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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금병창 120년의 궤적, 한 무대에 오른다… 한예종 정기발표회 ‘병창, 과거·현재·미래’

  • 양상현 기자
  • 입력 2026.03.25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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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월 3일 이어령예술극장서 개최… 1906년 유성기 음반 속 박팔괘 소리 재현
  • 남북한 병창 비교부터 정가·민요·창작 확장까지, 전통과 미래 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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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금병창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한 무대에서 조망하는 특별한 공연이 마련된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이 가야금병창의 역사성과 예술적 확장성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정기발표회를 선보인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은 오는 2026년 4월 3일 금요일 오후 7시, 서울 석관동 캠퍼스 이어령예술극장에서 성악전공 제3회 정기발표회 ‘가야금병창의 비상 - 병창, 과거·현재·미래’를 개최한다.


이번 무대는 단순한 학생 발표회를 넘어선다. 1900년대 초 유성기 음반에 담긴 초기 병창을 복원하고, 남북한에서 서로 다르게 전개된 가야금병창의 흐름을 비교하며, 오늘날 병창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한 자리에서 보여준다는 점에서 학술적·예술적 의미가 크다.


공연의 중심에는 가야금병창의 초기 원형을 되짚는 작업이 놓여 있다. 특히 1906년 유성기 음반에 남은 박팔괘 명창의 ‘산양가’를 현대 무대에서 재현하는 프로그램은 이번 발표회의 핵심으로 꼽힌다. 이 소리는 오늘날 널리 알려진 남도병창과는 또 다른 결을 지닌 초기 병창의 흔적을 보여주는 자료로 평가된다. 전통예술원은 이를 무대 언어로 다시 살려냄으로써 가야금병창의 출발점을 현재의 감각으로 되돌아보는 시도를 펼친다.


이와 함께 1920~30년대 병창 전성기를 이끈 명인들의 음악도 함께 조명된다. 서산 출신 심상건 명창의 ‘강상풍월’, 남도병창의 흐름을 대표하는 최소옥 명창의 ‘새타령’ 등이 무대에 오르며, 유성기 음반 시대 명인들의 음악적 특징과 병창의 계보를 되새기게 한다.


이번 공연이 더욱 주목되는 이유는 병창의 역사 복원에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무대는 분단 이후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남북한 가야금병창의 차이도 비중 있게 다룬다. 북한의 가야금병창은 전통 판소리 성음과는 구별되는 맑고 선명한 발성과 개량 가야금 중심의 연주 양식을 특징으로 한다. 공연에서는 ‘해당화’, ‘령산모판아리랑’ 등 북한 신민요 계열 작품을 통해 남한의 병창과는 다른 미감과 구조를 체감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전통 장르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프로그램도 눈길을 끈다. 정가 선율과 병창을 결합한 정가병창, 경·서도 민요를 접목한 민요병창, 판소리의 극적 요소를 살린 단막 형식의 무대 등은 가야금병창이 더 이상 특정 전통 양식에 머무르지 않고 동시대적 해석과 무대 문법 속에서 새롭게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공연 후반부에는 12현 전통 가야금과 25현 개량 가야금이 함께 어우러지는 대합주 무대도 마련된다. ‘상사천리몽’, ‘풍년놀이’ 등 다채로운 작품에 성악 전공 학생들이 함께 참여해 병창의 집단적 울림과 미래적 가능성을 부각할 예정이다.


이번 발표회에는 성기숙 전통예술원장을 비롯해 채수정 총연출, 이선 기획 및 지도교수 등 전통예술계 주요 인사들이 힘을 보탰다. 전통예술 교육 현장이 축적한 연구와 실연 역량이 결합된 무대라는 점에서, 공연은 교육성과와 예술 실험의 접점을 보여주는 사례로도 읽힌다.


가야금병창은 오랫동안 판소리의 주변 장르 또는 부속 예술로 인식되기도 했지만, 이번 무대는 병창이 독자적인 음악 어법과 미학, 그리고 시대별 변화를 품은 독립 장르라는 점을 분명히 드러낸다. 120년 전 음반 속 소리에서 출발해 남북의 분화, 현대적 재구성, 창작적 확장으로 이어지는 흐름은 병창이 과거의 유산인 동시에 미래의 예술이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한다.


한예종 전통예술원이 마련한 이번 발표회는 전통의 복원에 머물지 않고, 그 전통이 오늘의 무대에서 어떻게 다시 살아날 수 있는지를 묻는 자리이기도 하다. 가야금병창의 긴 시간을 한 무대에 압축한 이번 공연이 전통예술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하는 의미 있는 장면으로 남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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