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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대청소, 봄날의 행사로 끝나지 않으려면

  • 박동민 기자
  • 입력 2026.03.26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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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명이 모인 봄날의 풍경

9-1 포천시 일동면, 민관군이 함께하는 국토대청소 실시1.jpg

 

9-2 포천시 일동면, 민관군이 함께하는 국토대청소 실시2.jpg

 

9-3 포천시 일동면, 민관군이 함께하는 국토대청소 실시3.jpg


지난 24일, 포천시 일동면 마을 안길과 도로변에 100명이 모였다. 새마을부녀회, 방위협의회, 16기계화보병여단, 청년회. 평소에는 각자의 자리에서 다른 역할을 맡고 있는 사람들이 이날만큼은 쓰레기봉투와 집게를 들고 한자리에 섰다. 민관군이 함께하는 국토대청소, 봄이면 반복되는 익숙한 풍경이다.


익숙한 풍경이라는 말은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오랫동안 이어져 온 공동체의 전통이라는 뜻일 수 있고, 반대로 해마다 반복되지만 문제의 뿌리는 그대로 남아 있다는 뜻일 수도 있다. 바로 그 점에서 이번 일동면 환경정화 활동은 단순한 미담이나 행사 기사로만 볼 일이 아니다. 오히려 두 가지 질문을 함께 던지게 한다. 이 활동은 분명 의미가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충분한가.


◇ 먼저 인정해야 할 것, 민관군이 함께 움직였다는 사실


이번 활동의 첫 번째 의미는 협력의 구조 자체에 있다.


일동면은 군부대가 지역사회와 생활권을 공유하는 곳이다.  

그런 점에서 16기계화보병여단의 참여는 단순한 인력 보탬을 넘어선다. 군이 주민과 함께 마을 안길과 도로변을 청소하는 장면은, 군이 외부 기관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한 구성원임을 보여주는 상징적 행위다. 이런 접점은 행정 문서나 협약보다 더 직접적으로 신뢰를 만든다. 군과 주민 사이의 거리는 일상적인 만남과 공동의 경험 속에서 줄어든다.


새마을부녀회와 청년회의 참여도 가볍지 않다.  

이들 단체는 지역 공동체를 떠받치는 생활 조직에 가깝다. 평소에는 각자 다른 방식으로 활동하지만, 환경정화라는 공동의 과제 앞에서 같은 목표로 모였다는 점은 지역사회 결속의 단면을 보여준다. 개인화와 고립이 강해지는 시대일수록, 이런 집합적 실천의 가치는 오히려 더 커진다.


100명이 하루 동안 주워 담은 쓰레기의 양은 눈에 보인다.  

하지만 그 100명이 함께 움직이며 만들어낸 공동체 감각은 숫자로 환산하기 어렵다. 때로는 후자가 전자보다 더 오래 남고, 더 큰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 국토대청소의 가치가 단지 쓰레기 수거량에만 있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 그러나 불법투기 쓰레기는 ‘청소 행사’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이쯤에서 반드시 짚어야 할 현실도 있다.  

이번 활동은 환경정화의 의미를 갖지만, 동시에 그 한계도 분명히 보여준다. 특히 불법투기 쓰레기 문제는 청소 자체만으로는 해결되기 어렵다.


불법투기는 단순히 미관을 해치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생활환경 악화, 주민 불편, 지역 이미지 훼손, 나아가 환경오염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적 문제다. 그런데 이 문제의 특성은 늘 비슷하다. 치우면 다시 쌓인다. 쓰레기를 수거한 그 자리에 며칠 혹은 몇 주 뒤 다시 쓰레기가 쌓이는 일이 반복된다면, 청소는 말 그대로 결과를 치우는 일에 그치게 된다.


결국 불법투기 문제는 수거만이 아니라 예방과 관리의 영역으로 다뤄져야 한다.  

예를 들어 상습 투기 지역에 대한 CCTV 설치, 경고 표지 강화, 불법투기 신고 활성화, 집중 단속, 생활폐기물 배출 편의성 개선 등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 주민들이 합법적으로 쓰레기를 버리기 불편한 구조라면 불법투기는 반복될 가능성이 크고, 반대로 지역 규범과 감시가 약하면 경고 문구만으로는 실효를 얻기 어렵다.


즉, 이번 청소 활동은 문제를 드러내는 데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그 자체만으로 문제를 해결했다고 보기엔 어렵다. 바로 이 지점에서 국토대청소는 행사로 끝날 것인지, 정책과 생활 변화의 계기가 될 것인지 갈린다.


◇ 연례행사의 힘과 함정


국토대청소는 봄과 가을, 전국 곳곳에서 반복되는 대표적인 환경정화 캠페인이다.  

오랜 시간 유지돼 온 행사인 만큼 상징성과 동원력은 분명하다. 지역 주민들이 한 번에 모여 생활환경을 돌아보고, 눈에 띄는 쓰레기와 불결한 공간을 정비하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연례행사’라는 틀 자체가 갖는 함정도 무시하기 어렵다.  

