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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북부 기지촌의 ‘지워진 목소리’… 영화 공동체 상영회 열린다

  • 양상현 기자
  • 입력 2026.03.23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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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일 동두천서 상영… 기지촌 여성의 삶 통해 본 한미동맹의 이면과 지역의 기억

마마상.jpg


[동두천·포천=양상현 기자] 한미동맹과 국가 안보라는 거대한 명분 아래 오랫동안 침묵을 강요받아 온 기지촌 여성들의 삶을 조명하는 공동체 상영회가 경기북부에서 열린다.


경기북부 평화시민행동과 한국작가회의 양주지부는 오는 3월 30일 오후 7시, 동두천시 어수로101번길에 위치한 경기북부 평화시민행동 상영관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마마상- Remember Me This Way> 공동체 상영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영화 <마마상>은 17세에 부산 텍사스촌에 발을 들인 뒤 평생을 기지촌에서 살아온 이른바 ‘양 이모’의 구술을 통해 기지촌 여성들의 삶을 정면으로 다룬 작품이다. 특히 일본의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구와바라 시세이가 1965년 동두천 미군기지 주변을 기록한 사진들을 시각 자료로 활용해, 개인의 증언과 역사적 기록을 함께 교차시키는 구성을 보여준다.


영화는 기지촌이 단지 특정 개인들의 사연이 머문 공간이 아니라, 국가 안보와 지역 경제, 젠더 폭력과 인권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힌 구조적 현장이었음을 드러낸다. 당시 기지촌 여성들은 사회적 멸시와 낙인 속에서도 지역 경제를 떠받친 한 축이었지만, 이들의 노동과 삶은 오랫동안 개인의 선택 문제로 축소되거나 공적 기억에서 배제돼 왔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번 상영회는 영화가 제작된 2005년 이후 20년이 흐른 지금, 기지촌 여성의 삶을 다시 현재의 시선으로 성찰해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단순한 영화 관람을 넘어, 국가 권력이 개인의 몸과 삶을 어떻게 동원하고 주변화했는지, 또 지역사회가 그 역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치유할 것인지 질문을 던지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주최 측 관계자는 “기지촌 여성의 삶은 지나간 과거의 한 장면이 아니라, 국가와 지역사회가 어떤 존재들을 침묵 속에 놓아두었는지를 보여주는 현재의 역사”라며 “이번 상영회가 경기북부가 지나온 시간을 함께 돌아보고 앞으로 어떤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세워갈지 고민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기북부 지역 평화활동가도 “동두천과 포천을 비롯한 경기북부는 오랜 시간 군사도시 구조 속에서 성장과 희생이 함께 축적된 공간”이라며 “기지촌 여성들의 존재를 다시 말하는 일은 지워졌던 개인들의 삶을 역사 안으로 복원하는 일이자, 지역의 미래를 보다 인간적인 방향으로 재구성하는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상영회는 동두천만의 문제가 아닌 포천을 비롯한 경기북부 전체에 던지는 의미도 적지 않다. 포천 역시 오랜 기간 군사시설과 개발 제한, 반환 공여지 문제 등 군사도시의 구조 속에서 지역 정체성을 형성해 왔다는 점에서, 기지촌 여성의 삶과 같은 주변부의 기억을 어떻게 기록하고 지역의 역사 안에 복원할 것인지는 여전히 남아 있는 과제로 꼽힌다.


상영회 이후에는 관객들과 함께 기지촌의 역사와 평화, 지역의 기억을 주제로 한 소통의 시간도 이어질 예정이다. 이번 자리는 경기북부 현대사의 가장 아프고도 외면돼 왔던 한 장면을 다시 마주하며, 지워졌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공론의 장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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