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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관계 증진 프로그램, 저출생 시대의 숨겨진 해법인가

  • 박동민 기자
  • 입력 2026.03.26 1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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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산 장려보다 먼저, 관계를 지키는 정책이 필요하다
  • 부부 관계도 공공정책이 될 수 있는가

3-1 더 큰 행복 포천시가족센터, 부부 관계 증진 프로그램 성과1.jpg

 

3-2 더 큰 행복 포천시가족센터, 부부 관계 증진 프로그램 성과2.jpg


저출생 대책을 둘러싼 논의는 대체로 두 갈래에 집중돼 있다.  

어떻게 하면 청년들이 결혼을 선택하게 할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그래서 정책도 자연스럽게 결혼 장려, 출산 지원, 육아 부담 완화에 쏠린다. 결혼 장려금, 출산 지원금, 육아휴직 확대, 돌봄 서비스 확충 같은 정책들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는 질문이 있다.  

이미 결혼한 부부들이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도록 돕는 정책은 충분한가라는 물음이다. 결혼을 선택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결혼이 지속 가능하고 안정적인 관계로 이어지도록 지원하는 일 역시 결코 덜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출산과 양육, 가족 안정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그 중요성은 더 클 수도 있다.


포천시 더 큰 행복 포천시가족센터가 운영한 부부 관계 증진 프로그램 ‘부부 관계 이해에서 공감으로’는 바로 이 지점을 건드린다. 만족도 4.4점, 연간 운영 확대 계획이라는 결과는 이 프로그램이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시민들의 실제 수요에 닿아 있음을 보여준다. 규모는 작을 수 있지만, 이 프로그램이 던지는 질문은 결코 작지 않다. 저출생과 가족정책을 이야기하면서 우리는 과연 결혼 이후의 관계를 얼마나 정책적으로 다뤄왔는가.


◇ 부부 관계는 왜 공공의 관심사가 되어야 하는가


부부 관계는 본질적으로 사적인 영역이다.  

두 사람의 감정과 대화, 갈등과 화해, 기대와 실망이 얽혀 있는 가장 내밀한 공간이다. 그래서 “부부 사이 문제를 왜 공공기관이 다루느냐”는 반문도 가능하다. 그러나 관계가 아무리 사적이라 해도, 그 결과가 개인의 삶을 넘어 가족과 지역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무엇보다 부부 관계는 자녀의 정서적 환경과 직접 연결된다.  

가정은 아이가 가장 먼저 인간관계를 배우는 공간이다. 부모가 서로를 대하는 태도,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은 아이에게 그대로 관계의 모델이 된다. 부모 사이의 긴장과 불화는 아이에게 깊은 불안을 남길 수 있고, 반대로 존중과 소통의 경험은 아이의 정서적 안정과 건강한 관계 형성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


또한 부부 관계의 악화는 이혼과 별거, 장기적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당사자뿐 아니라 자녀와 가족, 나아가 지역사회 전체에도 적지 않은 비용을 발생시킨다. 이혼은 단순히 두 사람의 선택으로 끝나지 않는다. 경제적 부담, 심리적 상처, 자녀 돌봄 문제, 사회적 안전망 의존 증가 등 여러 층위의 비용을 남긴다. 그렇다면 부부 관계를 사전에 점검하고 회복을 돕는 일은 개인의 사생활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 아니라, 예방적 사회정책의 성격을 가질 수 있다.


저출생 문제와의 연결도 무시할 수 없다.  

출산은 개인의 선택이지만, 그 선택은 관계의 안정성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서로를 신뢰하고 협력할 수 있는 부부일수록 양육에 대한 부담을 함께 나눌 가능성이 높고, 관계 만족도가 낮은 부부일수록 출산과 양육에 대한 불안은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건강한 부부 관계는 결혼 유지의 문제이자, 출산과 양육의 토대이기도 하다.


