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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공무원이 직접 걸어야 하는 이유

  • 양동원 기자
  • 입력 2026.03.29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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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숲길 새단장'이 던지는 질문 — 현장을 모르는 행정은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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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와 현장은 다르다.


지도에서는 완만해 보이는 경사가 실제로 걸어보면 가파르다. 보고서에서는 '양호'로 표시된 등산로가 현장에서는 낙엽이 쌓여 미끄럽다. 회의실에서 설계한 정책이 현장에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작동하는 경우는 행정에서 드물지 않다.


의정부시 공직자들이 1박 2일간 수락산·부용산·천보산을 직접 걸은 것은 그 간극을 좁히려는 시도다. 책상에서 관리하던 숲길을 발로 걸으며, 보고서가 담지 못한 현장의 언어를 몸으로 읽는 것.


◇ 시민과 함께 만든 길을 공직자가 걷다


이번 활동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이 숲길의 탄생 과정이다.


정비 대상인 수락산·부용산·천보산 일대의 숲길 산행 코스는 지난 가을 시민들과 함께 답사하며 조성한 노선이다. 시민이 참여해 만든 길을 이번에는 공직자가 직접 걸으며 점검했다.


이 순서가 의미 있다. 행정이 먼저 설계하고 시민에게 제공하는 방식이 아니라, 시민과 함께 만들고 공직자가 그것을 체험하며 개선점을 찾는 방식. 정책의 주체가 행정에서 시민으로, 다시 행정과 시민의 협력으로 이동하는 과정이다.


간담회에 참여한 직원이 "시민들과 함께 만든 길을 직접 걸어보니 우리 시 정책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다"고 말한 것은 그 경험의 본질을 담고 있다. 정책을 기획하는 것과 그 정책이 만들어낸 현장을 직접 경험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해를 만든다.


◇ 1박 2일이 만드는 것


하루가 아니라 1박 2일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당일치기 현장 방문과 1박 2일 산행은 질적으로 다른 경험이다. 하루를 함께 걷고, 저녁을 함께 먹고, 다음 날 다시 길을 나서는 과정에서 동료 간의 대화가 깊어진다. 산행 중 나누는 이야기, 저녁 간담회에서 공유하는 의견, 다음 날 아침 다시 길을 걸으며 전날의 생각을 다듬는 시간.


정책 공유 간담회가 산행 첫날 저녁에 열렸다는 것도 의미 있다. 회의실이 아닌 산 속에서, 하루 종일 같은 길을 걸은 동료들과 나누는 대화. 그 자리에서 나온 "의정부를 일주하는 2박 3일 규모의 장거리 숲길 코스가 개발된다면 좋겠다"는 제안은 보고서를 통해서는 나오기 어려운 아이디어다.


현장이 정책을 만든다. 책상이 아니라 길 위에서.


◇ 폐기물 수거라는 행위의 의미


공직자들이 산행 중 방치된 폐기물을 직접 수거했다는 것도 단순한 환경정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행정에서 폐기물 수거는 보통 담당 부서의 업무다. 그것을 정책 담당 공직자들이 직접 한다는 것은 두 가지 효과를 만든다.


첫째, 현장에 대한 감각이 생긴다. 어느 구간에 폐기물이 많은지, 왜 그 지점에 집중되는지, 수거 작업이 얼마나 힘든지를 몸으로 안다. 이 감각은 향후 관련 정책을 설계할 때 살아있는 데이터가 된다.


둘째, 공직자로서의 태도가 형성된다. 내가 관리하는 공간을 내가 직접 청소하는 경험. 그것은 그 공간에 대한 책임감을 다르게 만든다. 보고서로 관리하던 숲길이 내가 직접 쓰레기를 주운 숲길이 될 때, 그 공간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은 달라진다.


◇ 현장 행정의 오래된 가치


현장 중심 행정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조선시대 암행어사는 왕이 직접 볼 수 없는 현장을 대신 확인했다. 현대의 현장 방문 행정도 같은 원리다. 보고서와 통계가 담지 못하는 현실을 직접 확인하는 것.


그러나 현대 행정은 점점 더 데이터와 보고서 중심으로 움직인다. 디지털화가 진행될수록 현장 방문 없이도 많은 것을 파악할 수 있게 됐다. CCTV 영상, 센서 데이터, 민원 통계. 이것들은 분명 유용하다.


그러나 데이터가 담지 못하는 것이 있다. 등산로의 경사가 실제로 얼마나 힘든지, 특정 구간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어느 지점에서 쉬고 싶어지는지. 이런 것들은 직접 걸어봐야 안다.


공직자가 현장을 걷는 것은 그 데이터의 빈칸을 채우는 작업이다.


◇ 장거리 숲길 코스라는 제안


간담회에서 나온 "의정부를 일주하는 2박 3일 규모의 장거리 숲길 코스" 제안은 흥미롭다.


이것은 단순한 아이디어가 아니다. 하루 종일 숲길을 걸은 공직자가 그 경험을 바탕으로 도시의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다. 수락산, 부용산, 천보산을 잇는 의정부의 산줄기가 하나의 장거리 트레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상상.


이런 아이디어는 회의실에서 나오지 않는다. 길 위에서 나온다. 현장이 정책의 씨앗을 만든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 제안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현장 경험에서 출발한 아이디어가 공유되고 검토되는 과정 자체가 현장 행정의 가치를 증명한다.


◇ 공무원이 직접 걸어야 하는 이유


결국 이번 활동이 말하는 것은 단순하다.


정책을 만드는 사람이 그 정책이 작동하는 현장을 직접 경험해야 한다는 것. 숲길을 관리하는 행정이 그 숲길을 걸어봐야 한다는 것. 시민이 이용하는 공간을 공직자가 직접 이용해봐야 한다는 것.


이것은 당연한 말처럼 들리지만, 실제로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바쁜 업무, 촉박한 일정, 효율을 중시하는 행정 문화. 이런 환경에서 1박 2일을 내어 직접 산을 걷는 것은 작은 결단이 필요한 일이다.


그 결단이 만드는 것은 단순한 현장 점검이 아니다. 정책을 대하는 태도, 시민을 이해하는 방식, 공간에 대한 책임감. 이것들이 쌓일 때 행정의 질이 달라진다.


지도는 현장을 담지 못한다. 보고서는 경험을 담지 못한다. 공무원이 직접 걸어야 하는 이유는 거기에 있다. 발이 닿은 곳에서 비로소 정책이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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