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드체킹이 던지는 질문 — 상권은 누가 살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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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라는 말이 일상어가 된 지 오래다.
뉴스에서는 소비 심리 위축, 내수 부진, 자영업자 폐업률 증가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 숫자들이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현장에 가야 안다. 셔터가 내려진 가게, 손님을 기다리며 창밖을 바라보는 상인, 한때 북적였던 골목의 적막함. 통계가 담지 못하는 이야기들이 거기에 있다.
의정부시가 행복로와 의정부역 지하도상가에서 실시한 '로드체킹'은 그 현장의 언어를 직접 듣겠다는 선언이다. 보고서가 아니라 발로, 데이터가 아니라 대화로 상권의 현실을 파악하는 것.
◇ 로드체킹이라는 이름의 의미
로드체킹(Road Checking). 길을 확인한다는 뜻이다.
행정에서 현장 점검은 흔한 일이다. 그러나 이름이 중요하다. 단순한 현장 방문이 아니라 길 위에서 이루어지는 점검이라는 것. 차를 타고 지나치거나 보고서로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걸으며 상인과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
걷는다는 것은 속도를 늦추는 것이다. 차를 타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걸으면 보인다. 가게 앞에 쌓인 짐이 통행을 방해하는지, 조명이 충분한지, 바닥이 고르지 않아 보행이 불편한지. 이런 세부 사항들은 현장을 직접 걸어야 발견된다.
상인들의 애로사항도 마찬가지다. 공식적인 민원 창구를 통해 접수되는 이야기와, 현장에서 상인과 직접 나누는 대화는 질이 다르다. 민원은 정제되고 형식화된 언어로 전달되지만, 현장의 대화는 날것의 현실을 담는다.
◇ 행복로의 과제
행복로 골목형상점가 특화거리 조성 사업. 보행친화거리라는 방향이 담겨 있다.
보행친화거리는 단순히 보도를 넓히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걷고 싶어지는 거리를 만드는 것이다. 차량 중심에서 보행자 중심으로 공간의 우선순위를 바꾸는 것이다.
왜 이것이 상권 활성화와 연결되는가. 사람이 걷는 거리에 상권이 산다. 차를 타고 지나치는 거리에서는 가게 간판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걸어야 쇼윈도를 들여다보고, 걸어야 골목 안쪽 작은 가게를 발견한다. 보행자가 많아질수록 상권은 살아난다.
서울 인사동, 홍대 앞, 북촌. 사람들이 즐겨 찾는 상권의 공통점은 걷기 좋다는 것이다. 행복로가 그런 거리가 될 수 있는가. 이번 로드체킹이 그 가능성을 현장에서 확인하는 작업이었다.
◇ 지하도상가의 공실이 말하는 것
의정부역 지하도상가의 장기 공실 문제는 전국 많은 도시가 공유하는 과제다.
지하도상가는 한때 도심 상권의 핵심이었다. 역과 연결된 접근성, 날씨와 무관한 쾌적한 환경, 저렴한 임대료. 그러나 온라인 쇼핑의 성장과 소비 패턴의 변화가 지하도상가의 경쟁력을 약화시켰다. 빈 가게가 늘어나면 남은 가게들도 영향을 받는다. 공실이 공실을 부르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의정부시가 장기 공실을 창업 공간이나 문화·체험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그 악순환을 끊으려는 시도다. 빈 공간을 그대로 두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용도로 전환해 사람을 다시 불러들이는 것.
창업 공간은 새로운 상인을 유입시킨다. 문화·체험 공간은 상업적 목적 없이도 사람들이 지하도상가를 찾을 이유를 만든다. 사람이 모이면 기존 상인들에게도 활기가 돌아온다.
◇ 시민 휴게쉼터의 역할
지하도상가 내 시민 휴게쉼터 운영 실태를 점검했다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휴게쉼터는 상업 공간이 아니다. 그러나 상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잠시 앉아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사람들이 더 오래 머문다. 더 오래 머물수록 주변 가게를 둘러볼 가능성이 높아진다. 쉼터는 체류 시간을 늘리는 장치다.
또한 쉼터는 상권을 단순한 소비 공간이 아닌 생활 공간으로 만든다. 장을 보러 왔다가 잠시 쉬고, 쉬다가 이웃을 만나고, 이웃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 그런 공간에 사람들은 다시 찾아온다.
◇ 상권 자생력이라는 목표
이번 로드체킹의 핵심 키워드는 '상권 자생력 강화'다.
자생력이라는 단어가 중요하다. 행정의 지원이 끊기면 사라지는 상권이 아니라,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는 상권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자생력은 어디서 오는가. 상인들이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환경에서 온다. 행정이 인프라를 개선하고, 창업 공간을 제공하고, 보행 환경을 쾌적하게 만드는 것은 그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환경 안에서 실제로 상권을 살리는 것은 상인들 스스로의 노력이다.
행정과 상인의 역할 분담. 행정은 판을 깔고, 상인은 그 판 위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든다. 이번 로드체킹이 그 협력의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 현장이 정책을 만든다
로드체킹에서 확인한 의견과 애로사항을 시정에 반영하겠다는 약속이 있다.
이 약속의 이행 여부가 중요하다. 현장 방문이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으려면, 그 자리에서 들은 이야기가 실제 정책으로 이어져야 한다. 상인이 불편하다고 말한 것이 개선되고, 필요하다고 요청한 것이 검토되고, 그 결과가 다시 현장에 전달되는 순환이 만들어져야 한다.
현장 행정의 가치는 방문 자체가 아니라 그 이후에 있다. 걸어서 들은 이야기가 책상에서 정책이 되고, 그 정책이 다시 현장을 바꿀 때 로드체킹은 완성된다.
◇ 상권은 행정이 살리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행정이 걷지 않으면 상권도 걷지 못한다. 골목을 직접 걷는 공무원이 있을 때, 골목도 다시 걷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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