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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시의회 의원의 역할을 다시 묻다

  • 양상현 기자
  • 입력 2026.03.26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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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례 31건, 추경 1조 3,818억 원
  • 안애경 의원이 SNS를 통해 공개한 의정활동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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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가 가장 의회다워지는 순간은 거창한 선언을 할 때가 아니라, 조례를 고치고 예산을 따질 때다.  

화려한 정치적 수사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문장 하나를 어떻게 바꾸는지, 숫자 하나를 어디에 쓰이게 하는지에 달려 있다. 지방정치의 실력은 대개 이 조용한 장면에서 드러난다.


제191회 포천시의회 임시회가 그렇다. 조례특별위원회는 31건의 조례안을 심의했고, 이어 1조 3,818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다룬다. 숫자만 놓고 봐도 이번 회기의 무게는 작지 않다. 조례는 행정의 방향을 정하고, 예산은 그 방향에 실제 힘을 싣는다. 말하자면 조례가 설계도라면 예산은 자재와 인력이다. 둘 중 하나만 제대로 작동해서는 시민의 삶에 아무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안애경 의원이 조례를 “포천의 행정이 움직이는 근거이자 시민의 일상을 보호하는 울타리”라고 표현한 것은 정확하다.  

조례는 지방자치의 세부를 결정한다. 누가 지원 대상이 되는지,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복지와 안전, 농업과 지역경제, 교육과 환경의 기준이 어디에 놓이는지가 모두 조례 안에 담긴다. 시민의 일상은 의외로 거대한 법률보다 지역 조례의 문장에 더 자주 영향을 받는다. 조례 한 줄이 권리를 넓히기도 하고, 행정의 책임을 흐리기도 하며, 지원의 문턱을 높이거나 낮추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31건의 조례안을 심의했다는 사실은 양적인 성과일 수는 있어도, 그 자체로 질적인 성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몇 건을 처리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다뤘느냐다. 문제 조항을 찾아냈는지, 집행부 안을 그대로 통과시키지 않고 수정할 부분을 짚었는지, 시민에게 불리한 빈틈을 메웠는지, 현실과 동떨어진 문장을 걷어냈는지가 의회의 실력을 말해준다. 조례 심의는 법률가의 작업 같지만, 실제로는 시민의 삶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이번 임시회의 또 다른 축은 1조 3,818억 원 규모의 추경예산안이다.  

예산은 기초의회의 가장 본질적인 권한이다. 집행부가 정책을 구상하더라도 돈이 배정되지 않으면 행정은 움직이지 않는다. 반대로 방향이 잘못된 사업에 예산이 실리면 잘못된 정책은 더 빠르게 현실이 된다. 그래서 예산 심의는 단순한 숫자 검토가 아니라 우선순위에 대한 정치적 판단이다. 어디에 더 쓰고, 어디를 덜 쓰며, 무엇을 미루고 무엇을 앞당길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안 의원이 “선심성 사업으로 낭비되지 않고 적재적소에 편성됐는지 실무 전문가의 안목으로 살피겠다”고 밝힌 대목도 바로 이 지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추경은 본예산보다 더 민감하다. 긴급성과 필요성을 이유로 편성되지만, 때로는 불요불급한 사업이 끼어들 여지도 있다. 보여주기식 사업, 지역 민원 달래기용 사업, 시기와 우선순위가 불분명한 사업이 추경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는 일도 드물지 않다. 의회의 역할은 바로 그 틈을 찾아내는 데 있다. 집행부의 계획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검증’하는 것, 그 검증을 통해 불필요한 지출을 덜어내고 더 절실한 곳으로 재배치하는 것이 기초의회의 본령이다.


다만 여기서도 말은 쉽고 실천은 어렵다.  

선심성 예산을 경계하겠다는 다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실제로 중요한 것은 어떤 사업에 문제를 제기했는지, 어떤 항목에 수정이 가해졌는지, 어떤 논리로 삭감과 조정을 이끌어냈는지다. 예산 심의의 진정성은 회의장에서 오간 발언보다 최종 수정 결과에서 더 분명히 드러난다. 시민이 봐야 할 것도 결국 그 대목이다.


이번 글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마음이 분주할 수도 있지만”이라는 표현이다.  


직접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 일정의 전환기 혹은 임기 말의 분위기를 짐작하게 한다. 이 맥락에서 “맡은 바 소임을 끝까지 완수하는 것이 시민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도리”라는 문장은 더욱 의미심장하다. 정치의 시간은 종종 현재보다 다음을 향해 움직인다. 임기 후반부가 되면 시선은 다음 선거로 옮겨가고, 현재의 책무는 느슨해지기 쉽다. 그런 점에서 끝까지 흐트러지지 않겠다는 다짐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기초의회 의원이 스스로에게 가장 먼저 지켜야 할 윤리에 가깝다.


하지만 역시 중요한 것은 다짐이 아니라 기록이다.  

조례안 31건을 심의하는 동안 어떤 문제를 발견했는지, 추경예산 1조 3,818억 원을 다루며 무엇을 바로잡았는지, 집행부와의 긴장 속에서도 원칙을 지켰는지가 결국 모든 평가의 기준이 된다. 임기 말 정치일수록 말은 많아지고 실적은 부풀려지기 쉽다. 그럴수록 시민은 수사가 아니라 회의록과 수정안, 예산 조정 결과를 봐야 한다.


기초의회 의원의 실력은 화려한 연설에서 증명되지 않는다.  

그것은 질문의 깊이에서 드러난다.  

왜 이 조례가 지금 필요한지, 왜 이 표현이 시민의 권리를 좁히는지, 왜 이 사업은 추경에 담겨야 하는지, 왜 이 예산은 더 줄이거나 더 늘려야 하는지를 묻는 능력이다. 전문성은 직함으로 생기지 않는다. 문장을 읽어내는 힘, 숫자의 허점을 발견하는 감각, 대안을 제시하는 치밀함 속에서 만들어진다.


기초의회 의원의 성과 역시 대부분 조용하다.  

크게 보도되지 않아도 조례 한 줄이 시민의 권리를 넓힐 수 있고, 예산 항목 하나를 바로잡는 일이 수억 원의 낭비를 막을 수 있다. 시민은 종종 이런 성과를 눈에 띄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지방정치는 바로 그런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가장 큰 차이를 만든다. 복지의 기준, 지원의 범위, 생활 SOC의 우선순위, 안전과 교육의 세부 설계는 모두 이런 조용한 과정 속에서 결정된다.


“오직 실력과 성과로 증명하겠다”는 마지막 문장은 그래서 무겁다.  

기초의회에서 실력은 말의 크기가 아니라 검토의 깊이이고, 성과는 홍보의 양이 아니라 행정에 남긴 흔적이다. 조례 한 줄을 제대로 고치고, 예산 한 항목을 제대로 걸러내는 일이야말로 기초의회가 시민 앞에 내놓을 수 있는 가장 정직한 결과물이다.


이번 포천시의회 임시회는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된다.  

31건의 조례와 1조 3,818억 원의 예산이 시민의 삶과 얼마나 가까워질 것인가.  

기초의회는 시민과 가장 가까운 정치다.  

그래서 더 요란할 필요는 없지만, 더 성실해야 하고, 더 치밀해야 하며, 더 정확해야 한다.  

의회가 움직이는 계절, 시민이 봐야 할 것은 정치인의 말이 아니라 의회의 손끝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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