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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명함 한 장, 눈인사 한 번… 포천 장날에서 본 선거의 현장

  • 양상현 기자
  • 입력 2026.03.26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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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팔 옷차림 사이로 건네는 명함 한 장… 가세현 예비후보의 5일장 하루
  •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은 뛰어야 한다”… 정치 신인의 봄날 선거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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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아침 공기는 아직 완전히 가볍지 않았지만, 낮의 포천은 이미 봄을 넘어 초여름 문턱에 가까워져 있었다. 포천 5일장에 나온 시민들 옷차림에서는 계절이 먼저 보였다. 얇은 점퍼를 걸친 사람들 사이로 반팔 차림도 적지 않았다. 장터 입구 묘종 판매대 앞에는 사람들이 길게 섰고, 모종 상자는 빠르게 비어갔다. 먹거리 코너는 늘 그렇듯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봄날의 장은 물건만 사고파는 곳이 아니라, 사람과 계절과 지역의 표정이 한꺼번에 모이는 공간이었다.


그 북적이는 장터 한편에서 가세현 경기도의원 예비후보의 하루도 시작됐다.  

포천사과작목반의 선진지 견학 인사 일정으로 문을 연 그는 곧바로 출근 인사에 나섰고, 이후 신북면방위협 안보견학, 초등육상선발대회, 대한적십자사 포천지역 행사 지원, 포천 장날 시민 소통, 그리고 신읍사거리 퇴근 인사까지 쉼 없이 이동했다. 선거철 정치인의 하루라고 하면 흔히 유세차와 마이크를 먼저 떠올리기 쉽지만, 예비후보의 현실은 오히려 훨씬 작고 촘촘한 장면들로 채워져 있었다. 명함 한 장, 눈인사 한 번, 악수 한 번, 짧은 대화 한 토막이 하루의 대부분을 이뤘다.


5일장에서는 유독 손이 바빴다.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 손에는 대체로 비닐봉지나 채소 꾸러미, 갓 산 반찬거리와 생활용품이 들려 있었다. 두 손 가득 물건을 든 채 걷는 시민에게 명함을 내민다는 건 단순한 홍보 행위가 아니라, 잠깐의 망설임을 견디는 일이기도 했다. 받지 못할 수도 있고, 스쳐 지나갈 수도 있고, 고개만 끄덕인 채 발걸음을 재촉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어떤 시민들은 한 손을 비워 명함을 받아들었고, 어떤 이들은 “수고하세요”라고 먼저 말을 건넸다. 그 짧은 응답이 예비후보에게는 하루를 버티게 하는 힘처럼 보였다.


장터는 정치인의 언어보다 시민의 표정이 더 많은 것을 말해주는 곳이기도 했다.  

후보는 끊임없이 자신을 알리려 하지만, 시민은 말보다 태도를 먼저 읽는다. 얼마나 오래 서 있는지, 얼마나 성의 있게 인사하는지, 누군가를 구분해 대하지 않는지 같은 것들이다. 가세현 예비후보가 이날 여러 차례 강조한 것도 결국 그 지점이었다. 정치 신인에게는 이름을 알리는 일 자체가 가장 큰 과제라는 것. 그는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은 뛰어야 한다”는 말을 꺼냈다. 부족한 인지도와 제한된 홍보 수단 속에서 예비후보가 할 수 있는 일은 결국 현장에서 한 사람씩 만나며 자신을 각인시키는 것뿐이라는 현실 인식이 그 말에 담겨 있었다.


실제로 예비후보의 선거운동은 화려함과 거리가 멀었다.  