◇ 이번 프로그램이 주목받는 이유


포천시가족센터의 이번 프로그램은 규모로 보면 크지 않지만, 설계 방식에서는 꽤 분명한 장점을 보여준다.


첫째, 전문성이 확보돼 있다는 점이다


부부 상담 전문가이자 관계 심리검사 개발 교수가 직접 프로그램 운영에 참여했다는 점은 중요하다. 공공기관 프로그램은 종종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전문성 부족으로 피상적인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관계 문제는 단순한 일반론이나 도덕적 조언으로 풀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검증된 전문가가 개입할수록 프로그램은 단순한 강연이 아니라 실제 변화를 도울 수 있는 구조를 갖게 된다.


둘째, 관계검사라는 도구를 활용했다는 점이다


1회차에서 관계검사를 통해 부부 각자의 기본 욕구를 점검한 것은 효과적인 접근으로 보인다. 부부 갈등의 상당수는 상대방이 왜 그런 반응을 보이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커진다. “왜 저 사람은 저렇게 말하지?”, “왜 나는 늘 서운할까?” 같은 질문은 감정적으로 접근할수록 갈등만 키우기 쉽다. 이때 객관적 도구를 활용해 서로의 욕구와 차이를 확인하는 과정은 방어를 낮추고, 이해의 출발점을 만들 수 있다.


셋째, ‘이해’에서 ‘공감’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구성이다


1회차에서 차이를 이해하고, 2회차에서 공감 역량을 높이도록 설계한 점도 논리적이다. 관계 회복은 상대를 아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고, 아는 내용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함께 필요하다. 이해 없는 공감은 피상적이고, 공감 없는 이해는 차갑다. 두 단계를 연결한 프로그램 구성은 관계 개선의 기본 원리를 잘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그러나 좋은 프로그램이 곧 충분한 프로그램은 아니다


이 프로그램의 방향이 긍정적이라는 점과 별개로, 보다 냉정한 질문도 필요하다.  

공공 프로그램의 성과는 만족도만으로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첫째, 2회차 과정으로 실제 관계 변화가 가능한가


부부 관계는 단기간에 바뀌기 어렵다.  

오랜 시간 반복된 대화 방식, 감정 반응, 갈등 구조는 두 번의 만남만으로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는다. 만족도 4.4점은 프로그램 운영에 대한 긍정적 반응일 수는 있지만, 그것이 곧 관계 개선의 실질적 성과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이 끝난 뒤 3개월, 6개월이 지나도 부부 사이의 소통 방식이나 갈등 해결 방식에 변화가 남아 있는가다. 결국 만족도와 효과는 구분해 봐야 한다.


둘째, 가장 도움이 필요한 부부에게 실제로 닿고 있는가


이런 프로그램에 자발적으로 신청하는 부부는 대체로 관계 개선 의지가 있고, 문제를 직면할 준비가 돼 있는 경우가 많다. 이는 프로그램 운영 측면에선 좋은 조건이지만, 동시에 한계이기도 하다. 정작 갈등이 깊고, 대화가 끊겼으며, 관계 회복의 동력이 약한 부부일수록 이런 프로그램에 접근하기 어렵다. 결국 공공 서비스의 과제는 ‘이미 관심 있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어떻게 문턱을 낮춰 다가갈 것인가에 있다.


셋째, 연간 운영 확대가 내용의 희석으로 이어지지 않겠는가


연간 운영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은 분명 긍정적이다. 그러나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과정에선 늘 또 다른 위험이 생긴다. 횟수는 늘었지만 내용은 얕아지고, 전문성은 약해지고, 프로그램은 형식화될 가능성이다. 따라서 확대의 핵심은 양이 아니라 질이어야 한다. 전문 강사 풀 확보, 프로그램 내용의 보완, 참여자 피드백의 체계적 반영이 함께 이뤄져야 연간 운영도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넷째, 남성 참여율 문제는 어떻게 볼 것인가


부부 관계 프로그램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는 여성 참여가 상대적으로 많고, 남성 참여는 낮다는 점이다. 관계 개선 프로그램은 부부가 함께 참여할 때 효과가 크지만, 현실에선 한쪽만 관심을 갖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만약 참여 구조가 한쪽에 치우친다면 프로그램의 효과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남성 참여를 높이기 위한 시간대 조정, 홍보 문구 변화, 접근 방식의 다변화 같은 별도 전략도 필요하다.


