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억 원이 만들어낸 것 — 시설이 아니라 일상의 변화
![[크기변환]KakaoTalk_20260328_221708087_29.jpg](/data/editor/2603/20260329053711_wgguwqwo.jpg)
배드민턴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생활체육 종목 중 하나다.
진입 장벽이 낮다. 라켓과 셔틀콕만 있으면 된다. 남녀노소 함께 즐길 수 있고, 격렬하게도 여유롭게도 칠 수 있다. 그러나 이 단순한 운동을 즐기기 위해 많은 시민들이 오랫동안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실내 코트가 부족하고, 있어도 노후하거나 멀었다.
의정부시 호원동에 새로 문을 연 실내배드민턴장은 그 불편에 대한 행정의 응답이다.
◇ 숫자가 말하는 것
총사업비 35억 원. 지상 1층, 연면적 791㎡. 코트 4면. 화장실과 샤워실.
숫자만 보면 크지 않은 시설이다. 그러나 이 숫자들이 만들어내는 변화는 숫자보다 크다.
코트 4면은 동시에 최대 16명이 복식 경기를 즐길 수 있다는 의미다. 실내 시설이라는 것은 비가 와도, 미세먼지가 심해도, 한여름 폭염이나 한겨울 혹한에도 운동을 즐길 수 있다는 의미다. 샤워실은 운동 후 바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의미다.
생활체육 시설의 가치는 스펙이 아니라 접근성에 있다. 집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날씨와 무관하게,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 그것이 시민의 운동 습관을 바꾸고, 건강을 바꾸고, 일상의 질을 바꾼다.
◇ 과정이 보여주는 행정의 태도
이번 사업에서 주목할 점은 결과만이 아니다. 과정도 눈여겨볼 만하다.
의정부시는 2024년 11월부터 지역 주민 및 유관단체와의 지속적인 소통과 의견 수렴을 거쳐 사업을 추진했다. 착공은 지난해 9월, 준공은 올해 3월. 약 6개월의 공사 기간이다.
소통과 의견 수렴이라는 표현이 형식적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배드민턴장처럼 특정 종목 전용 시설을 짓는 경우, 실제 이용자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으면 코트 배치, 조명 각도, 환기 시스템, 부대시설 위치 등 세부 사항에서 불편이 생기기 쉽다. 준공식에 의정부시배드민턴협회 관계자들이 참석했다는 것은 이 시설이 실제 사용자의 목소리를 담아 만들어졌음을 시사한다.
◇ 생활체육이 복지인 이유
생활체육을 복지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운동은 개인의 취미가 아니라 건강권의 문제다. 규칙적인 신체 활동은 만성질환 예방, 정신건강 개선, 사회적 고립 해소에 직접적인 효과가 있다는 것은 수많은 연구가 증명한다. 특히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의 생활체육 참여는 의료비 절감과 삶의 질 향상이라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가져온다.
그러나 생활체육 참여의 가장 큰 장벽은 의지가 아니라 접근성이다. 가까운 곳에 좋은 시설이 있으면 운동하고, 없으면 하지 않는다. 이것이 현실이다. 호원동에 배드민턴장이 생겼다는 것은 그 동네 주민들의 운동 접근성이 실질적으로 높아졌다는 의미다.
복지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동네 주민이 퇴근 후 가볍게 라켓을 들고 나갈 수 있는 공간. 주말 아침 가족이 함께 땀을 흘릴 수 있는 장소. 그것이 일상의 복지다.
◇ 150명이 모인 준공식의 의미
준공식에 150여 명이 참석했다.
시장, 국회의원, 도·시의원, 협회 관계자, 그리고 지역 주민. 이 숫자는 단순한 행사 참석 인원이 아니다. 오랫동안 불편을 겪어온 주민들이 새 시설의 완공을 얼마나 기다려왔는지를 보여주는 숫자다.
체육시설 준공식에 150명이 모이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그만큼 이 시설에 대한 지역의 기대가 컸다는 뜻이다. 그 기대에 부응하는 것은 이제 시설 운영의 몫이다. 좋은 시설을 짓는 것과 잘 운영하는 것은 다른 과제다. 이용 요금의 합리성, 예약 시스템의 편의성, 시설 유지관리의 지속성이 뒷받침될 때 35억 원의 투자는 비로소 완성된다.
◇ 동네 체육관이 만드는 공동체
배드민턴장은 운동 공간이기도 하지만 만남의 공간이기도 하다.
같은 동네에 살면서도 서로 모르던 이웃이 코트에서 처음 만나고, 경기를 함께 하며 친해지고, 운동 후 이야기를 나누며 공동체가 형성된다. 도시화와 핵가족화로 이웃 간 유대가 약해진 시대에, 동네 체육관은 그 유대를 자연스럽게 만들어주는 공간이 될 수 있다.
의정부시가 앞으로도 다양한 생활체육시설을 지속적으로 확충하겠다고 밝힌 것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한 곳의 배드민턴장이 아니라, 동네마다 시민이 쉽게 찾을 수 있는 체육 공간이 갖춰질 때 도시의 체육복지는 비로소 완성된다.
배드민턴장 하나가 동네를 바꾼다. 거창한 개발이 아니라, 주민이 매일 찾을 수 있는 작은 공간 하나가 일상을 바꾸고 공동체를 만든다. 그것이 생활밀착형 행정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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