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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시환경농업대학, 농업의 미래를 교실에서 열다

  • 양상현 기자
  • 입력 2026.03.26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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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물두 번째 봄, 다시 책상 앞에 앉은 농업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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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026학년도 포천시환경농업대학·대학원 입학식 개최(입학허가서).jpg

 

2-3 2026학년도 포천시환경농업대학·대학원 입학식 개최(교수 위촉장).jpg


지난 3월 24일, 포천시농업기술센터 대강당에 100여 명이 모였다. 신입생 선서가 이어지고, 교수 위촉장이 수여됐다. 외형만 놓고 보면 여느 대학 입학식과 다르지 않은 풍경이었다. 다만 이 자리의 주인공들은 갓 교복을 벗은 청년들이 아니라, 오랜 시간 밭과 논에서 삶을 일궈온 포천의 농업인들이었다는 점에서 조금 다르다.


포천시환경농업대학이 22기, 대학원이 9기를 맞았다. 한 해 한 해만 놓고 보면 단순한 교육 일정처럼 보일 수 있지만, 20년이 넘는 시간을 한 도시가 꾸준히 농업 교육에 투자해 왔다는 사실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이 교육기관을 거쳐 간 농업인들이 이미 지역 농업 현장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입학식은 단순한 행사라기보다 포천 농업의 미래가 다시 한 번 출발선에 선 장면에 가깝다.


◇ 이제 농업은 ‘경험’만으로 버티기 어려운 산업이 됐다


농업은 오랫동안 경험의 산업으로 불렸다.  

부모에게 배우고, 이웃에게 배우고, 실패를 거듭하며 몸으로 익히는 것이 전통적인 농업 학습 방식이었다. 현장 경험은 여전히 중요하고, 그 가치는 지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의 농업은 더 이상 경험만으로 유지되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


기후변화는 재배 시기와 품질을 흔들고 있고, 병해충 양상도 예전과 다르게 바뀌고 있다. 스마트팜과 데이터 기반 농업은 더 이상 일부 선도 농가만의 이야기가 아니며, 온라인 유통과 직거래는 농업인의 판매 전략 자체를 바꾸고 있다. 여기에 체험, 관광, 치유, 가공을 결합한 6차 산업 흐름까지 더해지면서 농업은 점점 더 복합적인 전문 산업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현대 농업인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과거보다 훨씬 넓어졌다. 단순히 잘 키우는 기술만으로는 부족하다. 작물 이해, 병해충 대응, 재배 환경 관리뿐 아니라 경영 감각, 브랜드 전략, 마케팅 능력, 디지털 활용 역량까지 함께 갖춰야 경쟁력이 생긴다.


바로 이 지점에서 포천시환경농업대학의 존재 이유가 분명해진다.  

농업인의 경험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경험이 변화한 환경 속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체계적인 배움의 기반을 제공하는 것. 그것이 이 교육기관이 갖는 핵심 의미라고 할 수 있다.


◇ 교육과정은 포천시가 그리는 농업의 방향을 보여준다


이번 2026학년도 교육과정을 보면 포천시가 농업의 미래를 어떤 방향으로 보고 있는지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난다.


대학 과정은 두 개 학과로 운영된다.  

농촌융복합산업과와 스마트농업과다.


농촌융복합산업과는 체험·치유농장 운영과 식품가공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다룬다. 이는 농업을 단순 생산의 영역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경험과 서비스, 이야기가 결합된 부가가치 산업으로 확장하려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농산물을 재배해 출하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농촌 자원 자체를 새로운 소득 구조로 연결하는 방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반면 스마트농업과는 보다 기본에 충실한 축을 담당한다.  

작목별 재배기술과 병해충 관리 등 현장 생산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들을 다루면서, 농업의 기본기를 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다지려는 성격이 강하다. 결국 한쪽은 농업의 외연을 넓히는 과정이고, 다른 한쪽은 농업의 기반을 정교하게 다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대학원 과정인 농업비즈니스전공은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농업경영, 브랜드 개발, 마케팅 전략 등은 농업인을 단순한 생산자에서 시장을 읽고 전략을 세우는 경영 주체로 전환시키는 교육이다. 좋은 농산물을 만드는 역량과 그것을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게 만드는 역량은 다르다. 농업비즈니스전공은 바로 그 간극을 메우려는 시도로 읽힌다.


결국 이번 교육과정은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다.  

‘잘 키우는 농업’에서 ‘잘 팔고 확장하는 농업’으로의 전환.  