예비후보 신분으로 가능한 홍보는 제한적이다. 명함 배부, 대면 인사, 선거운동복 착용 등 허용된 범위 안에서 존재를 알리는 방식이 전부다. 아직 본격 선거운동 기간이 아닌 만큼 메시지는 압축돼야 하고, 행동은 조심스러워야 한다. 그래서 예비후보의 하루는 대체로 걷는 시간으로 채워진다. 시장 골목을 돌고, 행사장을 오가고, 교차로에 서서 차량과 시민을 향해 인사를 건넨다. 선거는 결국 ‘얼마나 많이 말했는가’보다 ‘얼마나 많이 보였는가’의 경쟁이라는 점을 현장은 보여주고 있었다.


오후가 깊어지면서 일정은 더 빨라졌다.  

신북면방위협 안보견학 현장과 초등육상선발대회를 거치는 동안, 유권자층도 자연스레 바뀌었다. 장터에서는 생활과 물가가 먼저 화제가 됐고, 행사장에서는 지역 현안과 아이들 교육, 체육 환경 같은 이야기가 오갔다. 적십자회 물품 나눔 행사 지원 현장에서는 복지와 공동체가, 거리 인사에서는 경기 침체와 민생이 대화의 중심에 섰다. 같은 하루 안에서도 지역 정치인이 마주하는 민심은 하나가 아니었다. 장사 걱정, 자녀 걱정, 교통 문제, 경기 둔화, 생활비 부담이 각기 다른 자리에서 다른 목소리로 튀어나왔다.


가세현 예비후보는 그 모든 목소리를 ‘민생경제 회복’이라는 말로 묶어 설명했다.  

시민에게 이익이 되는 정치, 시민이 웃을 때까지 뛰겠다는 표현은 다짐으로 들렸지만, 동시에 정치 신인 특유의 절박함도 묻어났다. 아직 인지도는 낮고, 조직은 단단하지 않을 수 있으며, 한 번의 유세보다 매일의 노출이 더 중요할 수밖에 없는 위치. 그에게 선거운동은 메시지를 선명하게 던지는 일이면서도, 동시에 자신이 포기하지 않고 현장에 계속 나타나는 사람이라는 점을 증명하는 과정처럼 보였다.


해가 기울 무렵 신읍사거리.  

퇴근 인사에 나선 후보의 동작은 오전보다 조금 무거워 보였지만, 인사의 높이는 여전했다. 퇴근 차량이 길게 줄지어 지나가고, 보행자 신호가 바뀔 때마다 사람들의 흐름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그 앞에서 예비후보는 다시 허리를 숙이고, 손을 들고, 지나가는 시민에게 눈을 맞췄다. 하루 종일 반복한 같은 동작이었지만 저녁의 인사는 아침과 조금 달랐다. 오전의 인사가 자신을 알리는 시작이라면, 저녁의 인사는 하루를 버틴 사람의 인사에 가까웠다.


선거는 종종 거대한 구호와 공약의 경쟁처럼 보이지만, 실제 현장은 훨씬 더 노동에 가깝다.  

계절을 견디고, 표정을 관리하고, 이름을 반복해 알리고, 무심한 시선 앞에 오래 서 있는 일. 정치 신인의 선거운동은 특히 그렇다. 이미 얼굴이 알려진 정치인은 발걸음이 닿는 곳마다 반응이 따라오지만, 신인은 먼저 자신이 누구인지를 설명해야 한다. 그래서 장날의 명함 한 장은 단순한 종이가 아니라, 자신을 기억해달라는 부탁이 된다.


봄날의 포천 5일장은 그렇게 지역의 일상과 정치의 현실이 만나는 현장이었다.  

묘종은 거의 매진됐고, 먹거리 코너는 끝까지 붐볐으며, 시민들은 생활의 속도로 장터를 지나갔다. 그 흐름 속에서 예비후보는 자신을 알리기 위해 걸었고, 멈췄고, 다시 걸었다. 누군가는 스쳐 지나갔고, 누군가는 명함을 받았고, 누군가는 짧게 웃으며 응답했다. 선거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평가도 이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있었다. 봄날의 장터에서 정치 신인의 하루는 말보다 발로 먼저 쓰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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