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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주한 칼럼] 길 위에서 만난 선물, 혼자에서 둘이 된다는 것

  • 박동민 기자
  • 입력 2026.06.24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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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주한 칼럼] 길 위에서 만난 선물, 혼자에서 둘이 된다는 것

 

국토대장정은 흔히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이라 말한다. 최전방 철원을 출발해 남쪽 끝 제주를 향해 묵묵히 발걸음을 옮기던 나의 여정도 그러했다. 매 순간이 한계와의 사투였고, 길 위에는 오직 거친 숨소리와 고독만이 가득했다.

하지만 대전을 앞둔 길목에서 나의 고독했던 여정은 가슴 따뜻한 ‘여행’으로 서서히 물들기 시작했다. 길 위에서 만난 특별한 인연들이 지친 발걸음에 기적 같은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기 때문이다.

 

고독한 도전자, 싹싹한 동생을 만나다

이번 여정에서 마주한 첫 번째 선물은 부산 출신의 2005년생 청년 허태빈 군이었다. 대학교에서 태권도 선수로 활약하다 입대한 태빈 군은 같은 운동부 출신이라는 공감대 덕분인지 금세 마음이 통했다.

 

싹싹하고 성격 좋은 동생과 대화를 나누며 걷는 길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풍경을 선사했다. 혼자였다면 그저 목적지만을 바라보며 바쁘게 지나쳤을 길이었지만, 둘이 되자 비로소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혼자라면 절대 들르지 않았을 예쁜 카페에 마주 앉아 시원한 음료 한잔을 나누는 마음의 여유도 생겼다.

 

서로의 존재에 의지하며 마침내 도착한 대전역. 군인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대’자를 가리고 ‘전역’만 보이게 하는 유쾌한 인증샷을 남기는 우리 두 사람의 얼굴에는 힘든 기색 대신 청춘의 싱그러운 미소가 가득했다.

 

“꼭 완주하거라” 노부부가 건넨 따뜻한 정

감동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숙소로 향하던 중, 금슬이 유난히 좋아 보이는 노부부가 우리 두 청년을 멈춰 세웠다. 커다란 배낭을 메고 땀 흘리며 걷는 모습이 대견하고 안쓰러웠던 모양이다. 노부부는 “꼭 완주하라”는 따뜻한 격려와 함께 귀한 5만원권 지폐 한 장을 손에 쥐여주었다.

 

길 위에서 만난 낯선 이의 조건 없는 호의와 응원은 가슴 먹먹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노부부의 소중한 마음 덕분에 우리는 저녁 식사로 돼지고기 무한리필 집을 찾아 야무지게 배를 채우며 그간의 피로를 눈 녹듯 씻어낼 수 있었다.

 

다시 신발 끈을 매며, 제주의 푸른 바다를 향해

단순한 체력 소모와 인내의 연속이었을지도 모를 하루가 좋은 동행과 따뜻한 이웃의 정 덕분에 평생 잊지 못할 감동의 한 페이지로 기록됐다. 든든하게 에너지를 채운 우리는 숙소로 돌아와 내일 또다시 시작될 여정을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한다.

 

철원에서 제주까지, 아직 가야 할 길은 멀고 험할 것이다. 하지만 길 위에서 배운 인연의 소중함과 세상의 따뜻함을 배낭에 가득 채운 만큼, 앞으로 나아갈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 가볍고 힘차리라 확신한다.

 

글 :홍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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