포천시환경농업대학은 지금 그 변화를 교육의 언어로 풀어내고 있다.


◇ 그렇다고 교육기관의 역할을 낙관만 할 수는 없다


다만 어떤 교육제도든 긍정적 의미만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포천시환경농업대학이 지역 농업의 미래 자산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몇 가지 현실적인 질문도 함께 던져야 한다.


첫째, 교육 이후의 연계 체계는 충분한가 하는 점이다.  

교육의 가치는 교실에서 끝나지 않는다. 배운 내용을 실제 영농 경영과 소득 증대로 연결할 수 있어야 비로소 교육의 효과가 입증된다. 수업에서 배운 브랜드 전략이 실제 판로 개척으로 이어지는지, 체험농장 운영 교육이 창업이나 운영 안정화로 연결되는지, 스마트농업 기술이 실제 농가 현장에서 정착되는지에 대한 사후 점검이 필요하다.


결국 교육기관의 경쟁력은 수강생을 모집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졸업생이 현장에서 성과를 내도록 얼마나 촘촘히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창업 연계, 판로 지원, 후속 컨설팅, 동문 네트워크 같은 사후 지원 구조가 함께 작동할 때 교육은 비로소 살아 있는 제도가 된다.


둘째, 교육 대상의 다양성이 충분한가도 살펴볼 부분이다.  

80명 정원이 포천 농업 전체를 대표한다고 보긴 어렵다. 고령 농업인, 귀농·귀촌인, 청년 농업인, 여성 농업인 등 계층별 필요는 상당히 다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교육이 누구에게 열려 있고, 실제로는 누가 가장 많이 참여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특정 계층에만 기회가 집중되거나 접근성이 떨어진다면, 좋은 교육도 지역 전체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기 어렵다.


셋째, 커리큘럼의 현장 적합성이 계속 유지되고 있는가도 중요하다.  

농업 현장은 매우 빠르게 변하고 있다. 올해의 최신 기술과 유통 방식이 몇 년 뒤에는 더 이상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교육과정 역시 고정된 틀에 머물러선 안 된다. 현장 변화가 얼마나 빠르게 반영되는지, 외부 전문가와 산업 현장, 선도 농가와의 협력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이뤄지는지가 교육의 질을 좌우하게 된다.


◇ 결국 농업의 미래는 제도가 아니라 사람에게 달려 있다


포천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가 “어려운 농업 여건 속에서도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입학했다”고 밝힌 대목은 가볍지 않다.  

농업이 어렵다는 사실은 이제 누구나 안다. 기후 불안, 생산비 상승, 노동력 부족, 시장 경쟁 심화 속에서 농업은 결코 만만한 산업이 아니다. 그럼에도 다시 교실로 돌아왔다는 것은 단순한 교육 참여가 아니라 변화에 적응하고 살아남으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사실 농업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화려한 슬로건이 아니다.  

결국 현장의 사람이 배우고, 바꾸고, 적용하는 힘이 있느냐에 달려 있다. 그런 점에서 포천시환경농업대학은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니라, 지역 농업인이 스스로 변화의 주체가 되도록 돕는 기반 시설에 가깝다.


22년 동안 이 제도가 유지돼 왔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앞으로 더 중요한 것은 지속의 양이 아니라 변화의 질이다. 교육생 수를 늘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교육이 실제로 농가 소득, 경영 안정, 청년 농업 정착, 지역 농업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는가 하는 점이다.


◇ 졸업장이 아니라 실력이 성과가 되어야 한다


포천시환경농업대학의 가치를 진정으로 평가하려면, 입학식의 규모나 운영 연수보다 더 깊은 지표가 필요하다. 몇 명이 수료했는가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배운 내용을 얼마나 현장에 적용했는가다. 몇 기를 배출했는가보다 중요한 것은 그 졸업생들이 지역 농업의 변화를 얼마나 이끌고 있는가다.


결국 이 교육기관의 성과 지표는  

수료증 숫자가 아니라 농가 소득의 변화,  

행사 횟수가 아니라 현장 적용도,  

형식적 지속이 아니라 지역 농업 경쟁력 강화가 되어야 한다.


포천시가 이 교육에 투자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어야 한다.  

농업인을 교실에 앉히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그 배움이 현장에서 실제 힘이 되도록 만드는 것. 그때 비로소 포천시환경농업대학은 지역 농업의 미래를 여는 제도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스물두 번째 봄, 다시 책상 앞에 앉은 농업인들의 선택이 헛되지 않도록.  

그것이 포천시가 이 교육을 이어가야 하는 가장 분명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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