약속하며 울먹여… 민관 협력 보훈 문화 확산 기대


이날 행사에는 임종훈 포천시의회 의장, 윤춘근 독수리유격대 기념사업회장 등 지역 주요 인사와 현역 장병들이 대거 참석했다. 임종훈 의장은 "우리가 누리는 평화는 이분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지역 보훈 가치 발전을 지속해서 응원하겠다고 밝혔고, 윤춘근 회장은 전 대원이 타계한 유격대원 63인을 위한 객석 전체 묵념을 제안해 장내를 엄숙하게 했다. 극 중 최종성 대장 역을 맡은 배우 이장희 씨는 "연습을 하며 그 시절 영웅들의 결단력을 감히 흉내 내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났다"며 소회를 전했다.


이번 작품의 집필과 연출을 도맡은 포천시립극단 임태순 연출(감독)은 무대 마무리를 통해 향후 보훈 문화 계승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임 감독은 윤춘근 회장과의 약속을 언급하며, “포천시립극단이 아니더라도, 혹은 그 어떤 재정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제가 이 독수리 유격대 이야기만큼은 평생 잊지 않고 간직하며 무대에 올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하는 대목에서 목이 메인 듯 끝내 눈물을 흘려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지역 문화 전문가들은 이 같은 향토 보훈 예술 공연의 활성화가 도농복합도시 포천의 지역 공동체 결속력을 다지고, 공공 안보 인프라와 결합해 안심하고 거주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적 정주 만족도를 한층 고도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시 당국은 향후에도 잔존하는 향토 역사 자료의 고증을 지원하고 보훈 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제도적·행정적 지원 체계를 지속해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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