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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통의 숨결, 현대의 언어로 새기다... 소광 전부경 명장의 '서각 예술' 32년

  • 양상현 기자
  • 입력 2026.04.30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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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민국 전통공예 명장(제23-014호), 포천에서 피운 문자 조형의 꽃... 2026 코리아아트페스타서 예술 세계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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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포천시 신북면의 한 작업실. 나뭇결 위로 정교하게 새겨진 문자들이 저마다의 생명력을 뿜어내는 가운데, 한쪽 벽면에는 색소폰을 비롯한 악기들이 나란히 걸려 있다. 얼핏 음악실을 연상케 하는 이 공간이 바로 소광(昭光) 전부경 명장의 작업실 '소광문자조조형연구소'다. 32년째 이 자리를 지키며 전통 서각(書刻)의 맥을 현대적 언어로 풀어내는 그는 사단법인 대한민국 전통공예협회로부터 '전통공예 명장(제23-014호)'으로 지정된 이 분야의 권위자다.


최근 '동행'을 주제로 열린 '2026 제14회 코리아아트페스타'에 참여하며 한국 서각 예술의 현주소를 다시 한번 증명해 보인 전 명장. 29일 오후 본지 양상현 기자는 황의출 포천예총 회장과 함께 그의 작업실을 찾아 예술 철학과 지역 문화예술의 현주소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 "글씨를 새기는 것을 넘어, 살아있는 문자를 만드는 것"


전 명장은 먼저 서각의 정의부터 차근차근 풀어냈다.


 "'글 서(書)' 자에 '새길 각(刻)' 자를 씁니다. 글씨를 써서 나무 등에 새기는 것이 서각의 기본입니다."


서각의 역사적 뿌리는 궁궐이나 사찰의 현판을 제작하던 각자장(刻字匠)에 닿아 있다. 팔만대장경판이나 임금의 어필(御筆)을 새긴 궁궐 현판이 그 대표적인 유산이다. 그러나 전 명장이 추구하는 현대 서각은 이러한 전통적 보존 기능을 훌쩍 넘어선다.


 "전통 서각이 임금의 글씨나 경전을 보존하는 기능적 측면이 강했다면, 현대 서각은 글자를 매개체로 하여 예술적으로 변형하고 형상화하는 과정입니다. 갑골문이나 목간체 등 고전의 근거를 바탕으로 하되,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 살아있는 문자를 만드는 것이 작업의 핵심입니다."


그의 작업실에는 이 철학이 고스란히 구현된 작품들이 즐비하다. 사슴 '록(鹿)' 자를 갑골문의 형상으로 재해석한 작품, '요산요수(樂山樂水)'를 조형적으로 풀어낸 작품들은 단순한 글자를 넘어 하나의 독립된 조형물로서 강렬한 생명력을 발산한다. 이번 코리아아트페스타에 출품한 '행복', '좋아 나도 좋아' 역시 나무의 질감을 살린 바탕 위에 입체적으로 새겨진 문자가 시각적 즐거움과 정서적 안정을 동시에 선사한다는 호평을 받았다.


◇ 서각보다 먼저였던 음악... 1977년부터 시작된 예술 인생


전 명장의 예술 여정은 서각보다 음악이 먼저였다. 그는 1977년부터 음악 활동을 시작했으며, 색소폰을 비롯한 악기 연주에 깊은 조예를 쌓아왔다. 작업실 한켠을 가득 채운 악기들은 그 오랜 음악 인생의 흔적이다. 현재도 포천문화원 등에서 색소폰 강사로 활동하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고, 유튜브 채널 '소광색소폰tv'를 직접 운영할 만큼 음악에 대한 열정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예술의 여러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그의 행보는 작품 속에 내재된 리듬감과 조화로움의 원천이 되고 있다. 서각 분야에서도 철원과 포천문화원에서 10년 이상 강의하며 후학을 양성해온 그는 한국미술협회 이사 및 각종 대전의 심사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예술 행정가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수행해왔다.


◇ 세계가 인정한 예술성... 오바마상부터 UN NGO 그랑프리까지


전부경 명장의 예술적 성취는 국내를 넘어 세계 무대에서도 독보적이다.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스포츠 실버상(Sports Silver)'을 수상한 독특한 이력을 지니며, UN-NGO IAEWP(세계평화교육자연합)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하며 작품의 국제적 가치를 입증했다.


국내에서는 대한민국 미술대전 초대작가 및 운영·심사위원, 대한민국 남북통일 세계예술대전 심사위원장을 역임하며 한국 미술계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왔다. 사단법인 한국서각협회 이사 및 강원도 지회장, 한국미술협회 전통공예분과 이사 등 예술 행정가로서의 행보도 폭넓다.


그의 작품은 독립기념관,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연세대학교 박물관, 국립군산대학교 미술관 등 국내 주요 기관은 물론 일본, 중국 등 해외 박물관에도 소장되어 있으며, 150여 회에 달하는 국내외 초대전이 그 예술적 깊이를 증명한다.


◇ 포천 예술계의 기억들... 그리움과 아쉬움 사이


대담이 무르익으면서 포천 지역 문화예술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전 명장과 황의출 회장은 이만구 전 포천문화원장에 대한 깊은 존경을 함께 표했다. 열정적인 활동으로 포천문화원을 활성화했던 그에 대해 전 명장은 "누구 한 사람 흉보는 사람이 없을 정도"라며 그 인품과 헌신을 기렸다.


대담 중에는 안타까운 기억도 소환됐다. 전 명장은 고(故) 임승호 전 예총회장과 함께 레고랜드 조형물 작업을 추진하려 했던 과거를 회상하며 그의 갑작스러운 사고사에 대한 깊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함께 꿈꾸던 프로젝트가 끝내 빛을 보지 못한 채 마무리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작업실 안에 잠시 무겁게 내려앉았다.


문화원 운영에 대한 제언도 이어졌다. 전 명장은 "문화원은 지역 문화를 발굴하고 보존하는 곳인 만큼, 정치적인 목적보다는 전문성과 사회적 지위를 갖춘 인사가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예술가들이 마음 놓고 작업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며 "행정적인 지원과 더불어 지역 예술인들의 유대감을 강화할 수 있는 실질적인 소통 창구가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황의출 포천예총 회장은 "전부경 명장과 같은 거장이 포천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것은 지역 예술계의 큰 자부심"이라며 "그의 장인정신과 다재다능한 예술적 끼는 지역 후배들에게 큰 귀감이 되고 있으며, 이번 코리아아트페스타에서의 성과는 포천 예술의 위상을 다시 한번 드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 "전통은 고여있는 것이 아니라 시대와 함께 동행해야 한다"


현재 소광문자조조형연구소를 이끌며 (사)한국미술협회 이사로 활동 중인 전부경 명장은 앞으로도 포천을 중심으로 전통 서각의 대중화와 후학 양성에 힘쓸 계획이다.


"전통은 고여있는 것이 아니라 시대와 함께 동행해야 한다"는 그의 철학은 이번 코리아아트페스타의 주제 '동행'과도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다. 1977년 음악으로 시작해 서각으로 꽃피운 반세기 가까운 예술 인생, 그리고 포천이라는 땅에 32년간 깊이 내린 뿌리. 전통의 숨결을 현대적 언어로 풀어내는 그의 망치질 소리는 오늘도 포천의 문화적 깊이를 더하는 울림으로 계속되고 있다.


전통 서각의 맥을 잇는 동시에 현대적 문자 조형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는 전부경 명장의 행보는 포천을 넘어 한국 문화예술계의 소중한 자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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