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천시장 선거 초반을 달군 ‘재정안정화기금’ 공방의 정치학

포천시장 선거 초반부터 가장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의외로 거대한 개발 공약도, 정당 구도도 아닌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이다. 숫자로 보면 예산 항목의 하나일 뿐이지만, 선거의 언어로 바뀌는 순간 이 기금은 전혀 다른 의미를 띤다. 누구에게는 위기 극복을 위한 과감한 재정 투입의 증거가 되고, 누구에게는 미래를 갉아먹은 무책임한 재정 소진의 상징이 된다.
이번 포천시장 선거에서 국민의힘 백영현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박윤국 후보가 맞붙으며 벌어지는 공방은 단순한 회계 논쟁이 아니다. 본질적으로는 “재정을 어떻게 써야 유능한 시장인가”, 더 나아가 “포천의 미래를 누가 더 책임 있게 설계할 수 있는가”를 둘러싼 프레임 전쟁이다.
◇ 백영현 측의 논리: “기금은 쌓아두라고 있는 돈이 아니다”
백영현 후보 측의 메시지는 비교적 선명하다.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 재정안정화기금은 비상시와 경기 침체기에 쓰라고 존재하는 제도라는 점이다. 단지 많이 적립해 두었다는 사실 자체가 행정 성과일 수는 없으며, 시민들이 체감하는 경제난과 생활 불편이 심화되는 상황이라면 기금을 꺼내 쓰는 것이 오히려 책임 행정이라는 주장이다.
둘째, 사용처 역시 비교적 생활밀착형이다.
도로망 확충, 공용주차장 조성, 하천과 공원 정비, 교육·돌봄 서비스 강화, 생활불편 해소 사업 등은 모두 거창한 선언보다 체감형 행정 성과를 부각하기에 적합한 분야다. 이는 백 후보가 자신의 시정을 “재정을 풀어 시민 삶의 질을 지켜낸 실무형 행정”으로 포지셔닝하려 한다는 뜻이다.
셋째, 백 후보 측은 단순히 “썼다”는 방어를 넘어, “그래도 아직 포천의 기금 운용 수준은 타 지자체보다 높은 편”이라는 비교 논리까지 내세우고 있다. 이는 상대의 ‘곳간을 탕진했다’는 공격을 약화시키기 위한 전략이다. 즉, 기금을 활용했지만 재정 기반 자체가 완전히 무너진 것은 아니라는 반박이다.
정치적으로 보면 백 후보 측은 이번 논쟁을 ‘적극 행정 대 소극 행정’의 구도로 끌고 가고 있다. 기금을 남겨놓는 시장보다, 필요할 때 쓰는 시장이 유능하다는 서사를 만들려는 것이다.
◇ 박윤국 측의 반격: “위기 때 써도, 뿌리는 남겨야 한다”
반면 박윤국 후보 측이 내세우는 프레임은 더 직관적이고 선거 친화적이다.
한마디로 “백 후보가 비상금을 너무 빨리, 너무 많이 써버렸다”는 것이다.
박 후보 측은 자신들의 민선 7기를 코로나19 팬데믹과 각종 재난 속에서도 재정을 지켜낸 시기로 규정한다. 즉, 전례 없는 위기 속에서도 시민 지원과 재정 건전성을 동시에 달성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논리는 매우 중요하다. 단순히 “우리가 돈을 많이 남겼다”가 아니라, “우리도 위기 대응을 했지만 백 후보처럼 기금 기반을 급격히 약화시키지는 않았다”는 비교우위를 확보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특히 박 후보 측이 제기하는 “2026년에는 기금이 700억 원대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은 선거 프레임상 강력하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복잡한 재정 구조를 모두 이해하지 못해도, 4천억 원대가 700억 원대로 줄어든다는 표현은 즉각적인 위기감으로 번역되기 때문이다.
정치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이는 대단히 효과적이다.
백 후보의 재정 운용을 ‘적극 행정’이 아니라 ‘망극 행정’이라고 규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후보 측은 기금 사용의 정당성 자체보다도, 사용 속도와 구조, 미래 대비 능력의 상실을 문제 삼는다. 다시 말해 이번 선거를 “현재를 위해 미래를 희생한 행정인가, 위기 속에서도 지속 가능성을 지킨 행정인가”의 대결로 만들고 있다.
◇ 이번 공방의 본질: ‘얼마를 썼나’보다 ‘무엇을 증명했나’
겉으로는 숫자 싸움 같지만, 실제로는 서로 다른 정치적 가치가 충돌하고 있다.
- 백영현 측은 즉시 대응, 체감 행정, 생활 투자를 말한다.
- 박윤국 측은 재정 체력, 지속 가능성, 미래 대비를 말한다.
둘 다 틀렸다고 보기 어렵다.
지방재정은 본래 지금의 필요와 미래의 안정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기금을 과도하게 쌓아두기만 하면 ‘죽은 돈’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고, 반대로 너무 빨리 써버리면 경기 하강이나 대규모 투자 수요가 닥쳤을 때 대응 여력이 사라진다.
따라서 유권자가 이번 논쟁에서 정말 봐야 할 것은 단순한 잔액 규모가 아니다.
오히려 다음의 질문들이 더 본질적이다.
1. 기금 사용이 일회성 지출이었는가, 구조적 효과를 남겼는가
도로, 주차장, 정주여건 개선, 교육 인프라 투자가 실제로 장기적 지역 경쟁력으로 연결되는지 검증이 필요하다.