◇ 저출생 시대, 관계 정책은 왜 더 중요해지는가


저출생 문제를 돈과 제도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은 이미 많이 나왔다.  

주거, 일자리, 돌봄, 경력단절 문제는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출산과 양육은 결국 한 가정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며, 그 중심에는 부부 관계가 있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고립된 관계 안에서 출산과 양육은 부담으로만 다가오기 쉽다. 반대로 관계가 안정적일수록 양육은 공동의 프로젝트가 된다.


그런 점에서 부부 관계 증진 프로그램은 단순한 상담 서비스가 아니라, 더 넓게 보면 저출생 시대의 관계 기반 정책으로도 읽을 수 있다. 결혼을 하게 하는 정책도 필요하지만, 결혼한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협력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정책 역시 저출생 대응의 중요한 한 축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관점은 기존 가족정책의 시야를 조금 넓혀준다.  

출산 전의 정책, 출산 직후의 정책, 양육 중의 정책만이 아니라, 그 사이를 이어주는 관계의 질을 공공이 어떻게 도울 것인지도 중요한 과제가 되는 것이다.


◇ 관계는 저절로 유지되지 않는다


최선희 센터장이 “결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면서 건강하고 안정적인 부부 관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한 대목은 정확하다. 결혼이 더 이상 당연한 선택이 아닌 시대일수록, 결혼을 선택한 사람들이 그 관계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는 더 중요한 문제가 된다.


관계는 저절로 유지되지 않는다.  

사랑으로 시작된 관계도 시간이 흐르면 익숙함 속에서 오해가 쌓이고, 역할 분담의 불균형이 갈등으로 번지며, 대화는 점점 줄어들 수 있다. 관계는 방치하면 낡고, 의식적으로 가꾸어야 유지된다. 그런 점에서 부부 관계 증진 프로그램은 위기에 처한 부부만을 위한 응급처치가 아니라, 일상의 관계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예방적 돌봄에 가깝다.


포천시가족센터의 이번 프로그램이 성황리에 운영됐다는 사실은 중요한 신호다.  

포천 시민들 가운데 자신의 관계를 더 잘 이해하고 가꾸고 싶어 하는 수요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공공이 그 수요를 읽고, 이를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연간 운영 체계로 확장하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 작은 변화가 가족을 바꾸고, 결국 지역사회를 바꾼다


부부 관계 증진 프로그램은 언뜻 보면 아주 사적인 영역을 다루는 작은 사업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파급력은 결코 작지 않다. 부부가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단지 두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일이 아니라, 아이의 정서를 안정시키고, 가정의 갈등 비용을 줄이며, 장기적으로는 지역사회의 건강성을 높이는 일과 연결된다.


결국 관계 회복은 거창한 정책 구호보다 작은 이해에서 시작된다.  

상대가 왜 그렇게 말했는지 한 번 더 생각하는 것, 내 욕구를 설명하고 상대의 욕구를 듣는 것, 차이를 비난이 아니라 이해의 대상으로 보는 것. 부부 관계 증진 프로그램은 이런 기본을 다시 연습하게 하는 도구다.


포천에서 이런 프로그램이 꾸준히 자리 잡는다면, 그것은 단지 한 기관의 성과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건강한 가정이 많아질수록 지역사회는 더 안정적이 되고, 저출생 시대에 필요한 사회적 토대도 조금은 단단해질 수 있다. 관계를 돌보는 정책은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어쩌면 가장 오래 남는 정책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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