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로그인을 하시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으실 수 있습니다.

[기자수첩] 하루, 양주로 떠나는 이유

  • 양동원 기자
  • 입력 2026.03.29 06:04
  • 댓글 0
  • 글자크기설정

  • 시티투어가 던지는 질문 — 우리는 가까운 곳의 아름다움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KakaoTalk_20260328_221708087_14.jpg

 

여행을 꿈꾸면서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대부분 비슷하다.


시간이 없다. 돈이 많이 든다. 멀다. 그러나 정작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다. 가까운 곳에 무엇이 있는지 모른다는 것. 제주도와 유럽의 풍경은 알면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도시의 역사와 자연은 낯설다.


양주시가 4월 1일부터 운행하는 시티투어는 그 낯섦을 친숙함으로 바꾸는 시도다. 서울에서 출발해 하루 동안 양주의 역사·문화·자연을 한 번에 만나는 여정. 멀리 가지 않아도 충분히 깊은 여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 8개 코스가 담은 양주의 층위


양주는 단순한 도시가 아니다.


회암사지와 양주목 관아지, 온릉. 조선 왕실의 역사가 땅 속에 잠들어 있는 도시다. 회암사는 고려 말 조선 초 왕실의 원찰로, 당시 동아시아 최대 규모의 사찰 중 하나였다. 그 터가 지금도 양주 땅에 남아 있다.


장욱진·민복진미술관, 필룩스 조명박물관. 역사 도시이면서 동시에 예술의 도시다. 한국 근현대 미술의 거장 장욱진이 양주에서 작업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송암스페이스센터에서는 별을 본다. 청암민속박물관에서는 사라져가는 생활문화를 만난다.


8개 코스는 이 모든 층위를 담으려는 시도다. 역사, 예술, 자연, 과학, 민속. 양주라는 도시가 얼마나 다층적인 공간인지를 하루 동안 압축해서 경험하게 한다.


◇ 두부 만들기와 떡메치기의 가치


올해 새롭게 추가된 농촌마을 체험 코스가 눈길을 끈다.


초록지기마을, 맹골마을에서의 두부 만들기와 떡메치기. 황뱅이 수변산책로 걷기. 독립운동가 조소앙 선생 기념관 방문.


이 조합이 흥미롭다. 역사적 인물의 기념관과 농촌 체험이 하나의 코스에 담겼다. 머리로 배우는 역사와 손으로 경험하는 전통이 함께한다.


두부 만들기와 떡메치기는 단순한 체험 프로그램이 아니다. 도시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음식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보여주는 교육이다. 콩이 두부가 되는 과정, 쌀이 떡이 되는 과정. 마트에서 포장된 형태로만 보던 음식의 기원을 손으로 느끼는 경험.


어른들에게는 잊고 살았던 것들을 되찾는 시간이다. 할머니 댁에서 맡던 냄새, 명절에 함께 떡을 치던 기억. 체험은 그 기억의 문을 두드린다.


◇ 산행 코스가 주는 것


천보산·불곡산·북한산을 잇는 산행 코스는 시티투어의 또 다른 얼굴이다.


관광지를 버스로 이동하며 둘러보는 것과 산을 직접 걷는 것은 전혀 다른 경험이다. 울창한 숲길을 걸으며 능선에서 바라보는 양주의 풍경. 그것은 어떤 사진으로도 담기 어려운 경험이다.


힐링이라는 단어가 남용되는 시대지만, 산을 걷는 것은 진짜 힐링에 가장 가까운 행위 중 하나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발걸음에 집중하고, 바람 소리와 새소리를 듣는 시간. 도시의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자신을 되찾는 경험.


시티투어가 이 코스를 포함했다는 것은 관광의 개념을 넓혔다는 의미다. 보는 관광에서 걷는 관광으로, 소비하는 여행에서 경험하는 여행으로.


◇ 양주 5일장과 로컬푸드의 경제학


양주 5일장과 로컬푸드 직매장을 시티투어 코스에 포함한 것도 영리한 선택이다.


관광객이 지역 장터를 방문한다는 것은 단순한 구경이 아니다. 지역 농산물을 구매하고, 지역 상인과 대화하고, 지역의 생활문화를 경험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소비가 일어나고, 그 소비가 지역 경제로 돌아간다.


