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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시, ‘초등 다문화 국제학교’ 추진…의욕 앞섰지만 실현 과제도 적잖다

  • 양상현 기자
  • 입력 2026.04.09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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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문화 학생 맞춤형 교육 필요성 공감대…설립 권한·재원·운영주체 등 넘어야 할 산
  • 최종보고회서 청사진 제시됐지만 시장·교육장 불참…정책 동력 의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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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포천시가 전국 최초의 초등 단계 ‘다문화 국제학교’ 설립을 추진하며 다문화 교육체계 개편에 나섰다. 지역 내 다문화 학생 비율이 전국 평균의 약 2배에 이르고, 이들 대부분이 중도입국 학생이라는 점에서 맞춤형 교육 지원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크다. 다만 학교 설립의 실질 권한이 경기도교육청에 있는 데다 재원 조달, 운영 방식, 학생 수급, 정치적 추진력 등 현실적 과제도 만만치 않아 구상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포천시는 8일 ‘다문화 학생 맞춤형 교육 지원 방안 연구용역’ 최종보고회를 열고 단기 현장 지원과 중장기 전문 교육기관 설립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공개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포천지역 다문화 학생 비율은 8.6%로 전국 평균의 약 2배 수준이며, 일부 학교는 전교생의 절반가량이 다문화 학생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전체 다문화 학생의 90% 이상이 부모를 따라 입국한 중도입국 학생으로, 한국어 부족에 따른 수업 부적응과 또래 관계 형성의 어려움이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이 같은 문제의식 자체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포천은 이미 지역 학교 현장에서 다문화 교육 수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고, 국적 역시 베트남 중심에서 방글라데시 등 20개국 이상으로 다변화되는 추세다. 단순한 언어 지원을 넘어 생활 적응, 정서 지원, 진로 설계까지 포괄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런 점에서 포천시가 다문화 교육을 지역 미래 전략의 하나로 끌어올린 것은 의미 있는 시도라는 평가가 가능하다.


문제는 그다음 단계다.  

이번 연구용역은 포천시에 ‘초등학교 단독 모델’의 다문화 국제학교 설립을 권고했다. 학생 구성은 다문화 학생 50~60%, 일반 학생 40~50%의 통합형 모델을 제시했고, 교육과정은 한국어 기반 위에 영어 몰입교육, IB 프로그램, 제2외국어, 예체능 맞춤형 수업 등을 포함하는 방안이 검토됐다. 신읍동 시유지를 우선 입지로 검토하고, 가산면 감암리 부지 등 대안도 함께 제시됐다.


청사진만 놓고 보면 상당히 야심차다.  

하지만 바로 그 지점에서 실현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따라붙는다. 초등 다문화 국제학교는 기존 공교육 체계 안에서도 매우 이례적인 모델이다. 일반 학생과 다문화 학생을 함께 모집하는 방식이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작동할지, 영어 몰입교육과 IB 과정을 접목할 경우 교원 수급과 교육과정 운영 역량을 어떻게 확보할지, 학생 10명당 교원 1명 수준의 인력 배치가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등은 모두 추가 검토가 필요한 대목이다.


무엇보다 설립 권한이 포천시에 있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변수다.  

다문화 국제학교 설립의 실질적 주체는 경기도교육청이다. 포천시가 부지 제공과 일부 운영비 지원 의사를 밝히더라도, 교육청이 학교 신설 필요성과 재정 타당성을 인정하지 않으면 사업은 진척되기 어렵다. 결국 이번 연구용역은 포천시의 독자적 실행계획이라기보다 교육청을 설득하기 위한 정책 제안서에 가깝다. 이 때문에 향후 경기도교육청과의 협의가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번 구상은 상징적 선언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정 문제도 현실적 과제다.  

학교 부지를 확보하는 것과 실제 학교를 설립·운영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건립비와 운영비, 통학 지원, 전문인력 채용, 프로그램 유지 비용 등을 감안하면 단순한 의지나 시범사업 수준으로 감당할 수 없는 규모의 예산이 필요할 수 있다. IB 프로그램 도입과 영어 몰입교육, 상담·통역 전문인력 배치까지 포함되면 일반 학교보다 운영비 부담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전국 최초”라는 상징성에 비해 재정 구조와 지속 가능성에 대한 설명은 아직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생 모집 구조도 따져볼 문제다.  

포천시 3년 이상 거주자에게 우선 선발권을 주면서 경기북부권 학생까지 모집하겠다는 구상은 교육 거점화와 인구 유입 효과를 동시에 노린 전략으로 읽힌다. 그러나 이는 반대로 해석하면 포천 자체 수요만으로는 학교 운영 안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외부 학생 유입을 전제로 할 경우 통학 여건, 학부모 선호도, 기존 학교와의 관계 설정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지역 내 일반 초등학교와의 학생 분산 문제도 향후 쟁점이 될 수 있다.


현장에서는 단기 지원 확대가 오히려 더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포천시는 지난해 대진대학교와 협력해 운영한 ‘경기 한국어 랭귀지 스쿨(KLS)’ 프로그램을 확대해 교육 기간을 3개월에서 최대 1년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실제로 중도입국 학생들에게는 별도 학교 설립 논의보다 당장 학교 수업을 따라갈 수 있도록 돕는 한국어 집중교육, 정서 상담, 학부모 소통 지원이 더 절실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정책은 장기 비전보다 단기 현장 지원에서 먼저 성과를 입증해야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정책 추진 동력을 둘러싼 의문도 남는다.  

이날 최종보고회에는 초등 다문화 국제학교 설립에 강한 의지를 보여온 것으로 알려진 백영현 포천시장과 소성숙 포천교육지원청장이 참석하지 않았다. 단순한 일정 문제일 수 있지만, 상징성이 큰 보고회에 핵심 의사결정권자들이 빠졌다는 점은 정책의 실제 추진 의지를 두고 해석을 낳을 수밖에 없다. 특히 학교 설립은 지자체와 교육당국의 긴밀한 공조가 핵심인데, 양 기관 수장이 동시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은 다소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렇다고 이번 구상 자체의 의미를 과소평가할 필요는 없다.  

포천이 지역 실정에 맞는 다문화 교육 모델을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점, 그리고 단순 복지 차원을 넘어 교육정책의 틀로 접근했다는 점은 분명 의미가 있다. 다만 지금 단계에서 필요한 것은 ‘전국 최초’라는 수식어보다 더 구체적인 실행 로드맵이다. 누가 주도하고, 어떤 예산 구조로, 어떤 일정에 따라, 어떤 형태의 학교를 만들 것인지가 명확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상징성은 크지만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한 구상으로 남을 수 있다.


결국 이번 다문화 국제학교 논의의 성패는 두 가지에 달려 있다.  

하나는 경기도교육청을 실질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 만큼 정책 설계가 정교한가이고, 다른 하나는 그 과정에서 현재 학교에 다니는 중도입국 학생들에게 실제 도움이 되는 단기 지원책을 얼마나 빠르게 확충하느냐다.


포천의 다문화 교육 현실은 분명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이제 중요한 것은 구호가 아니라 실행이다.  

‘전국 최초’라는 상징을 넘어, 정말 현장에 필요한 학교와 지원체계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가 포천시 다문화 교육정책의 진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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