행사가 정례화되면 참여는 자연스럽게 일상이 아니라 이벤트가 된다. 시간이 지나면 자발성보다 관성, 실질보다 형식이 앞서기 쉽다. 무엇이 달라졌는가보다 몇 명이 참여했는가가 더 중요한 성과 지표처럼 다뤄질 위험도 있다. 청소가 끝난 뒤 지역 환경이 얼마나 유지됐는지, 불법투기가 줄었는지, 주민 인식이 바뀌었는지보다 행사 사진과 참석자 숫자가 앞서는 순간, 국토대청소는 목적보다 형식이 큰 행사가 될 수 있다.


이번 활동에서 참여 단체들이 지속적인 환경정비와 봉사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힌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선언이 아니라 그 다음이다. 다음 봄 대청소 때까지 아무 변화가 없다면, 좋은 말은 쉽게 공허해질 수 있다. 반대로 이번 활동을 계기로 상습 투기 지역에 대한 주민 감시와 행정 관리가 강화되고, 소규모 정화 활동이 일상적으로 이어진다면 연례행사는 살아 있는 실천으로 전환될 수 있다.


◇ 쾌적한 환경은 결국 ‘치우는 행정’보다 ‘버리지 않는 문화’에서 시작된다


환경정화 활동을 볼 때 늘 놓치기 쉬운 질문이 하나 있다.  

왜 이 쓰레기들은 거기에 있었는가.


마을 안길과 도로변에 쓰레기가 쌓이는 이유는 대체로 세 가지다.  

주민 또는 방문객의 무심한 투기, 외부인의 고의적 불법 배출, 그리고 쓰레기를 적정하게 처리할 수 있는 생활 인프라의 부족이다. 이 가운데 무엇이 주된 원인인지를 파악하지 못하면 청소는 반복되고 원인은 남는다.


결국 지속 가능한 환경 관리는 청소보다 예방에서 출발해야 한다.  

주민 스스로 쓰레기를 줄이고 분리배출을 생활화하는 문화, 불법투기를 그냥 넘기지 않는 지역 규범, 이를 뒷받침하는 행정의 상시 관리 체계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청소는 필요하지만, 청소만으로는 쾌적한 환경을 유지할 수 없다.


일동면이 정말로 “깨끗하고 품격 있는 지역”으로 가기 위해선 연 2회 대청소만이 아니라, 그 사이의 364일이 더 중요하다. 평소에도 도로변과 생활권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주민 참여를 어떤 방식으로 일상화할 것인지, 민관군 협력 구조를 행사 밖에서도 유지할 수 있을지가 핵심 과제가 된다.


◇ 이번 활동의 핵심어는 ‘완료’가 아니라 ‘계기’다


이경재 일동면장은 “민관군이 함께 뜻을 모아 추진한 이번 환경정화 활동이 주민들에게 보다 쾌적하고 안전한 생활환경을 제공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성과’가 아니라 ‘계기’다.


국토대청소는 본질적으로 결과를 완성하는 행사가 아니라,  

문제를 다시 보게 만들고 공동체를 움직이게 하는 출발점에 가깝다. 그런 점에서 이번 활동이 의미를 가지려면, 봄날 하루의 청소 장면이 이후 지역의 생활 습관과 규범으로 이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이런 변화들이다.  

주민이 무심코 버리는 쓰레기를 줄이기 시작하는 것,  

불법투기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신고하는 문화가 생기는 것,  

마을 단체가 계절 행사 외에도 소규모 환경정비를 이어가는 것,  

행정이 상습 취약 구간을 별도로 관리하기 시작하는 것.  


이런 변화가 쌓여야 비로소 국토대청소는 ‘행사’에서 ‘정책 효과’로 넘어간다.


◇ 봄날의 100명이 남겨야 할 것은 사진이 아니라 변화다


봄날 100명이 함께 마을을 청소하는 풍경은 분명 아름답다.  

공동체가 여전히 살아 있고, 지역이 함께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이 행사 당일의 장면으로만 소비된다면 아쉬움은 남는다.


중요한 것은 청소 이후의 일상이다.  

그날 치운 길이 한 달 뒤에도 깨끗한가.  

같은 곳에 불법투기가 다시 반복되지 않는가.  

참여했던 주민들이 이후에도 환경 문제를 공동의 책임으로 인식하는가.  

행정은 그 에너지를 지속 가능한 관리 체계로 바꾸고 있는가.


국토대청소의 진짜 평가는 바로 거기서 이루어져야 한다.  

쓰레기를 얼마나 많이 주웠느냐보다, 그 이후 얼마나 덜 버려지게 만들었느냐가 더 본질적이다.


봄은 늘 시작의 계절이다.  

일동면의 이번 국토대청소도 봄날의 아름다운 풍경으로 끝날 수 있고, 반대로 더 깨끗한 지역문화를 만드는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어느 쪽이 될지는 결국 행사 이후의 선택에 달려 있다.


100명이 함께한 봄날의 풍경이  

잠깐의 미담이 아니라,  

일상의 변화를 여는 첫 장면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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