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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AI가 서류를 읽는 동안, 교수는 학생의 눈을 바라본다

  • 양상현 기자
  • 입력 2026.03.27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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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J CATCH'가 던지는 질문 — 기술은 교육을 대체하는가, 완성하는가

대진대학교.jpg


대학 교수의 하루를 상상해 보자.


오전 9시, 학생 면담이 잡혀 있다. 교수는 면담 30분 전부터 컴퓨터 앞에 앉는다. 학사 포털 창을 하나씩 열어간다. 성적 조회, 수강 이력, 장학금 현황, 출결 기록, 학적 변동 사항. 흩어진 데이터를 하나씩 끌어모아 머릿속에서 퍼즐을 맞춘다. 그렇게 30분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학생의 얼굴을 마주할 준비가 된다.


그런데 정작 면담 시간은 20분이다.


◇ 데이터를 모으는 교수, 학생을 만나는 교수


이것이 대진대학교가 'DJ CATCH'를 개발하게 된 출발점이었을 것이다. 교수가 학생을 만나기 위해 써야 할 시간이, 정작 학생을 만나는 시간보다 길다는 역설. 기술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면, 바로 이런 것이다.


DJ CATCH는 학적·성적·수강 정보 등 190개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교수에게 '상담 가이드'를 제공한다. 클릭 한 번이면 된다. 30분짜리 준비 작업이 0분으로 줄어든다. 교수는 이제 데이터를 수집하는 사람이 아니라,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생과 대화하는 사람이 된다.


단순해 보이는 이 변화가 실은 교육의 본질에 닿아 있다.


◇ 기술이 비워낸 자리에 무엇이 들어오는가


교육학자들은 오래전부터 말해왔다. 좋은 교육은 정보 전달이 아니라 관계에서 시작된다고. 교수가 학생의 성적표를 보는 것과, 학생의 눈을 보는 것은 전혀 다른 행위다.


성적이 갑자기 떨어진 학생이 있다. 데이터는 그 사실을 알려준다. 그러나 왜 떨어졌는지는 데이터가 말해주지 않는다. 아르바이트를 늘렸는지, 가족 중 누군가 아픈지, 아니면 그냥 무기력해진 것인지. 그 답은 학생의 목소리에 있다. 교수가 그 목소리를 들을 여유가 있을 때 비로소 교육이 시작된다.


DJ CATCH가 데이터 수집을 대신하는 것은, 그 여유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다. AI가 서류를 읽는 동안, 교수는 학생의 눈을 바라볼 수 있다.


◇ '할루시네이션'을 경계하는 이유


물론 기술에 대한 맹신은 경계해야 한다. 대진대가 AI의 고질적 약점인 '할루시네이션(거짓 정보 생성)'을 차단하기 위해 3중 제어 원칙을 적용하고, 학생 정보를 비식별화한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AI가 틀린 정보를 바탕으로 상담 가이드를 작성한다면, 교수는 잘못된 전제 위에서 학생을 만나게 된다. 기술이 교육을 돕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방해하는 상황이 된다. 기술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것을 제어하는 설계야말로, 이 시스템이 단순한 편의 도구를 넘어 교육적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조건이다.


◇ 에듀테크의 진짜 질문


에듀테크를 둘러싼 논쟁은 늘 같은 자리를 맴돈다. 기술이 교사를 대체할 것인가. 그러나 이 질문은 처음부터 잘못 설정된 것인지도 모른다.


기술은 교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가 교사답게 일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어야 한다. 행정 업무에 치여 학생 한 명 한 명을 제대로 들여다볼 여유가 없는 교수에게, 기술이 그 여유를 돌려준다면 그것이 바로 에듀테크의 존재 이유다.


대진대의 DJ CATCH는 그 방향을 향해 내딛은 첫걸음이다. 2027년 AI 기반 직업 추천, 2028년 토탈 포트폴리오 구축으로 이어지는 로드맵이 의미를 가지려면, 기술이 확장될수록 교수와 학생 사이의 인간적 교감도 함께 깊어져야 한다.


차가운 데이터는 AI가 읽고, 따뜻한 대화는 사람이 나눈다. 그것이 기술을 통해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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