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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봄의 전령, 노루귀…“털복숭이 줄기가 사진의 포인트”

  • 양상현 기자
  • 입력 2026.03.29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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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생화 사진작가 한여울 권순, 전국에서 담아낸 노루귀 사진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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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끝자락, 아직 찬 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 이른 봄. 낙엽 사이를 비집고 올라온 작은 꽃 한 송이가 계절의 문을 두드린다. 봄의 전령으로 불리는 야생화, 노루귀다.


야생화 사진작가 한여울 권순이 전국 각지에서 촬영한 노루귀 사진을 공개하며, 이 작은 봄꽃이 지닌 다채로운 매력을 소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 “꽃받침이 노루의 귀를 닮았다”


노루귀(Hepatica asiatica)는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야생화다. 이름의 유래도 인상적이다.


권 작가는 “꽃받침이 노루의 귀 모양과 닮았다고 하는데, 실제로 보면 정말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꽃이 피기 전 올라오는 세 장의 포엽이 솜털에 덮인 채 살짝 말려 있는 모습이 노루의 귀를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노루귀는 작은 꽃이지만, 이름에서부터 형태적 특징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봄꽃으로 꼽힌다.


◇ 흰색부터 청색까지…봄 숲 수놓는 색의 스펙트럼


노루귀의 또 다른 매력은 풍부한 색감이다.


권 작가는 “지역에 따라 모양이 조금씩 다르고, 색도 흰색, 분홍색, 붉은색, 청색, 녹색 등 다양하게 핀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번에 공개된 사진들에서도 짙은 청보라색부터 은은한 흰빛, 옅은 보랏빛까지 서로 다른 색조의 노루귀가 각기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특히 바위 틈과 숲 바닥, 이끼 주변에서 피어난 꽃들은 각기 다른 서식 환경 속에서도 또렷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어두운 배경 속에서 선명한 청색 꽃잎이 보석처럼 떠오르는 장면은 노루귀 특유의 신비로움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 “꽃보다 줄기”…작가가 본 핵심은 솜털


권 작가가 특히 강조한 것은 꽃잎만이 아니다. 사진의 핵심 포인트로 꼽은 것은 오히려 줄기다.


그는 “이른 봄 야생화는 털복숭이 줄기가 사진의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고 말했다. 실제 사진 속 노루귀는 가느다란 줄기를 따라 흰 솜털이 촘촘히 돋아 있어, 역광을 받을 때 은은하게 빛나며 꽃 못지않은 존재감을 보여준다.


이 솜털은 단순히 시각적 특징에 그치지 않는다. 이른 봄의 찬 기운 속에서 연약한 줄기를 보호하는 일종의 생존 전략이기도 하다. 작가는 바로 그 지점을 섬세하게 포착하며, 노루귀가 지닌 생명력과 계절감을 한 장면에 담아냈다.


◇ 전국을 누비며 담아낸 ‘봄의 기록’


권 작가는 “전국에서 찍었던 노루귀를 비교해보고 싶었다”며 이번 사진 공개의 배경을 설명했다. 같은 노루귀라도 지역과 자생 환경에 따라 색과 형태가 미묘하게 달라지는 만큼, 그 차이를 함께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한 프레임 안에서 흰색과 청색, 보라색 계열의 노루귀가 어우러진 사진은 봄 숲의 색채감을 자연스럽게 전한다. 또 다른 사진에서는 바위 틈새라는 척박한 공간 속에서도 당당하게 피어난 노루귀가 강한 생명력을 드러낸다.


이처럼 그의 사진은 단순한 식물 기록을 넘어,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 봄의 표정을 한눈에 보여주는 시각적 아카이브에 가깝다.


◇ 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작은 생명


노루귀는 잎보다 꽃이 먼저 피어나는 대표적인 이른 봄 야생화다. 아직 겨울의 흔적이 남아 있는 숲에서 가장 먼저 꽃대를 올리며, 계절의 전환을 알리는 존재로 사랑받는다.


낙엽이 쌓인 숲 바닥에서, 바위 틈에서, 이끼 위에서 피어나는 노루귀는 몸집은 작지만 메시지는 분명하다. 긴 겨울이 지나고, 봄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는 것이다.


권 작가의 렌즈가 담아낸 것은 단지 아름다운 꽃의 형상이 아니다. 혹독한 계절을 견뎌내고 가장 먼저 피어나는 작은 생명의 힘, 그리고 봄이 시작되는 찰나의 풍경이다.


사진·글 = 야생화 사진작가 한여울 권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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