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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밥상이 복지다

  • 양동원 기자
  • 입력 2026.03.29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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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애주기별 먹거리 지원이 던지는 질문 — 우리는 누구의 밥상을 책임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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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흔히 현금을 떠올린다.


수당, 급여, 바우처. 숫자로 표현되는 지원. 그러나 인간의 삶에서 가장 근본적인 복지는 숫자가 아니라 밥상에서 시작된다. 오늘 무엇을 먹었는가. 그것이 건강을 결정하고, 성장을 결정하고, 때로는 삶의 방향을 결정한다.


의정부시가 추진하는 생애주기별 먹거리 복지는 그 단순한 진실에서 출발한다. 임산부의 밥상, 어린이집 아이들의 간식, 학교 급식, 취약계층 청년의 장바구니. 태어나기 전부터 청년기까지, 삶의 모든 단계에서 건강한 먹거리를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 추첨에서 권리로


이번 정책에서 가장 주목할 변화는 작은 문장 하나에 담겨 있다.


"지난해까지는 추첨을 통해 신청자 중 일부만 선정됐지만, 2026년부터는 대상 요건을 충족한 신청자 모두가 지원받을 수 있도록 사업을 확대한다."


추첨에서 권리로의 전환이다.


추첨 방식의 복지는 본질적으로 불완전하다. 같은 조건의 임산부인데 누구는 지원을 받고 누구는 받지 못한다. 운이 좋으면 혜택을 누리고, 운이 나쁘면 배제된다. 이것은 복지가 아니라 복권이다.


요건을 충족하면 누구나 받을 수 있는 구조로 바뀐다는 것은 먹거리 지원이 시혜에서 권리로 격상됐다는 의미다. 임산부가 친환경 농산물을 먹는 것은 운 좋은 사람의 특권이 아니라, 모든 임산부가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라는 인식의 전환이다.


◇ 과일 한 조각의 무게


어린이집 아이들에게 제철 과일을 연 58회 제공하는 건강과일 공급사업.


숫자로 보면 소박하다. 그러나 이 과일 한 조각이 어떤 아이들에게는 그날 먹는 유일한 과일일 수 있다. 가정 형편에 따라 아이들의 식탁은 극명하게 갈린다. 어떤 아이는 매일 다양한 과일을 먹고, 어떤 아이는 과일이 낯선 음식이다.


어린 시절의 식습관은 평생을 간다. 어릴 때 다양한 채소와 과일을 접한 아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균형 잡힌 식생활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어릴 때 가공식품과 인스턴트에 익숙해진 아이는 그 습관을 바꾸기 어렵다.


과일 간식 하나가 단순한 영양 보충이 아니라 평생의 식습관을 형성하는 투자라는 관점. 이것이 먹거리 복지를 단기 지원이 아닌 장기 정책으로 바라보는 시각이다.


◇ 늘봄학교와 과일 간식의 결합


2026년 새롭게 도입되는 늘봄학교 과일 간식 지원은 두 가지 정책의 영리한 결합이다.


늘봄학교는 방과 후에도 학교에 머무는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이 아이들은 오후 시간을 학교에서 보낸다. 그 시간에 건강한 간식을 제공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연결이다.


1인당 150g, 연 30회. 컵과일이나 파우치 형태로 제공되고, 생분해 플라스틱 포장재를 사용하며, HACCP 시설에서 가공된다. 이 세부 사항들이 말하는 것은 단순히 과일을 주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고 환경을 고려한 방식으로 제공하겠다는 의지다.


아이들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주면서 동시에 환경을 생각하는 포장재를 사용하는 것. 먹거리 교육과 환경 교육이 자연스럽게 결합되는 지점이다.


◇ 청년의 밥상까지


농식품 바우처 지원 대상이 34세 이하 청년 포함 가구까지 확대된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청년 빈곤은 오랫동안 복지의 사각지대였다. 노인이나 아동에 비해 청년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나이'로 여겨졌다. 그러나 현실의 청년들, 특히 생계급여를 받는 취약계층 청년들의 밥상은 결코 풍족하지 않다.


자립을 준비하는 청년에게 건강한 식생활은 사치가 아니다. 몸이 건강해야 일할 수 있고, 일할 수 있어야 자립할 수 있다. 청년의 밥상을 지원하는 것은 청년의 미래를 지원하는 것이다.


버섯류와 산나물류 등 임산물이 새롭게 포함된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지원 품목의 다양화는 단순한 칼로리 보충을 넘어 균형 잡힌 영양 섭취를 가능하게 한다.


◇ 지역 농가와의 연결


이 정책의 또 다른 축은 지역 농가와의 연계다.


친환경 농산물 지원, 제철 과일 공급, 국산 농식품 바우처. 이 모든 정책은 소비자인 시민과 생산자인 농가를 직접 연결한다. 시민은 안전한 먹거리를 얻고, 농가는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한다.


도시와 농촌의 연결. 소비와 생산의 순환. 먹거리 복지가 단순한 지원을 넘어 지역 경제의 선순환을 만드는 구조다. 의정부 시민의 밥상이 지역 농가를 살리고, 지역 농가가 의정부 시민의 밥상을 책임지는 관계.


이것이 먹거리 복지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다.


◇ 밥상이 평등할 때 사회가 건강하다


결국 먹거리 복지의 본질은 평등이다.


어느 집에서 태어났든, 부모가 얼마를 버든, 모든 아이가 건강한 음식을 먹을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처지에 있든 임산부는 안전한 먹거리를 먹을 수 있어야 한다. 가난하다는 이유로 청년이 끼니를 굶어서는 안 된다.


밥상의 불평등은 건강의 불평등으로, 건강의 불평등은 기회의 불평등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밥상이 평등해질 때 그 선순환도 시작된다.


의정부시의 생애주기별 먹거리 복지는 그 선순환의 출발점을 만들려는 시도다. 임산부의 유기농 농산물에서 시작해 어린이집 과일 간식, 학교 급식, 청년 바우처로 이어지는 이 체계가 촘촘해질수록 밥상의 불평등은 조금씩 줄어든다.


복지의 가장 근본적인 형태는 오늘 누군가의 밥상을 책임지는 것이다. 밥상이 복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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