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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병원 완화병동 개소… ‘원정 임종’ 줄이고 지역 돌봄 체계 완성도 높인다

  • 박동민 기자
  • 입력 2026.03.17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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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포천시민들이 가족의 마지막 시간을 지키기 위해 의정부나 서울 등 외지 병원을 찾아야 했던 이른바 ‘원정 임종’의 불편이 앞으로는 한층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의료원 포천병원이 17일 본관 3층에 완화병동을 개소하면서, 지역 안에서 임종기 환자와 가족을 돌볼 수 있는 공공의료 기반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이번 완화병동 개소는 단순한 병상 확충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치료 중심 의료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기 쉬웠던 임종기 돌봄을 지역 공공병원이 책임지는 체계를 갖췄다는 점에서다. 특히 포천처럼 외부 대형병원 의존도가 적지 않았던 지역에서는 시민이 자신이 살아온 생활권 안에서 삶의 마지막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상징성과 실효성을 함께 갖춘 조치로 평가된다.


◇ 완화의료, 치료의 포기가 아니라 존엄한 돌봄의 확장


완화병동, 즉 호스피스 병동은 말기 암 환자 등 치유가 어려운 환자를 대상으로 통증을 완화하고 증상을 조절하며, 심리적·사회적 고통을 덜어 삶의 질을 높이는 전문 의료 서비스다. 흔히 치료를 중단한 뒤 머무는 공간으로 오해되기도 하지만, 완화의료의 본질은 ‘포기’가 아니라 남은 시간을 보다 편안하고 존엄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


이 과정에서 돌봄의 대상은 환자 개인에만 머물지 않는다. 임종기를 함께 견뎌야 하는 가족 역시 중요한 돌봄의 주체다. 환자의 불안과 통증, 보호자의 심리적 소진, 이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의 정서적 부담까지 함께 살피는 것이 완화의료의 핵심이다. 그런 점에서 완화병동은 단순한 의료시설이 아니라, 삶의 마지막 국면을 사회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를 보여주는 공공 돌봄의 현장이라 할 수 있다.


◇ 지역 안에서 마지막을 지킬 수 있게 된다는 의미


그동안 포천시민들 가운데 적지 않은 이들은 말기 환자 돌봄을 위해 지역 밖 병원을 찾아야 했다. 치료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도 의정부나 서울의 상급종합병원, 대형 의료기관으로 이동해야 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환자와 가족 모두 적지 않은 부담을 감수해야 했다.


이러한 ‘원정 임종’은 단순히 거리가 먼 문제만은 아니다. 환자는 이동 자체가 큰 신체적 부담이 될 수 있고, 가족은 간병과 병원 이동, 시간과 비용, 심리적 피로를 함께 떠안아야 한다. 마지막 시간을 익숙한 생활권이 아닌 낯선 의료 환경에서 보내야 한다는 점 역시 적지 않은 상실감을 남긴다. 따라서 포천병원 완화병동 개소는 지역 내에서 임종기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선택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시민 체감도가 높은 변화가 될 가능성이 크다.


◇ 공공병원이 공공성을 실천한 사례

이번 완화병동 개소가 갖는 또 하나의 의미는 공공의료의 본령을 다시 확인시켜 준다는 데 있다. 완화의료는 일반적으로 높은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분류된다. 그럼에도 공공병원이 이 기능을 강화했다는 것은, 의료를 단지 경제성의 문제로만 보지 않고 주민의 삶의 질과 존엄을 지키는 공공서비스로 접근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특히 고령화가 진행되고 만성질환·중증질환 돌봄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완화의료는 더 이상 주변적 기능이 아니다. 지역 의료체계의 완성도를 가늠하는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다. 그런 점에서 포천병원의 이번 결정은 수익성보다 공공성을 우선한 사례이자, 지역 의료안전망을 보다 촘촘하게 만드는 조치로 평가할 수 있다.


◇ 병원에서 가정으로 이어지는 통합돌봄의 접점


이번 완화병동 개소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3월 19일 예정된 ‘퇴원환자 통합돌봄 연계지원 업무협약’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이는 병원 안에서의 치료와 돌봄이 퇴원 이후 곧바로 끊기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가정 중심의 돌봄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을 만든다는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의료와 복지는 같은 대상을 두고도 별개의 체계처럼 작동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병원에서는 치료가 끝났지만, 가정에서는 돌봄 준비가 되지 않아 공백이 발생하는 일이 반복돼 왔다. 이런 점에서 완화병동과 통합돌봄 연계는 ‘병원-지역사회-가정’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환자와 가족 입장에서는 돌봄의 연속성이 높아지고, 지역사회 입장에서는 공공의료와 복지 행정의 협업 기반이 강화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 남은 과제는 운영의 내실화


물론 병동 개소 자체만으로 모든 과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완화의료가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전문인력 확보와 안정적인 운영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병상만 갖춰놓는다고 해서 완화의료의 질이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의료진의 전문성, 상담 및 심리 지원, 가족 프로그램, 퇴원 후 연계 체계 등이 함께 작동해야 비로소 완성도 있는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또한 지역 복지 자원과의 긴밀한 연결도 중요하다. 퇴원 이후 재가 돌봄, 방문건강관리, 복지 상담, 가족 지원 프로그램 등이 유기적으로 이어져야 완화병동이 지역 돌봄의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다. 결국 이번 개소의 성패는 시설 설치 그 자체보다, 얼마나 촘촘한 운영과 연계 시스템을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 지역 의료의 빈틈을 메우는 중요한 전환점


한 지역의 의료 수준은 큰 병원이나 첨단 장비의 유무만으로 평가되기 어렵다. 시민이 아플 때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지, 회복 이후 지역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지, 그리고 삶의 마지막 순간에도 존엄을 지킬 수 있는지가 함께 판단 기준이 돼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포천병원 완화병동 개소는 포천 의료와 복지 체계의 빈틈을 메우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볼 만하다. ‘원정 임종’의 부담을 줄이고, 지역 안에서 삶의 마지막을 돌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다. 여기에 퇴원환자 통합돌봄 연계까지 안정적으로 구축된다면, 이번 개소는 단순한 병동 신설을 넘어 포천형 지역복지 모델의 완성도를 높이는 계기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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