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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가평의 기적, 75년이 지나도 낡지 않는 이유

  • 양상현 기자
  • 입력 2026.05.27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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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5년 전 가평의 결전 다시 조명… 김용태 의원 “영웅들 희생 잊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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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1년 5월 가평의 산야에서 울린 포성은 오래전에 멎었지만, 그 전투가 남긴 질문은 지금도 현재형이다.  


우리는 과연 무엇 위에서 자유를 누리고 있는가. 그리고 그 자유를 지켜낸 이름들을 얼마나 또렷이 기억하고 있는가.


가평전투 75주년을 맞아 다시 조명된 미군 제213야전포병대대의 이야기는 그래서 단순한 전쟁 회고가 아니다. 수천 명의 중공군 포위 속에서도 진지를 지켜냈고, 끝내 단 한 명의 전사자도 없이 전열을 유지했다는 이 기록은 군사사적으로도 이례적이지만, 그보다 더 큰 의미는 자유를 지키는 일이 얼마나 처절한 결단 위에 세워지는가를 보여준다는 데 있다. 오늘 우리가 너무 쉽게 말하는 안보, 너무 당연하게 누리는 평화가 사실은 누군가의 공포와 용기, 희생과 책임 위에서 성립했다는 사실을 이 전투는 묵직하게 일깨운다.


이번 75주년 기념행사에 당시 참전용사 프랭크 스위팅 상사가 직접 방한했다는 사실은 더욱 깊은 울림을 남긴다. 백발의 노병이 되어 다시 찾은 가평은 단지 전우애의 현장이 아니라, 한 세대가 목숨으로 지켜낸 약속의 땅일 것이다. 75년의 세월을 건너 한국을 찾은 참전용사의 발걸음 앞에서 우리가 느껴야 할 것은 일회성 감동이 아니다. 그것은 감사의 감정 이전에 기억의 의무다. 한미동맹은 조약 문구로만 지탱되지 않는다. 바로 이런 실존의 역사, 실제 피를 흘린 연대의 기억이 동맹의 뿌리를 이룬다.


김용태 의원이 이번 기념행사를 계기로 참전 영웅의 헌신을 기리고 한미동맹의 가치를 강조한 것도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포천·가평은 대한민국 안보 현실을 가장 가까이에서 체감하는 지역이다. 이 지역의 정치가 안보를 말할 때 그것은 추상적인 수사가 아니라 삶의 조건과 직결된 문제다. 자유민주주의는 선언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기억하고, 예우하고, 대비할 때 비로소 유지된다.


지금 세계는 다시 불안정해지고 있다. 전쟁은 먼 나라 뉴스가 아니고, 동맹은 교과서 속 개념도 아니다. 국제질서는 흔들리고, 힘의 공백은 언제나 위기를 부른다. 이런 시대일수록 가평전투는 박물관 속 전시물이 아니라 오늘의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어야 한다. 자유는 저절로 주어지지 않고, 평화는 선의만으로 유지되지 않으며, 동맹은 피로 맺어진 약속일 때 가장 단단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가평의 기적은 단지 “전사자가 없었다”는 놀라운 전과 때문만이 아니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그 싸움이 결국 대한민국의 생존과 직결돼 있었다는 점에서 더 위대하다. 역사는 숫자로만 남지 않는다. 그날의 결단은 오늘의 일상이 되었고, 그날의 희생은 지금의 자유가 되었다.


75년 전 가평에서 지켜낸 것은 한 전선의 진지만이 아니었다.  

그들은 대한민국의 오늘을 지켰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그 이름을 잊지 않는 것, 그리고 그 희생 위에 세워진 자유의 가치를 가볍게 여기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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