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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주한 칼럼 철원에서 제주까지 대장정의 마무리

  • 박동민 기자
  • 입력 2026.07.06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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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에서 제주까지 25일차 7월4일

홍주한 칼럼 철원에서 제주까지 대장정의 마무리 

부산에서 제주까지 25일차 7월4일

 아침에 눈을 뜨니 예정보다 너무 푹 자버린 뒤였다. 치열했던 여정의 끝이 보인다는 안도감이었을까 아니면 공항까지 고작 20km 남짓 남았다는 안심이 온몸의 긴장을 일시에 풀어버린 탓이었을까. 시계를 보니 오전 11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 제주로 향하는 비행기 출발 시간은 오후 4시 55분. 최소 탑승 20분 전에는 도착해야 했기에 묵직해진 몸을 일으켜 서둘러 길을 나섰다.

 

원래 계획은 부산을 떠나기 전 따뜻한 밀면이나 돼지국밥 한 그릇으로 마지막 인사를 대신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촉박한 시간은 그런 소박한 낭만마저 허락하지 않았다. 뜨거운 국물 한 모금의 아쉬움을 뒤로한 채 오직 공항만을 바라보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마치 마지막 시험이라도 하듯 발목의 통증이 다시금 도지기 시작했다. 걸음을 뗄 때마다 찌르는 듯한 통증은 점차 심해졌고 어느새 골반까지 뒤틀리며 절뚝거려야 했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여기서 주저앉으면 지난 24일간 흘린 땀방울이 무너질 것만 같았다. 속도가 나지 않아 제시간에 닿지 못할까 봐 물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이는 시간조차 아까웠다.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아픈 발목을 악물며 오직 앞만 보고 걸었다.

 

출발 20분 전 극적으로 공항에 들어서며 무사히 비행기 좌석에 몸을 묻었다. 그 순간 가슴 깊은 곳에서 정체 모를 묘한 감정이 울컥 치밀어 올랐다. 정말 끝난 게 맞을까. 꿈만 같았고 스스로도 믿기지 않는 기적 같은 순간이었다.

 

비행기가 바다를 건너 제주에 닿았을 때 공항에서 집으로 향하는 남은 4km의 길은 온전히 나만을 위한 마지막 행진이었다. 천천히 발을 내딛는 와중에 하늘에서 장대비가 쏟아졌다. 세차게 뺨을 때리는 빗줄기였지만 이상하게도 차갑지 않고 가슴이 시원해졌다. 하늘이 지난 고단함을 씻어내 주듯 촉촉이 젖은 채로 마침내 집 문을 열었다.

 

텅 빈 집안에는 고요함만이 감돌았다. 청춘의 한 페이지였던 군 생활을 무사히 마치고 전역해 이 거대한 대장정까지 끝내고 돌아온 날 마주한 적막함 속에서 대견함과 홀가분함이 섞인 깊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

 

씻고 나오니 때마침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방금 밭일을 마쳤으니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가자는 그 평범한 목소리가 세상 가장 따뜻한 환영사로 들렸다. 

 

마침 캐나다에서 6년간의 긴 유학 생활을 끝내고 사흘 전에 귀국한 사촌동생도 자리를 함께해 주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족발을 가운데 두고 오랜만에 부모님과 마주 앉아 밀린 이야기를 나눴다. 거창한 해단식은 없었지만 서로의 무사함을 바라보는 눈빛만으로 충분했다. 그렇게 철원의 거친 땅에서 시작해 푸른 제주의 집 앞마당까지 이어졌던 위대하고도 치열했던 국토대장정의 감격스러운 막이 따뜻한 가족의 품 안에서 조용히 내렸다.

 

철원에서 출발해 제주에 닿기까지 길 위에서 보낸 시간은 매 순간이 한계와의 싸움이었습니다. 이 길고 험난했던 대장정의 발자국을 칼럼을 통해 매일 함께 걸어주시고 따뜻한 응원을 보내주신 독자 여러분께 고개 숙여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외롭고 포기하고 싶던 순간마다 저를 일으켜 세운 것은 길 위에서 마주한 소중한 인연들과 독자 여러분이 보내주신 무언의 성원이었습니다. 여러분이 계셨기에 비로소 이 대장정이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만 길 위에서 배운 인내와 감동을 가슴에 깊이 새기고 앞으로도 더 진솔하고 깊이 있는 기록으로 독자 여러분의 삶에 찾아갈 것을 약속드립니다. 그동안 함께해 주셔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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