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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간 주름만큼 깊어진 혜안, 아름다운 ‘동행’을 위하여

  • 박동민 기자
  • 입력 2026.06.13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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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늘어간 주름만큼 깊어진 혜안, 아름다운 ‘동행’을 위하여

 

 세월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흐르고, 그 흐름은 몸과 마음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긴다. 거울 속에 비친 늘어간 눈가 주름과 거칠어진 손마디, 어느새 필수가 되어버린 돋보기안경을 바라볼 때면 문득 가슴 한구석이 쓸쓸해지기 마련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어쩌면 청춘의 찬란함을 하나씩 내려놓는 상실의 과정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최근 접한 이명희 전 시의원의 <동행>이라는 시는 이러한 나이 듦의 서글픔을 단숨에 따뜻한 위로와 의연함으로 바꿔놓는다. 시인은 세월을 원망하거나 붙잡으려 하지 않고, 오히려 ‘내게 주어진 세월의 품’이라 부르며 늘어간 주름마저 어여쁘게 보아달라고 나지막이 고백한다. 거스를 수 없는 시간의 순리를 포근하게 껴안는 태도에서 삶을 향한 깊은 여유가 묻어난다.

 

이 시가 주는 가장 큰 울림은 외양의 변화에 갇히지 않는 내면의 당당함에 있다. 비록 눈은 흐려져 돋보기 신세를 질지언정, 사물의 본질과 사람의 ‘바른 마음’을 들여다보는 정신의 혜안은 오히려 세월의 깊이만큼 더 또렷해졌다는 선언이다. 지역 사회의 크고 작은 일들을 살피고 바른길을 도모해 온 온화하면서도 곧은 성품이 시 구절구절마다 고스란히 배어있음을 느끼게 된다. 육체의 쇠락이 결코 정신의 퇴보를 의미하지 않으며, 도리어 인생의 참된 가치를 분별하는 지혜가 무르익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선한 삶을 묵묵히 살아온 이들이 바라는 진정한 연대는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다. 뒤에서 그저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동정이나 애처로움이 아니라, 조금 느리고 뒤뚱거릴지라도 보폭을 맞추며 옆에서 손을 꼭 잡아주는 것, 그것이 바로 시인이 말하는 진정한 ‘동행’이다.

 

“우리는 그동안 서로 인생을 바르게 잘 살아왔잖아요.”라는 마지막 구절은 지나온 삶에 대한 당당한 자부심이자, 평생을 바른길로 걸어온 모든 이들에게 건네는 최고의 헌사다. 편법과 요령이 판치는 세상 속에서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바르게 살아온 세월이 있기에, 이들의 동행은 그 어떤 청춘의 사랑보다 눈부시고 아름답다.

 

길고 험난한 한 세월을 지나오며 우리 지역을 지탱해 온 수많은 이들에게, 그리고 지금도 곁에서 묵묵히 발을 맞춰 걷고 있는 소중한 동반자들에게 이 시의 한 구절을 띄우고 싶다. 거칠어진 손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늘어간 주름을 훈장 삼아 이제는 서로의 혜안을 믿고 옆에서 꼭 손잡고 같이 걸어가야 할 때다.

 

아래는 이명희 전시의원의 동행이라는 시 전문이다.

 

동행
이 명희
내게 주어진 세월의 품에서
한 세상 주름진 얼굴이니
그냥~
어여쁘게 봐 주시고
세월과 처음 잡았던 보드럽고 고왔던 손
이제는 거칠고 투박하다하여
손 놓지 마시고
초롱초롱하게 빛나던 두 눈
또한 이젠
돋보기의 신세를 져야하지만
아직은 바른마음을 들여다보는 혜안은 남아있고
긴 세월 걷느라 지처
뒤뚱거리는 걸음걸이
뒤에서 애처롭다 바라보지 마시고 옆에서 손
꼭 손잡고 같이 갑시다
한 세월 살아 오면서
우리는 그동안 서로 인생을 바르게 잘 살아왔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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