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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쓰레기 한 봉지가 말하는 것

  • 양동원 기자
  • 입력 2026.03.29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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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단투기 단속이 던지는 질문 — 공동체의 품격은 어디서 드러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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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골목을 걷다 보면 마주치는 장면이 있다.


가로등 아래 누군가 몰래 내놓은 쓰레기 봉지. 분리수거함 옆에 아무렇게나 쌓인 폐기물. 종량제 봉투 대신 검은 비닐에 담겨 버려진 생활쓰레기. 버린 사람은 이미 사라졌고, 그 자리에는 냄새와 오물만 남아 있다.


이것은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다. 공동체가 자신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 주말 새벽, 단속반이 나서는 이유


의정부시 자원순환과 폐기물지도팀 주무관 7명이 주말 오전 가능동 일대에 나섰다.


파봉 조사. 버려진 쓰레기 봉지를 열어 행위자를 특정하는 작업이다. 유쾌한 일이 아니다. 타인이 무단으로 버린 쓰레기를 직접 뒤지며 증거를 찾는 것. 그러나 이 불쾌한 작업 없이는 무단투기를 근절할 방법이 없다.


왜 하필 주말인가. 주말에는 일반쓰레기 종량제봉투 수거가 이뤄지지 않는다. 그 틈을 노려 무단투기가 증가한다. 단속이 없는 시간, 사람이 적은 새벽, 카메라가 없는 골목. 무단투기는 언제나 그 빈틈을 찾는다.


시가 주말 오전, 야간, 새벽·심야 등 취약 시간대를 집중 단속하는 것은 그 빈틈을 메우려는 시도다.


◇ 상습 지역이 고착화되는 이유


무단투기에는 불편한 진실이 있다.


한 번 쓰레기가 버려진 곳에는 또 버려진다. 이미 쓰레기가 있으면 심리적 저항감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이 '이미 더러운 곳이니까'로 바뀐다. 그렇게 상습 지역이 고착화된다.


범죄학에서는 이것을 '깨진 유리창 이론'으로 설명한다.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하면 그 건물 전체가 무법지대가 된다는 것. 쓰레기도 마찬가지다. 첫 번째 봉지가 두 번째를 부르고, 두 번째가 열 번째를 부른다.


이것을 깨는 방법은 두 가지다. 버려진 쓰레기를 즉시 치워 '이미 더러운 곳'이라는 인식을 차단하는 것. 그리고 단속을 통해 '여기서 버리면 걸린다'는 인식을 심는 것. 의정부시의 거점 단속은 그 두 번째 방법에 해당한다.


◇ 처벌과 교육의 균형


이번 단속에서 과태료 부과 4건과 함께 올바른 분리배출 방법 계도 4건이 이루어졌다.


숫자가 같다. 처벌과 교육이 동등한 비중으로 이루어졌다는 의미다.


이것은 중요한 균형이다. 무단투기의 원인이 악의만은 아니다. 분리배출 방법을 몰라서, 종량제 봉투 구입처를 몰라서, 배출 요일과 시간을 몰라서 잘못 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경우에 과태료만 부과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올바른 방법을 알려주는 계도가 병행될 때 비로소 행동 변화가 일어난다.


단속은 두려움을 만들고, 계도는 이해를 만든다. 두려움만으로는 단속이 없는 순간 다시 버린다. 이해가 더해질 때 비로소 습관이 바뀐다.


◇ 공동체의 품격은 골목에서 드러난다


도시의 품격을 논할 때 우리는 흔히 랜드마크를 떠올린다. 멋진 건물, 잘 정비된 공원, 화려한 야경. 그러나 도시에서 실제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매일 마주하는 것은 그런 것들이 아니다.


출근길 골목이 깨끗한가. 아이가 뛰어노는 골목에 악취가 나지 않는가. 비가 온 다음 날 배수구가 쓰레기로 막혀 있지 않은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이 도시의 실제 품격이다. 그리고 그 품격은 행정의 단속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쓰레기를 올바르게 처리하는 선택이 쌓일 때 만들어진다.


◇ 불편함을 감수하는 공무원들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짚고 싶다.


주말 오전, 타인이 버린 쓰레기 봉지를 뒤지는 공무원 7명의 이야기다. 이것은 누구도 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냄새나고, 불쾌하고, 때로는 위험하기도 하다. 그러나 누군가는 해야 한다.


도시의 청결은 저절로 유지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불쾌한 일을 감수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의 골목이 조금씩 깨끗해진다. 그 수고에 대한 최소한의 보답은 시민 각자가 올바르게 쓰레기를 버리는 것이다.


공동체의 품격은 가장 화려한 곳이 아니라 가장 어두운 골목에서 드러난다. 새벽 골목의 깨끗함은 행정의 단속과 시민의 양심이 함께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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