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던 곳에서 의료·요양·돌봄 받는 시대 개막
- 포천시 생애주기 행정, 이제는 노년 돌봄 현장에서 성능 입증해야

[포천=양상현 기자] 오는 2026년 3월 27일, 정부의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전국에서 본격 시행된다. 노인과 장애인이 병원이나 시설이 아니라 자신이 살던 곳에서 계속 살아가며 의료·요양·돌봄 서비스를 함께 받도록 하겠다는 제도다. 한마디로 돌봄의 무게중심이 병상과 시설에서 지역사회로 옮겨가는 것이다. 초고령사회에 들어선 지금, 이 제도는 단순한 복지사업 확대가 아니라 지역 행정 전반의 대응 역량을 가늠하는 시험대에 가깝다.
포천시 역시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포천은 이번 통합돌봄 시행을 계기로 그동안 추진해온 생애주기별 지원체계의 실질적 완성도를 평가받게 됐다고 보는 편이 맞다. 출산·보육·청년·교육·노년 정책을 한데 묶는 통합복지플랫폼, 생애주기별 맞춤 지원 안내서, 가족센터, 두런두런 등 외형은 이미 갖춰가고 있다. 그러나 통합돌봄 시대에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을 만들었느냐가 아니라, 그것이 현장에서 실제로 연결되고 작동하느냐는 점이다.
정부가 제시한 통합돌봄의 핵심은 분명하다.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나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한 번 신청하면, 지방자치단체가 대상자의 상태와 욕구를 종합적으로 파악해 개인별 지원계획을 세우고 의료·요양·돌봄을 연계하는 구조다. 그동안은 퇴원 환자나 돌봄 필요자가 필요한 서비스를 스스로 찾아다녀야 했고, 그 과정에서 정보 부족과 행정 분절로 돌봄 공백이 발생하곤 했다. 이제부터는 그 공백을 지역이 메워야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포천시의 과제가 선명해진다.
포천시는 현재 통합복지플랫폼 구축 마무리 작업을 진행 중이고, 생애주기별 지원 정보를 전자책 형태로 안내하고 있다. 시는 이를 통해 시민들이 필요한 정책을 더 쉽게 확인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포천시 관계자는 “정부의 지역사회 통합돌봄 정책 방향에 맞춰 기존 생애주기별 지원체계와 연계를 강화하고, 고령층과 돌봄이 필요한 시민들이 지역 안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놓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플랫폼이 안정화되면 돌봄 관련 정보도 보다 체계적으로 제공할 수 있고, 읍면동과 관련 기관을 통한 오프라인 안내도 강화하겠다는 설명이다.
이런 방향은 타당하다.
다만 냉정하게 말해, 방향이 맞다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통합돌봄은 구상이나 설명으로 평가받는 정책이 아니라 현장 체감으로 평가받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포천시가 정말 준비돼 있는지는 플랫폼 구축 현황이 아니라, 퇴원한 어르신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 필요한 돌봄이 얼마나 빠르게 연결되는지, 보호자가 얼마나 덜 헤매는지, 읍면동과 보건소, 병원, 복지기관이 얼마나 한 몸처럼 움직이는지에서 드러날 것이다.
지금 포천시가 안고 있는 한계도 분명하다.
우선 통합복지플랫폼이 아직 마무리 단계라는 점은 시민 입장에서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뜻이다. 플랫폼이 완전히 자리 잡기 전까지는 필요한 정보를 직접 찾아야 하는 구조가 남을 수밖에 없다. 특히 퇴원 직후 돌봄이 필요한 고령층이나 가족에게는 복잡한 정보 탐색보다 즉각적인 연결이 더 절실하다. 이런 상황에서 플랫폼의 완성도와 현장 작동 속도는 곧 행정의 신뢰도와 직결된다.
또 하나는 e-book 중심 안내의 한계다.
생애주기별 맞춤 지원 안내서는 사업을 모아 보여주는 자료로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정보가 많다고 곧바로 접근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고령층이나 보호자에게 필요한 것은 100여 개 사업 목록이 아니라, 지금 당장 자기 상황에 맞는 지원이 무엇인지, 어디에 신청해야 하는지, 누가 도와줄 수 있는지 한 번에 알 수 있는 구조다. 결국 앞으로는 단순 열람형 안내에서 벗어나 검색·필터·상담·신청 연계가 가능한 실시간 체계로 나아가야 한다.
오프라인 거점 역시 같은 과제를 안고 있다.
가족센터와 두런두런은 각각 가족지원과 교육·돌봄 기능을 담고 있는 의미 있는 시설이다. 그러나 통합돌봄 시대의 기준은 시설의 존재 자체가 아니다. 이들 공간이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보건소, 복지관, 병원, 장기요양기관과 얼마나 긴밀하게 이어져 실제 안내와 연결의 거점으로 기능하느냐가 중요하다. 건물은 세울 수 있어도 체계는 저절로 움직이지 않는다. 결국 사람과 조직, 정보와 절차가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무엇보다 포천처럼 고령층 비중이 높은 지역에서는 디지털 접근성 문제가 더 무겁다.
플랫폼이 아무리 좋아도 스마트폰과 인터넷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시민에게는 높은 문턱이 될 수 있다. 장수수당, 치매관리, 예방접종, 돌봄지원 같은 사업이 존재해도 정작 필요한 시민이 모르면 아무 의미가 없다. 따라서 통합돌봄은 온라인 플랫폼만으로 완성될 수 없고,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와 복지관, 경로당, 마을 단위 안내망까지 함께 촘촘히 작동해야 한다. ‘찾아오는 사람을 안내하는 행정’에서 멈추지 않고, ‘필요한 사람에게 먼저 닿는 행정’으로 가야 한다는 뜻이다.
포천시에 이번 통합돌봄은 부담이면서도 기회다.
부담인 이유는 이제부터는 정책을 나열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돌봄 전달체계를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기회인 이유는 지금까지 축적해온 생애주기 행정을 노년 돌봄의 현실과 접목해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포천시가 통합복지플랫폼을 조속히 안착시키고, 온라인·오프라인 안내체계를 함께 정비하며, 병원-행정-복지기관 협업망을 촘촘히 구축한다면 이번 제도는 지역 복지 수준을 끌어올리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결국 남는 질문은 하나다.
포천은 정말 ‘준비’가 아니라 ‘작동’을 보여줄 수 있는가.
3월 27일은 제도 시행일이지만, 지역에는 그날부터 바로 현실이 된다. 퇴원 환자, 독거노인, 돌봄 부담을 떠안은 가족에게 통합돌봄은 정책 문구가 아니라 삶의 문제다. 포천시가 말해온 생애주기 행정이 진짜 힘을 가지려면, 이제는 정보 제공을 넘어 삶의 현장에서 사람을 붙잡아 주는 체계로 증명돼야 한다.
살던 곳에서 늙어갈 권리, 익숙한 동네에서 돌봄받을 권리, 가족이 혼자 짐을 짊어지지 않아도 되는 구조.
통합돌봄은 그 당연한 원칙을 제도화하는 첫걸음이다.
포천시가 그 흐름을 제대로 받아낼 수 있을지, 지역사회의 눈은 이제 ‘계획’이 아니라 ‘결과’를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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