대형 관광지 중심의 여행은 관광 수익이 지역에 남지 않는 경우가 많다.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밥을 먹고, 대형 기념품점에서 물건을 사면 그 돈은 지역을 떠난다. 그러나 5일장에서 지역 농산물을 사고,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장을 보면 그 돈은 지역 농가와 상인에게 남는다.


시티투어가 지역 경제 순환의 매개가 되는 구조다.


◇ 회암사지 왕실축제와의 연계


4월 17일부터 19일까지 열리는 회암사지 왕실축제 연계 코스는 시티투어의 백미다.


옥정호수공원의 어가행렬, 회암사지 일원의 공연, 먹거리 장터. 역사 유적지가 살아있는 축제 공간으로 변신하는 순간이다.


회암사지는 평소에도 인상적인 공간이지만, 왕실축제 기간에는 전혀 다른 차원의 경험을 제공한다. 조선 왕실의 의례가 재현되고, 그 시대의 음악과 복식이 되살아나는 장면. 역사가 텍스트에서 벗어나 눈앞에서 펼쳐지는 경험은 어떤 교과서보다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 전문 해설사가 만드는 차이


시티투어의 또 다른 강점은 전문 문화관광해설사의 동행이다.


같은 장소를 보더라도 아는 만큼 보인다. 회암사지의 돌 하나가 어떤 역사를 담고 있는지, 장욱진의 그림이 왜 그런 형태를 갖게 됐는지, 조소앙 선생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해설사의 이야기가 더해질 때 풍경은 단순한 배경에서 살아있는 이야기로 바뀐다.


혼자 또는 가족끼리 여행할 때 놓치기 쉬운 맥락과 깊이를 해설사가 채워준다. 이것이 시티투어가 자유 여행과 다른 지점이다.


◇ 가까운 곳의 아름다움


우리는 종종 멀리 있는 것을 동경하며 가까운 것을 지나친다.


서울에서 한 시간 거리에 조선 왕실의 역사가 잠든 사찰 터가 있고, 한국 근현대 미술의 거장이 작업하던 공간이 있고, 별을 볼 수 있는 천문대가 있다. 두부를 직접 만들 수 있는 농촌 마을이 있고, 능선에서 도시를 내려다볼 수 있는 산이 있다.


양주 시티투어는 그 가까운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여정이다. 멀리 가지 않아도, 많은 돈을 쓰지 않아도, 하루면 충분히 깊은 여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봄 햇살이 가득한 4월. 네이버에서 '양주 시티투어'를 검색하는 것으로 그 여정은 시작된다.


가장 좋은 여행은 멀리 있지 않다. 아직 가보지 않은 가까운 곳, 아직 알지 못하는 이웃 도시의 이야기 속에 때로는 더 깊은 여행이 기다리고 있다. 

ⓒ 메트로포천 & metropc.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전체댓글 0

추천뉴스

  • 90세 노모가 입혀준 붉은 점퍼 소통과 효심으로 그리는 포천의 미래
  • 가평 ‘상동터널’ 건립 사업, 행안부 중투심 통과. ‘사업 추진 가속도’
  • 국민의힘, 포천 시의원 선거 ‘위기론’ 확산... 승부수는 ‘필승 전략공천’
  • 임종훈 포천시의장, '험로' 무소속 시의원 3선 도전...
  • 가을 정취 물들이는 허브아일랜드 관광객을 위한 음악회 성황
  • 경민고 총동문회 골프팀 SBS골프 고교골프최강전 4강 진출 쾌거 10월 13일 준결승 격돌
  • 독수리유격대 전몰대원 추모행사 노곡리 전적비서 엄수
  • 옥정 포천 광역철도 대진대역 공사 현장 무법천지
  • (단독)미2사단 한미연합사단 포천서 2026 추석 리셉션 개최 굳건한 한미동맹 다져
  • 도마치계곡 익수 사고 현장서 빛난 포천시 시민안전과의 대응… 군부대 비협조는 뼈아픈 오점

포토뉴스

more +

해당 기사 메일 보내기

[기자수첩] 하루, 양주로 떠나는 이유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