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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질주 끝에서, 존재를 묻다… 이자희 초대전 ‘존재 물음’

  • 양상현 기자
  • 입력 2026.07.05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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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월 14일까지 금보성아트센터… 원초적 생명력과 빛의 감각 사이, 이자희가 펼쳐 보이는 존재의 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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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평창동의 공기는 유난히 전시와 잘 어울린다. 조용한 언덕길을 따라 금보성아트센터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시선을 붙드는 것은 화면을 가득 메운 말의 형상이다. 정지된 회화 안에 머물러 있으면서도 금방이라도 프레임 밖으로 뛰쳐나올 듯한 그 몸짓은, 단순한 재현을 넘어 어떤 원초적 에너지의 표출처럼 다가온다. 이자희 작가의 초대전 ‘존재 물음’은 그렇게 시작된다. 존재를 설명하기보다, 먼저 감각으로 밀어붙이는 방식으로.


이번 전시는 7월 14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금보성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전시의 중심에는 작가가 오랜 시간 천착해 온 질문이 놓여 있다. 인간과 우주의 근원적 형식은 무엇인가, 살아 있다는 감각은 어떤 이미지로 포착될 수 있는가, 그리고 회화는 그 질문을 어디까지 밀고 갈 수 있는가. 이자희는 그 답을 장황한 서술이 아니라, 역동적인 말의 형상과 밀도 높은 색채, 그리고 격정적인 붓질로 제시한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과 동 대학원을 졸업한 이자희 작가는 국내외에서 30여 회의 개인전과 500회 이상의 단체전에 참여하며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구축해 왔다.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과 운영위원을 역임했고, 한국미술협회 등 여러 미술 단체 활동을 통해 한국 현대미술의 현장과 제도 양쪽에서 존재감을 이어온 중견 작가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이력의 무게보다도, 그 긴 시간 동안 축적된 사유가 지금 어떤 회화적 긴장으로 나타나는가에 있다.


전시장에 비치된 작가노트는 전시를 이해하는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이 ‘존재’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에서 출발한다고 밝힌다. 그리고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말의 형상을 두고, 억압된 의식을 깨우는 원초적 생명력이자 자신이 마주한 존재의 결정체라고 설명한다. 이 문장을 읽고 다시 작품 앞에 서면, 화면 속 말은 더 이상 단순한 동물이 아니다. 그것은 자유의 상징이면서도, 내면 깊은 곳에서 꿈틀거리는 충동과 의지, 혹은 인간 존재를 밀어 올리는 생명의 은유로 읽힌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는 이자희의 예술 세계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한 호흡 안에서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초기의 ‘카오스(Chaos)’ 연작이 혼돈과 모호함, 생성 이전의 불안정한 상태를 더듬었다면, 최근의 ‘비커밍(Becoming)-빛의 향연’으로 이어지는 흐름은 보다 선명하고 대담하다. 색은 한층 강렬해졌고, 빛은 더 찬란해졌으며, 형상은 이전보다 확신에 차 있다. 혼돈에서 생성으로, 질문에서 발화로, 잠재에서 현현으로 이동하는 이 흐름은 이번 전시를 단순한 작품 집합이 아니라 하나의 철학적 여정처럼 보이게 만든다.


전시장 안에서 특히 인상적인 것은 회화가 만들어내는 물리적 리듬이다. 화면 위를 가로지르는 붓질은 매끈하게 정제되기보다 살아 있는 운동성을 그대로 품고 있다. 색채는 설명적이지 않고 감각적이며, 구성은 정적 안정감보다 도약 직전의 긴장을 택한다. 그 결과 관람자는 작품을 ‘이해’하기 전에 먼저 압도된다. 그리고 그 압도감 이후에야 비로소 질문이 남는다. 우리는 무엇으로 존재를 감각하는가. 생명력은 어떻게 이미지가 되는가. 자유는 왜 이렇게까지 강렬한 몸짓을 필요로 하는가.


이자희의 말은 현실의 동물이면서 동시에 상징의 언어다. 그것은 속도와 자유, 야성의 관념에 기대면서도, 궁극적으로는 인간 내면의 에너지에 더 가까이 닿아 있다. 그래서 이번 전시의 감상 포인트는 말의 형상을 얼마나 사실적으로 그렸는가가 아니라, 그 형상을 통해 얼마나 깊은 존재론적 울림을 끌어내는가에 있다. 이자희는 바로 그 지점에서 힘을 발휘한다. 장식적 화려함에 머물지 않고, 회화를 하나의 질문 장치로 작동시키기 때문이다.


평창동의 여름과도 잘 어울리는 전시다. 빛은 충분하고, 화면은 뜨겁고, 질문은 무겁다. 그러나 그 무게가 결코 난해함으로만 남지 않는 것은, 이자희의 작업이 끝내 생명력 쪽으로 기울기 때문이다. 혼돈을 통과한 뒤에도 남는 것은 결국 살아 움직이려는 힘, 존재를 계속해서 생성하게 만드는 어떤 에너지다.


‘존재 물음’은 조용히 감상하는 전시이기보다,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 화면의 진동을 몸으로 받아내야 하는 전시에 가깝다. 존재를 철학으로만 묻지 않고 감각으로 체험하게 만드는 자리. 올여름, 평창동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힘 있는 회화적 질문 중 하나다.


◇ 전시 정보

- 전시명: 이자희 초대전 ‘존재 물음’

- 장소: 서울 종로구 평창동 금보성아트센터

- 기간: 2026년 7월 1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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