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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포천 주민의 자존심’과 8년 만에 돌아온 호스피스 병동

  • 양상현 기자
  • 입력 2026.03.23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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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피스 병동.jpg


“포천병원은 포천 주민의 자존심이 되어야 합니다.”


지난 19일, 경기도의료원 포천병원 호스피스 완화병동 개소식에서 백남준 원장이 던진 이 한마디는 현장에 모인 이들의 가슴을 울렸다. 8년이라는 긴 공백을 깨고 다시 문을 연 호스피스 병동은 단순한 ‘병상 증설’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내 고장 포천에서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존엄’을 지키겠다는 지역 공동체의 선언이자, 공공의료가 회복해야 할 ‘자존심’에 관한 이야기다.


◇ 높은 자부심 뒤에 숨겨진 ‘뼈아픈 지표’

사실 포천 주민들의 지역색은 남다르다. 백 원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것은 “웬만하면 포천 안에서 해결하고 싶어 하는 자존심”이다. 아프고 힘들 때 굳이 낯선 서울이나 타지의 대형병원을 찾기보다, 우리 동네 병원에서 이웃 같은 의료진의 손을 잡고 치료받기를 원하는 정서가 깊게 깔려 있다.


하지만 현실의 지표는 차갑고 뼈아프다. 암 사망률 경기도 1위, 뇌졸중 사망률 3위, 건강검진 수검률은 도내 최하위권. “의료원이 있음에도 이런 지표를 마주하는 것이 창피하다”는 백 원장의 고백은 포천병원이 짊어진 숙제의 무게를 짐작게 한다. 지역에 대한 자부심은 높으나, 정작 그 자부심을 뒷받침할 ‘건강 성적표’는 낙제점에 가까웠던 역설이 포천의 현주소였다.


◇ ‘햇살방’에서 피어나는 지역 완결적 의료

이번 호스피스 병동의 재개소는 그 역설을 정면으로 돌파하려는 포천병원의 승부수다. 임종실 대신 ‘햇살방’이라 이름 붙인 따뜻한 공간에서, 시민들은 이제 생의 마지막 갈림길에서 타지를 떠돌지 않아도 된다. 자식들의 손에 이끌려 낯선 서울 병원 천장을 바라보며 임종을 맞는 대신, 평생을 일궈온 포천의 공기를 마시며 가족과 함께 마지막 인사를 나눌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것이 바로 백 원장이 말한 ‘포천 주민의 자존심’의 실체다. 태어난 곳에서 건강하게 살고,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품위 있게 마무리할 수 있는 ‘지역 완결적 의료’를 구현하는 것. 그것이 공공병원이 시민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예우이자 자부심의 근거다.


◇ 자존심은 ‘믿음’에서 완성된다

물론 병동 문을 열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여전히 자원봉사자 모집은 어렵고, 열악한 지표를 끌어올리기 위한 진료 기능의 다변화는 갈 길이 멀다. 그러나 “포천병원을 믿고 찾아달라, 어떻게든 해결해 드리겠다”는 병원 측의 약속은 그 변화의 시작점이다.


공공의료는 수익이 아닌 ‘신뢰’로 먹고산다. 포천병원이 진정으로 시민의 자존심이 되는 길은, 시민들이 가장 약해진 순간에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이다. 8년 만에 다시 켜진 호스피스 병동의 불빛이 포천 시민의 삶과 죽음을 지키는 ‘자존심의 등대’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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