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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주한 칼럼] 철원에서 제주까지, 길 위에서 만난 사람과 숨결 (6월 29일 월: 왜관에서 대구까지)

  • 박동민 기자
  • 입력 2026.06.30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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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주한 칼럼] 철원에서 제주까지, 길 위에서 만난 사람과 숨결 (6월 29일 월: 왜관에서 대구까지)

 

 새벽 공기는 차분했고, 길을 나서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6월 29일, 오늘은 평소보다 훨씬 이른 아침 6시쯤 왜관에서 길을 나섰다. 일찍 서두른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한낮의 가만히 있어도 숨이 턱턱 막히는 대구의 무더위를 피하려는 계산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대구에서 기다리고 있을 반가운 얼굴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군 생활의 희로애락을 함께했던 훈련소 동기와의 만남이 예정되어 있었다.

 

길을 떠나기 전, 함께 여정을 지나온 동생들의 놀라운 소식이 먼저 전해졌다. 지현이와 동영이는 대구를 거치지 않고 곧장 청도로 향하겠다며, 모두가 깊은 잠에 빠진 새벽 1시에 먼저 길을 나섰다고 한다. 철원에서 제주까지 이어지는 이 길고 고된 여정 속에서, 밤낮을 잊은 채 묵묵히 전진하는 동생들의 열정과 근성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정말 대단한 동생들이다"라는 감탄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묵직하게 흘러나왔다. 동생들의 뜨거운 에너지를 이어받아 나 역시 페달을 밟는 발 끝에 힘을 실었다.

 

역시 아침 일찍 서두른 선택은 옳았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대구 특유의 가마솥더위가 본격적으로 기승을 부리기 전이었고, 덕분에 지치지 않고 속도를 한껏 올려 달릴 수 있었다. 선선하게 뺨을 스치는 새벽바람은 장거리 여정의 고단함을 씻어내 주기에 충분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마침내 대구에 잘 도착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마주한 훈련소 동기의 얼굴은 세월의 흐름 무색하게 여전히 반가웠고, 가슴 한편을 찡하게 만들었다. 동기는 멀리서 찾아온 나를 위해 자신이 자주 찾는다는 숨은 막창 맛집으로 안내했다. 대구의 명물답게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고소한 막창을 사이에 두고, 우리는 순식간에 수십 년 전 철없던 훈련병 시절로 돌아갔다. 고된 여정 뒤에 맛보는 음식의 맛도 일품이었지만, 오랜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동기와의 진한 우정이라는 양념이 더해져 그 어떤 산해진미보다 달콤하고 가치 있는 저녁 식사였다.

 

맛있는 식사와 따뜻한 대화로 몸과 마음을 가득 채운 후, 내일 또다시 이어질 여정을 위해 숙소로 돌아왔다. 깨끗하게 씻고 침대에 누우니, 오늘 하루 길 위에서 만났던 풍경들과 사람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간다.

 

철원에서 시작해 저 멀리 제주를 향해 가는 이 길은, 단순히 물리적인 거리를 이동하는 과정이 아니다. 길 위에서 동생들의 뜨거운 열정을 배우고, 오래된 인연을 만나 삶의 온기를 나누는, 그야말로 사람과 삶을 만나는 뜻깊은 여정이다. 내일은 또 어떤 길과 인연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설레는 마음을 안고, 대구에서의 포근한 밤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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