2. 기금 감소 속도가 향후 시정 운영에 위험 신호를 줄 정도인가
단순히 줄었다는 사실보다, 남은 재정으로도 필수 투자와 위기 대응이 가능한지가 중요하다.
3. 시민 체감도가 왜 낮은가
백 후보 측 주장처럼 많은 민생 사업에 투입되었다면, 왜 박 후보 측은 “회복이 체감되지 않는다”고 공격할 수 있는가. 여기엔 사업의 효과성, 우선순위, 홍보 실패가 모두 얽혀 있을 수 있다.
4. 포천의 미래 재정 수요에 대한 대비가 충분한가
인구 감소, 지역경제 침체, 산업 기반 변화, 대규모 개발 수요 같은 구조적 문제는 단년도 예산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결국 누가 더 긴 호흡의 재정 전략을 갖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 선거 전략으로 보면, 박윤국이 유리한 의제일 수도 있다
정치적으로 흥미로운 대목은 이 이슈가 누구에게 더 유리한가다.
표면상으로는 현직 또는 시정 책임을 지는 쪽이 방어해야 하는 구도이기 때문에, 백영현 후보에게 불리한 소재처럼 보인다. 특히 ‘곳간’, ‘비상금’, ‘소진’ 같은 표현은 시민 감정에 쉽게 꽂힌다. 집안 살림의 비유로 치환되기 쉽기 때문이다. 지방선거에서는 이런 생활형 비유가 매우 강한 파괴력을 가진다.
반면 백 후보 측에도 기회는 있다.
만약 이 논쟁을 “묵혀둔 돈을 시민을 위해 돌려드린 것”으로 전환하고, 실제 사업 성과와 체감 사례를 촘촘히 제시한다면, 오히려 행동하는 시장 대 숫자만 지키는 시장의 구도로 반격할 수 있다. 결국 백 후보의 성패는 기금 사용의 철학을 설명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그래서 시민 삶이 어떻게 나아졌는가’를 입증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박 후보 역시 마찬가지다.
단지 “우리가 많이 남겼다”는 회고에 머물면 과거 행정의 자기찬양으로 비칠 수 있다. 박 후보가 설득력을 가지려면, 자신이 다시 시장이 되었을 때 기금을 어떻게 지키면서도 지금의 민생 위기를 풀 것인지라는 대안을 보여줘야 한다. 비판만으로는 부족하다. 재정 보수주의가 곧 행정 능력으로 등치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 포천 유권자가 봐야 할 것: 숫자가 아니라 철학, 철학이 아니라 실행
이번 논쟁은 포천 정치의 수준을 가늠할 시험대이기도 하다.
선거가 감정적 비난전으로 흘러가면, ‘누가 더 심하게 공격했는가’만 남는다. 그러나 이 논쟁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유권자는 보다 냉정한 기준을 들이대야 한다.
중요한 것은 다음 두 가지다.
- 재정은 시민 삶을 위해 존재한다는 원칙
- 재정은 미래 세대의 안전판이기도 하다는 원칙
좋은 시장은 둘 중 하나만 선택하는 사람이 아니다.
둘 사이의 긴장을 관리하면서, 필요할 때는 과감하게 쓰고, 동시에 다음 위기를 버틸 체력도 남겨두는 사람이다.
포천시장 선거의 ‘재정안정화기금’ 공방은 그래서 단순한 예산 논쟁이 아니다.
이는 결국 포천이 당장의 체감 성과를 우선할 것인지, 미래 재정 건전성을 더 중시할 것인지, 혹은 그 둘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지도자를 선택할 것인지 묻는 질문이다.
선거 초반부터 불붙은 이 공방은 앞으로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유권자가 진짜 주목해야 할 것은 상대를 향한 자극적 표현이 아니라, 각 후보가 내놓을 구체적 수치, 중장기 재정 계획, 그리고 성과의 검증 가능성이다.
기금은 결국 돈이다.
하지만 선거에서 돈은 언제나 철학을 드러낸다.
포천의 이번 선거는 그 철학의 차이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싸움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백영현 후보는 “왜 썼는가”를 넘어 “그래서 무엇이 달라졌는가”를 증명해야 하고, 박윤국 후보는 “왜 남겼는가”를 넘어 “앞으로 어떻게 지킬 것인가”를 제시해야 한다. 이번 선거의 승부는 기금 잔액이 아니라, 재정 철학을 실행 계획으로 바꾸는 능력에서 갈릴 것이다.
메트로포천 정치부
전체댓글 0
실시간뉴스
추천뉴스
의정부시
more +단체
more +-
금감원 공시 개편에 삼천당제약 ‘프로핏 쉐어’ 재평가… ‘진가’ 고개를 들다
금융감독원이 제약·바이오 기업의 공시 체계를 전면 개편하고 계약금과 마일스톤, 로열티 및 이익배분 ... -
포천 신북면 ‘포담장터’ 7월 11일 개장… 먹거리·공연·나눔밥상까지 풍성
경기 포천시 신북면에서 지역 주민과 관광객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먹거리 장터가 열린다. 포천 신북면 ... -
[메트로기획] 붓끝에 되살린 소동파의 철학
소동파(蘇軾)의 대표 산문 〈전적벽부(前赤壁賦)〉가 이종훈 포천문화원장의 필치로 대형 서예 작품으... -
[메트로기획] 모수국과 무지랭이골에 대한 연구 ①
경기 의정부시 고산주민센터에서 진행하는 치매예방 프로그램 ‘웃음빵빵 두뇌짱짱’ 수업 시간이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