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광혁, 지역 쇠락과 이전 노동자 생존권 함께 거론
- 개발과 유치의 언어만으론 설명할 수 없는 삶의 무게

[동두천=양상현 기자] 지역 정치는 때로 도로와 건물, 예산과 사업 이름으로만 기억된다. 무엇을 유치했고, 얼마를 확보했고, 어떤 계획을 발표했는지가 성과의 기준처럼 다뤄진다. 그러나 지역의 현실은 늘 그보다 무겁고, 사람들의 삶은 숫자보다 더디게 무너진다. 유광혁 전 경기도의원이 최근 꺼내 든 화두는 바로 그 지점에 닿아 있다. 동두천의 쇠락과 과천 경마장 이전 문제에 놓인 노동자들의 불안을 함께 말한 것은, 정치가 결국 사람의 삶을 다루는 일이라는 오래된 원칙을 다시 꺼내 든 것으로 읽힌다.
유 전 의원은 자신이 걸어온 시간을 두고 화려하게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역 현안을 붙들고 가는 과정이 얼마나 외롭고 더딘 일이었는지를 먼저 말했다. 미군 관련 문제, 이주민 감염병 이슈, 캠프 모빌 반환, 동두천 지원 특별법 지정 같은 사안들은 어느 것 하나 단숨에 성과로 이어지기 어려운 과제들이다. 눈에 띄는 성과보다 구조적 문제를 먼저 드러내야 하는 일은 대개 박수를 받기보다 오해를 부르고, 지지를 얻기보다 피로를 안긴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그 불편한 의제를 계속 말해야 한다. 지역의 미래를 갉아먹는 문제는 대개 처음엔 시끄럽지 않고, 오래 방치될수록 더 깊게 자리 잡기 때문이다.
그가 말한 동두천의 쇠락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지역에서 살아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체감하는 인구 유출, 산업 기반의 약화, 도시 활력의 저하가 한 개인에게는 정치적 과제를 넘어 삶의 통증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떠나는 사람은 떠나는 사람대로 마음 한켠에 고향을 남겨두고, 남아 있는 사람은 남아 있는 사람대로 왜 이 도시는 좀처럼 나아지지 못하느냐는 무력감과 싸운다. 도시의 쇠락은 통계로는 설명할 수 있어도, 그것이 주민에게 남기는 감정까지 숫자로 환산되지는 않는다.
유 전 의원이 동두천을 떠난 이들의 말을 꺼낸 것도 그래서 가볍지 않다.
지역을 등진 것이 아니라, 버틸 수 없어 떠난 사람들이 여전히 “동두천이 잘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현실은 지역사회가 곱씹어야 할 대목이다. 지역의 회복이란 결국 떠난 사람을 비난하는 일이 아니라, 떠날 수밖에 없었던 조건을 되묻는 데서 시작돼야 한다. 돌아오고 싶어도 돌아올 기반이 없는 도시, 남고 싶어도 버틸 여건이 부족한 도시는 미래를 말하기 어렵다.
그의 시선이 과천 경마장 이전 문제와 그곳 노동자들의 생존권으로 이어진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대형 시설 이전이나 유치 문제는 대개 경제 효과와 지역 간 이해득실의 언어로 먼저 소비된다. 어느 지역이 무엇을 가져가느냐, 얼마만 한 파급효과가 있느냐가 논의의 중심이 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정작 가장 먼저 흔들리는 사람들은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일 수 있다. 특히 중장년층 기간제 노동자에게 일터는 단순한 근무지가 아니라, 가족의 생계를 지탱하는 마지막 버팀목일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이전 그 자체보다, 그 이후다.
새로운 시설이 어디에 들어서는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전을 따라갈 수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가 하는 질문이다. 지금의 노동시장은 예전보다 훨씬 더 냉혹하다. 기술 변화는 빠르고, 단순 반복 노동뿐 아니라 숙련 영역까지 위협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삶의 기반이 한 번 흔들리면 다시 일어서는 데 필요한 시간과 비용은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된다. 그렇다면 정치와 행정이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유치의 명분을 앞세우는 데 그치지 말고, 그 과정에서 밀려날 수 있는 사람들의 재취업·전환 교육·소득 공백 대책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
유 전 의원이 말한 핵심도 결국 여기에 있다.
정치는 지역의 상처를 숫자로만 다뤄선 안 되고, 노동자의 불안을 통계로만 처리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동두천의 쇠락과 과천 경마장 노동자 문제는 전혀 다른 사안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공동체는 약해진 삶을 어디까지 책임질 것인가. 남겨진 사람, 밀려나는 사람, 불안 속에 버티는 사람을 외면한 채 지역 발전을 말할 수 있느냐는 물음이다.
정치가 이 질문을 외면하면 남는 것은 구호뿐이다.
개발이라는 말은 많아지는데 삶은 나아지지 않고, 미래라는 말은 넘치는데 현재의 불안은 더 짙어지는 풍경이 반복될 뿐이다. 그래서 지역 정치에 필요한 것은 더 큰 목소리보다 더 깊은 시선일지 모른다. 사업을 따오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 사업이 누구를 살리고 누구를 밀어내는지까지 보는 일은 더 중요하다.
동두천의 상처를 말하는 일과 노동자의 불안을 말하는 일은 결국 다르지 않다.
둘 다 삶이 버텨온 자리의 이야기이고, 공동체가 어디까지 책임질 것인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유광혁 전 의원의 이번 발언이 정치적 수사로 끝나지 않으려면, 앞으로 더 구체적인 대안과 실천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지역은 숫자로만 회복되지 않고, 사람은 구호만으로 버티지 못한다. 지역 정치가 끝내 붙들어야 할 것은 결국 사람의 삶이라는 사실만큼은, 이 발언이 다시 상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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