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당 이명원 사퇴·박윤국 단일화, ‘선거법 위반’ 소지 있을까?

선거는 늘 숫자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지지율과 판세의 이면에는 명분이 있고, 이해가 있으며, 때로는 시대정신을 둘러싼 거친 언어가 있다. 포천시장 선거를 앞두고 진보당 이명원 후보가 사퇴하고 더불어민주당 박윤국 후보와 단일화를 선언한 이번 장면 역시 단순한 후보 교통정리가 아니다. 그것은 한국 정치에서 반복되어 온 단일화의 오래된 문법이자, 동시에 법과 정치가 맞닿는 민감한 접점이다.
이번 사안을 둘러싼 핵심 질문은 분명하다. 후보 사퇴와 정책 합의가 어디까지는 정치이고, 어디서부터는 선거법 위반이 되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공개된 내용만 놓고 볼 때 이번 단일화는 ‘거래’보다 ‘연대’의 성격이 더 짙다. 에너지 수당 지급, GTX-C 포천 연장,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협치 조례 제정 같은 합의는 특정 개인에게 돌아가는 사적 이익이 아니라 공적 정책의 방향을 함께 정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선거법이 금지하는 것은 후보 사퇴의 대가로 금품이나 자리, 신분상 이익을 주고받는 행위이지, 정책적 공통분모를 찾아 정치적 결단을 만드는 일 자체가 아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정치의 본질이 드러난다. 민주주의는 경쟁의 제도이기도 하지만, 연합의 기술이기도 하다. 특히 다당 구도나 박빙 승부가 펼쳐지는 지방선거에서는 후보 단일화가 낯선 일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단일화가 무엇을 위해 이뤄졌느냐는 점이다. 유권자를 속이기 위한 밀실 야합인지, 아니면 공개 가능한 정책 합의를 바탕으로 한 정치적 선택인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이번 경우처럼 합의의 외형이 정책과 협치의 언어로 설명되고, 그 내용이 공적 영역에 머물러 있다면, 적어도 법률적으로는 매수보다 연대에 더 가깝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물론 법을 통과했다고 해서 정치적 평가까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정치에서 합법은 최소 기준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다. 유권자는 늘 더 까다로운 질문을 던진다. 왜 지금 사퇴했는가, 왜 이 후보와 손을 잡았는가, 약속한 정책은 선거 뒤에도 지켜질 것인가. 결국 단일화는 법정이 아니라 투표소에서 최종 심판받는다. 법이 “위반은 아니다”라고 말해도, 시민이 “설득력 없다”고 판단하면 그 정치적 효과는 오래가지 못한다.
이번 논란의 또 다른 축은 표현의 문제다. ‘내란 세력 청산’이라는 강한 정치적 수사가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나 비방에 해당하느냐는 물음이다. 선거철 언어는 대개 과장되고 격렬하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본질적으로 불편한 표현까지 견디는 체제다. 특정 후보를 지목해 구체적 사실을 날조하거나, 사실관계와 무관한 범죄 프레임을 씌우는 수준이 아니라면, 거친 정치적 구호와 가치판단은 대체로 표현의 자유 영역에서 다뤄진다. 다시 말해 정치적 수사는 비판의 대상이 될 수는 있어도, 곧바로 처벌의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표현의 적법성보다 표현의 효용성이다. ‘내란 세력 청산’ 같은 문장은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지방선거 본연의 의제인 지역 발전과 생활정치의 문제를 압도해버릴 위험도 있다. 시민이 궁금한 것은 상대 진영을 향한 가장 센 말이 아니라, 누가 지역의 교통과 산업, 복지와 재정을 더 책임 있게 운영할 것이냐는 점이다. 정치가 시대정신을 말할 자유는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그 자유가 지역 현안을 밀어내는 순간, 선거는 명분의 축제가 아니라 구호의 소모전으로 흐를 수 있다.
시장 후보만 단일화하고 시·도의원 후보들은 완주하는 방식 역시 비슷하다. 이는 이상한 예외가 아니라 정당정치의 현실적인 계산법이다. 선거는 단일한 트랙이 아니라 여러 층위의 경쟁이 동시에 벌어지는 복합 구조다. 시장 선거에서는 연합하고, 의회 선거에서는 각자의 기반을 지키는 전략은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이를 두고 일관성이 없다고 비판할 수는 있어도, 위법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오히려 이런 장면은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의 하위 복제판이 아니라, 지역별 이해관계와 조직력에 따라 매우 입체적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결국 이번 단일화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선거법은 정치의 모든 것을 재단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법은 금지선을 그어줄 뿐, 그 정치가 정당했는지, 품격 있었는지, 유권자를 진심으로 존중했는지까지 대신 판단해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더욱 중요한 것은 공개성과 투명성이다. 정책 합의가 있었다면 문서로 드러나야 하고, 협치 약속이 있었다면 선거 이후 실제 제도로 이어져야 한다. 단일화의 명분은 선거 전 문장이 아니라 선거 후 이행으로 증명된다.
정치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위법성보다 위선이다. 공적 가치를 내세우면서 사적 거래를 숨기는 순간, 시민의 신뢰는 무너진다. 반대로 서로 다른 세력이 정책과 책임의 언어로 손을 잡고, 그 약속을 제도와 성과로 입증한다면 단일화는 민주주의의 후퇴가 아니라 조정과 타협의 성숙한 형식이 될 수 있다.
포천의 이번 단일화는 지금까지 드러난 범위 안에서는 선거법의 금지선을 넘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진짜 평가는 이제부터다. 유권자는 법조문보다 훨씬 예민한 기준으로 정치인을 본다. 무엇을 약속했는가보다, 왜 약속했는가를 묻는다. 그리고 선거가 끝난 뒤에는 더 냉정하게 묻는다. 그 약속은 결국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가.
이번 단일화는 현재 공개된 내용만 보면 법의 문제라기보다 정치의 문제이며, 최종 판단권자는 선관위보다 유권자에 더 가깝다.
메트로포천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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