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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환경은 미래 세대의 유산이 아니라, 오늘 시민의 일상이다

  • 양동원 기자
  • 입력 2026.03.29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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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정부시 환경정책 종합계획이 던지는 질문 — 우리는 어떤 도시를 물려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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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 문제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종종 먼 미래를 떠올린다.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오르고, 생태계가 무너지는 장면들. 그것은 분명 중요한 이야기다. 그러나 그 거대한 서사에 압도되다 보면 정작 오늘 내 아이가 숨 쉬는 공기, 오늘 밤 잠을 방해하는 오토바이 소음, 오늘 내가 마시는 수돗물의 원천이 되는 하천의 수질을 놓치기 쉽다.


의정부시가 발표한 환경정책 종합계획은 그 두 가지를 동시에 붙잡으려는 시도다. 2040년을 내다보는 중장기 전략과, 오늘 시민이 체감하는 생활밀착형 대책을 하나의 틀 안에 담았다.


◇ 2040 환경계획이 의미하는 것


20년 후를 내다보는 계획을 세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당장의 성과를 보여주기 어렵다. 임기 안에 완성되지 않는다. 다음 행정부, 그다음 행정부가 이어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계획이 필요한 이유는 환경 문제의 본질이 장기적이기 때문이다.


탄소중립은 하루아침에 달성되지 않는다. 대기질 개선은 수년에 걸친 누적된 노력의 결과다. 생태계 복원은 수십 년의 시간을 요구한다. 이런 과제들은 4년 임기의 행정 사이클로는 다룰 수 없다. 20년을 내다보는 로드맵이 있어야 비로소 일관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물론 계획이 계획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조건이 있다. 전문가 자문과 시민 의견 수렴을 거쳐 실효성 있는 계획을 마련하겠다는 의정부시의 약속이 실제로 이행되어야 한다. 계획의 질은 그 과정의 질에서 나온다.


◇ 경기도 최초 이륜차 소음 단속 카메라


거대한 환경 담론 속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설적으로 가장 작은 대책이다.


이륜차 소음 단속용 음향·영상 카메라. 경기도 최초 도입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야간 오토바이 소음은 환경 문제 중에서도 가장 직접적으로 시민의 일상을 침해하는 것 중 하나다. 잠을 방해받고, 대화가 끊기고, 아이들이 놀라 깨는 경험. 이것은 통계로 잡히지 않지만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떨어뜨린다.


기술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단순하다. 소음 기준을 초과한 차량을 자동으로 포착하고 단속한다. 단속 인력의 한계를 기술이 보완하는 것이다. 작은 변화처럼 보이지만, 조용한 밤을 되찾는 주민들에게는 삶의 질이 달라지는 변화다.


◇ 맑은 숨터, 가장 취약한 곳부터


어린이집과 경로당. 맑은 숨터 조성사업의 대상이다.


이 선택에는 환경 정의의 원칙이 담겨 있다. 환경 피해는 언제나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먼저, 더 크게 돌아온다.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긴 노인들. 이들이 머무는 공간의 공기질이 가장 먼저 개선되어야 한다.


친환경 벽지와 장판 시공이라는 구체적인 방법론도 주목할 만하다. 실내 공기질 문제의 상당 부분이 건축 자재에서 나오는 유해물질에서 비롯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측정 결과에 따라 실질적인 개선을 지원하는 이 접근법은 선언이 아니라 실천이다.


◇ 석면, 보이지 않는 위협


1급 발암물질 석면은 여전히 우리 주변에 있다.


낡은 슬레이트 지붕, 오래된 건축물의 단열재. 멀쩡해 보이는 건물 안에 수십 년 전 설치된 석면이 남아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문제는 석면이 손상되거나 노후화될 때 공기 중으로 섬유가 방출된다는 점이다. 눈에 보이지 않고, 냄새도 없고, 즉각적인 증상도 없다. 그러나 수십 년 후 폐암이나 중피종으로 나타난다.


의정부시가 올해 11동을 대상으로 석면 슬레이트 철거와 지붕개량을 지원하는 것은 그 보이지 않는 위협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다. 숫자는 작아 보이지만, 한 동 한 동이 누군가의 삶터다.


◇ 하천은 도시의 건강 지표다


중랑천과 부용천을 포함한 18개 하천의 수질 관리는 단순한 환경 행정이 아니다.


하천의 수질은 도시 생태계 전체의 건강 지표다. 수질이 개선되면 수생태계가 살아나고, 수변 공간이 시민의 휴식처가 되며, 도시 열섬 현상도 완화된다. 반대로 수질이 악화되면 그 영향은 하천 주변을 넘어 도시 전체로 퍼진다.


BOD 4.0mg/L, T-P 0.220mg/L라는 구체적인 목표 수치는 이 관리가 선언이 아닌 측정 가능한 목표를 향한 것임을 보여준다. 매년 이행평가를 실시하고 오염부하량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구조는 환경 행정의 기본이지만, 그 기본을 지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 환경정책은 세대 간 계약이다


환경정책의 본질은 세대 간 계약이다.


지금 우리가 내쉬는 탄소, 지금 우리가 흘려보내는 오염물질, 지금 우리가 방치하는 석면은 우리 자신뿐 아니라 다음 세대가 감당해야 할 부담이 된다. 반대로 지금 우리가 심는 나무, 지금 우리가 정화하는 하천, 지금 우리가 줄이는 소음은 다음 세대가 누릴 유산이 된다.


의정부시 관계자가 "환경정책은 미래 세대를 대비하는 동시에 시민의 일상을 지키는 기반"이라고 말한 것은 그 계약의 양면을 정확히 짚은 것이다.


미래를 위한 계획과 오늘을 위한 실천. 이 두 가지가 함께 갈 때 환경도시는 구호가 아닌 현실이 된다.


환경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늘 밤 내 아이가 숨 쉬는 공기이고, 오늘 아침 내가 걷는 하천변이며, 오늘 밤 나의 잠을 지키는 고요함이다. 그 일상을 지키는 것이 환경 행정의 시작이자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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