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의시설 미비와 시대착오적 행정… 흉내 내기 벤치마킹이 만든 총체적 난국

공공행정의 품격은 화려한 조감도나 자극적인 구호가 아닌, 이용자의 발길이 닿는 '작은 디테일'에서 결정된다. 160억 원이라는 막대한 시민의 혈세가 투입된 포천시 ‘블루웨이 사업’의 현장 점검 결과가 깊은 씁쓸함을 남기는 이유다. 최근 포천시의회 김현규 의원이 지적한 현장의 실상은 보여주기식 탁상행정이 어디까지 치달을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기본적 배려의 부재다. 물놀이나 휴식을 마친 시민이 옷을 갈아입어야 할 공간에는 옷 하나 걸어둘 옷걸이조차 없다. 김 의원의 표현대로 이는 '탈의실'이라 부르기보다 '숨바꼭질용 가림막'이라는 비아냥이 더 어울리는 수준이다. 공간의 본래 목적조차 고려하지 않은 성의 없는 설계의 전형이다.
시대 흐름을 읽지 못하는 감수성의 빈곤도 뼈아프다. 영유아 기저귀 갈이대가 오직 여성 화장실에만 배치되어 있다는 사실은, 공동 육아가 상식이 된 이 시대에 육아를 오롯이 여성의 전유물로 치부하는 시대착오적 메시지를 던진다. 아빠와 함께 방문한 아이는 배려받지 못하는 공간, 이것이 과연 포천시가 자랑하는 시민 중심 인프라의 민낯인가.
관리의 부재와 황당한 변명은 부실 행정의 마침표를 찍는다. 야간 통제 대책이 전무해 밤사이 유기동물이나 조류의 오염에 무방비로 노출된 위생 실태는 차치하더라도, 세족장 미설치 이유가 "타 지역 벤치마킹 장소에 없었기 때문"이라는 해명은 허탈함마저 자아낸다. 벤치마킹의 본질은 선진 사례의 장점을 흡수하는 데 있지, 타 지자체의 미비점과 단점만을 골라 복제하는 데 있지 않다.
160억 원이라는 거액을 들이고도 "찝찝해서 가기 싫다"는 시민의 외면을 받는다면 그것은 이미 실패한 행정이다. 시민들이 바라는 것은 거창한 치적이 아니라, 편히 발을 씻을 수 있는 수전 하나와 마음 놓고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상식적인 공간이다.
더 늦기 전에 포천시는 헛짚은 이마를 들어 현장의 목소리를 똑똑히 바라보아야 한다. 탁상 위에서 그려진 안일한 사업 추진을 멈추고, 시민의 눈높이에 맞춘 철저한 재점검과 전면적인 보완에 나서는 것만이 혈세 낭비라는 오명을 벗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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