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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계곡은 누구의 것인가

  • 양동원 기자
  • 입력 2026.03.29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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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천·계곡 불법시설 정비가 던지는 질문 — 공공의 자연을 우리는 어떻게 나누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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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면 계곡을 찾는다.


도시의 열기를 피해 맑은 물소리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낯선 풍경과 마주친다. 물가를 점령한 평상들, 그늘막과 방갈로, 울타리로 구획된 공간들. 돈을 내야 앉을 수 있는 자리, 들어가지 말라는 표지판. 공공의 자연이 누군가의 사유지처럼 운영되는 현실.


그 계곡은 원래 모두의 것이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일부의 것이 됐다.


양주시가 하천·계곡 불법시설 정비 전담팀(TF)을 운영하며 전수조사에 나선 것은 그 빼앗긴 공공의 자연을 되찾으려는 시도다.


◇ 불법 점용이 만드는 불평등


하천과 계곡의 불법 점용은 단순한 법 위반이 아니다. 공공 자원의 사유화다.


평상 하나, 그늘막 하나가 계곡 한 자리를 독점한다. 그 자리는 원래 누구나 앉을 수 있는 공공의 공간이었다. 그러나 불법 시설물이 들어서는 순간 그 공간은 돈을 내는 사람만 이용할 수 있는 사적 공간으로 바뀐다.


이것은 경제적 불평등과 연결된다. 계곡 평상 이용료를 낼 수 있는 사람은 시원한 물가에 앉을 수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뙤약볕 아래 서 있어야 한다. 공공의 자연이 경제력에 따라 차별적으로 배분되는 구조다.


불법 경작도 마찬가지다. 하천 변의 공공 토지를 개인이 경작지로 사용하는 것은 그 토지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사유화하는 것이다. 공공의 땅에서 개인이 수익을 얻는 동안, 그 땅을 함께 써야 할 다른 시민들은 배제된다.


◇ 반복되는 불법의 구조


양주시가 "반복적으로 발생해 온 불법 점용 행위"라고 표현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왜 반복되는가. 단속이 없거나 약하기 때문이다. 적발되더라도 처벌이 가볍거나 원상복구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불법으로 얻는 이익이 처벌의 비용보다 크기 때문이다.


이 구조를 깨지 않으면 단속은 일시적 효과에 그친다. 단속이 끝나면 다시 시설물이 들어선다. 매년 여름마다 반복되는 풍경이다.


이번 TF 운영이 주목받는 이유는 그 구조를 바꾸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전수조사를 통해 불법 시설물의 전체 현황을 파악하고, 단계별 정비를 통해 원상복구를 강제하며, 이행하지 않을 경우 변상금·이행강제금·고발·행정대집행까지 이어지는 단계적 제재 체계를 갖췄다.


처벌의 확실성이 높아질 때 불법의 유인이 줄어든다.


◇ 5개 부서가 함께하는 이유


부시장을 단장으로 건설과·허가과·농업정책과·건축과·위생과 5개 부서가 참여하는 TF 구성도 의미 있다.


하천·계곡의 불법 점용은 단일 부서의 문제가 아니다. 불법건축물은 건축과의 소관이고, 불법 경작은 농업정책과의 영역이며, 위생 문제는 위생과가 다룬다. 각 부서가 자기 영역만 보면 전체 그림이 보이지 않는다.


TF는 그 분절된 시각을 통합한다. 같은 계곡 한 곳에서 불법건축물, 불법 경작, 위생 위반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 각 부서가 협력해 한 번에 전체를 점검하면 효율이 높아지고 사각지대가 줄어든다.


부시장이 단장을 맡았다는 것은 이 사업에 행정의 무게가 실렸다는 의미다. 실무 부서의 단속이 아니라 시 전체의 의지로 추진하는 정비라는 신호다.


◇ 조사 대상의 포괄성


이번 전수조사의 대상 범위도 주목할 만하다.


하천구역뿐 아니라 소하천, 세천, 구거, 산림계곡까지. 평상·그늘막·방갈로·가설건축물·불법 경작·형질 변경까지. 포괄적이다.


그동안 불법 점용이 하천 본류에서 단속을 피해 소하천이나 세천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큰 하천은 단속이 있으니 작은 계곡으로, 공원은 관리가 되니 산림 계곡으로. 단속의 빈틈을 찾아 이동하는 것이다.


이번 조사가 소하천과 세천, 산림계곡까지 포함한 것은 그 빈틈을 메우려는 시도다. 어디로 피해도 조사 대상이 된다는 것을 알 때 불법 점용의 유인이 줄어든다.


◇ 원상복구의 어려움


불법 시설물 정비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원상복구다.


시설물을 철거하는 것은 행정대집행으로 가능하다. 그러나 훼손된 자연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것은 다른 문제다. 불법 경작으로 파헤쳐진 하천 변, 형질이 변경된 계곡 바닥. 이것들이 자연 상태로 회복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원상복구 명령과 행정대집행이 시설물 제거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자연 회복으로 이어지려면 사후 관리가 필요하다. 정비 이후 모니터링, 재발 방지를 위한 지속적인 점검. 이것이 뒷받침될 때 이번 TF의 성과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는다.


◇ 공정한 이용 질서의 의미


양주시 관계자가 "공정한 이용 질서를 확립해 나가겠다"고 말한 것은 이번 정비의 본질을 담고 있다.


공정한 이용 질서. 하천과 계곡이 특정인의 독점 공간이 아니라 모든 시민이 평등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 공간으로 기능하는 것. 돈이 있든 없든, 먼저 왔든 나중에 왔든, 누구나 맑은 물가에 앉을 수 있는 것.


그것이 공공 자연의 본래 모습이다. 불법 점용이 없는 계곡에서는 돈을 내지 않아도 물에 발을 담글 수 있다. 평상 자리를 예약하지 않아도 그늘 아래 앉을 수 있다. 그 당연한 권리를 되찾는 것이 이번 정비의 목표다.


계곡은 누구의 것인가. 그 물소리를 듣고 싶은 모든 사람의 것이다. 불법 시설물이 사라진 자리에 다시 모두의 여름이 돌아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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