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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전기를 만드는 도시

  • 양동원 기자
  • 입력 2026.03.29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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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정부 에너지 전환이 던지는 질문 — 도시는 에너지를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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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전기가 어디서 오는지 생각하지 않는다.


스위치를 켜면 불이 들어오고, 콘센트에 꽂으면 충전이 된다. 그 전기가 어디서 생산되어 어떤 경로로 왔는지는 일상의 관심 밖이다. 그러나 그 무관심 뒤에는 누군가의 땅에 세워진 발전소가 있고, 수백 킬로미터의 송전선이 있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비용이 있다.


의정부시의 전력자립률 1%. 이 숫자는 의정부 시민이 쓰는 전기의 99%가 다른 곳에서 만들어져 온다는 의미다. 도시는 전기를 소비하지만 생산하지 않는다. 그 구조가 지금 바뀌려 하고 있다.


◇ 1%에서 19%로, 숫자가 말하는 것


도봉차량기지 연료전지 발전소 39.6MW. 4월 가동.


이 한 문장이 의정부시의 전력자립률을 1%에서 19%로 끌어올린다. 약 10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숫자로 보면 단순하지만, 그 의미는 단순하지 않다.


전력자립률 19%는 완성이 아니다. 경기도 평균 62%에 비하면 여전히 낮다. 그러나 1%에서 19%로의 도약은 방향의 전환을 의미한다. 전기를 소비하기만 하던 도시가 전기를 만들기 시작하는 것. 그 첫걸음이 갖는 상징적 의미는 숫자 이상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변화가 가져올 구조적 효과다. 정부가 전력요금차등제를 도입할 경우, 전력자립률이 낮은 지자체는 더 높은 전력 비용을 부담하게 될 수 있다. 지금의 에너지 전환 투자가 미래의 비용 절감으로 돌아오는 구조다. 에너지 정책은 환경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재정의 문제이기도 하다.


◇ 지산지소, 오래된 지혜의 현대적 귀환


지산지소(地産地消). 지역에서 생산해 지역에서 소비한다.


이 개념은 농업에서 먼저 쓰였다. 지역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운동. 그것이 이제 에너지 분야로 확장됐다. 지역에서 생산한 전력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것.


왜 이것이 중요한가. 에너지의 장거리 이동은 손실을 만든다.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가 송전선을 타고 수백 킬로미터를 이동하는 과정에서 상당량이 열로 사라진다. 가까운 곳에서 생산하고 가까운 곳에서 소비하면 그 손실이 줄어든다.


더 근본적으로는 에너지 주권의 문제다. 외부에서 공급받는 에너지는 공급 불안정, 가격 변동, 정책 변화에 취약하다. 스스로 생산하는 에너지는 그 취약성을 줄인다. 도시의 에너지 자립은 도시의 자치 역량과 직결된다.


◇ 연료전지라는 선택


도시에서 대규모 발전시설을 짓는 것은 쉽지 않다.


부지가 없다. 주민 반발이 있다. 경관을 해친다. 의정부처럼 개발이 대부분 완료된 도시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어떻게 전력을 생산할 것인가.


연료전지는 그 질문에 대한 현실적인 답이다. 적은 면적으로 높은 효율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소음이 적고 대기오염 물질 배출이 거의 없어 도심에 설치할 수 있다. 도봉차량기지라는 기존 시설 부지를 활용했다는 것도 영리한 선택이다. 새로운 부지를 찾는 대신 이미 있는 공간을 활용하는 것.


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의 화학 반응으로 전기를 만든다. 발전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은 물과 열이다. 그 열을 지역 난방에 활용하면 에너지 효율은 더욱 높아진다. 전기와 열을 동시에 생산하는 열병합 방식이 가능한 것이다.


◇ 자전거도로 위의 태양광


경기 햇빛 자전거길 조성 사업. 자전거도로 상부 공간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는 것.


이 아이디어가 흥미로운 이유는 공간의 중첩이다. 자전거도로는 자전거가 다니는 공간이다. 그 위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면 같은 공간이 두 가지 기능을 동시에 수행한다. 이동 공간이면서 발전 공간이 되는 것이다.


부가 효과도 있다. 태양광 패널이 자전거도로 위를 덮으면 그늘이 생긴다. 여름 폭염에 자전거를 타는 시민들에게 그늘은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안전의 문제다. 에너지 생산과 시민 편의가 동시에 해결되는 구조다.


도심의 유휴 공간을 발전 공간으로 전환하는 발상. 공공청사 옥상, 공영주차장 지붕, 자전거도로 상부. 이미 있는 공간을 새로운 용도로 활용하는 것이 도시형 에너지 전환의 핵심이다.


◇ 아파트 RE100의 가능성


'아파트 RE100' 모델도 주목할 만하다.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그것을 공동주택에 적용하는 것이 아파트 RE100이다. 아파트 단지에서 소비하는 전력의 상당 부분을 단지 내 태양광으로 생산하는 것.


의정부처럼 아파트 비율이 높은 도시에서 이 모델이 확산된다면 효과는 상당하다. 수천 가구가 모여 사는 아파트 단지의 옥상과 주차장에 태양광이 설치되면, 그 단지는 에너지 소비자이면서 동시에 생산자가 된다.


물론 주민 수용성이 관건이다. 초기 설치 비용, 관리 주체, 수익 배분 방식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 의정부시가 "도시 경관과 안전성, 주민 수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업 추진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은 그 현실적 과제를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 에너지 전환은 도시의 미래다


에너지 전환은 환경 운동가들의 이상이 아니다.


기후변화 대응, 에너지 비용 절감, 도시 경쟁력 강화, 에너지 안보. 이 모든 것이 에너지 전환과 연결된다. 재생에너지 비율이 높은 도시는 탄소중립 시대에 더 경쟁력 있는 도시가 된다. 기업들이 RE100을 선언하면서 재생에너지 공급이 가능한 지역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에너지 전환이 기업 유치와 지역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됐다.


의정부시의 에너지 전환 계획은 그 큰 흐름 속에서 도시의 위치를 재정립하려는 시도다. 전기를 소비하기만 하던 도시에서 전기를 만드는 도시로. 그 전환이 완성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1%에서 19%로, 19%에서 더 높은 수치로. 단계적이고 꾸준한 전진이 필요하다.


◇ 스위치를 켤 때 우리는 전기가 어디서 오는지 묻지 않는다. 그러나 그 질문을 시작하는 도시가 미래를 준비하는 도시다. 의정부가 전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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